[경향신문 2011-10-03]
‘접대했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접대받은 적 없다’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진실 공방이 뜨겁다. 두 사람의 주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주장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2009년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있을 때 일본에 출장가면서 이 회장에게 접대를 요구했고, 권모 SLS그룹 일본지사장이 일본에서 박 전 차관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SLS 법인카드로 총 400만~500만원을 썼으며, 권 지사장은 이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2009년 10월 창원지검은 SLS그룹을 분식회계 혐의로 압수수색하면서 이 보고내용이 적힌 노트를 확보했다. 권 지사장은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자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는 박 전 차관의 말을 떠올리고 박 전 차관에게 e메일을 보냈으나 답신은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검찰이 SLS 일본지사의 법인카드 내역을 살펴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3일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당시 권 지사장이 박 차관과 술을 마신 장소와 연락처 등을 모두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권재진 법무부 장관(58)이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회사에 접대를 요구했다는 것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당시 SLS는 워크아웃 전으로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차관의 주장은 180도 다르다. 박 전 차관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2009년 5월21일 한승수 당시 총리(75)를 수행해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이튿날인 22일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일본통’인 공직자 ㄱ씨와 함께 일본 의원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박 전 차관은 한국에서부터 10년 동안 알고 지내던 한진인터내셔널저팬 강모 대표와 ㄱ씨를 술집에서 함께 만났다. 일본 출장 직전 박 전 차관은 강 대표와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 자리에 가보니 ㄱ씨가 “나와 함께 삼성물산에 다니던 사람”이라며 권 지사장을 부른 상태여서 4명이 합석하게 됐다.
술자리에서는 주로 박 전 차관과 강 대표, ㄱ씨와 권 지사장이 따로 얘기를 나눴고 박 전 차관은 권 지사장이 SLS그룹 사람인 것도 알지 못했다. 1시간30분가량 술을 마시고 나갈 때 술값 16만1900엔(당시 약 200만원)은 강 대표가 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박 전 차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귀국했다.
박 전 차관은 처음 폭로 당시 “SLS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말이 바뀌었다. 그는 “권 지사장이 삼성물산 출신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확인해 보고 SLS 일본지사장인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