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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루는 두 예술가, 한식의 세계화를 논하다

꽃님이 |2011.10.04 03:32
조회 27 |추천 0
P {MARGIN-TOP: 2px; MARGIN-BOTTOM: 2px} 불을 다루는 두 예술가, 한식의 세계화를 논하다

도자기와 요리, 이 둘은 불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제철 산지 식재료가 음식 맛의 90%를 차지하고, 그 음식을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깊어진다는 것에 동의하는 두 예술가가 만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공 신경균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4백30여 명의 셰프를 디렉팅하는 총주방장 닉이 한식의 세계화를 논하다.



 


‘식자재 자체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 그것을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셰프 닉의 요리 철학. 더 좋은, 쓸모 있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도예가 신경균 역시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산지 무공해 식재료’만 사용하여 요리하는데, 그것이 훌륭한 음식 맛을 내기 위한 까탈스러운 조건이자 비결의 전부이다.

요리만 변한다고 세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요리와 식기의 상관관계는 너무나 깊다. 신경균 선생이 요리를 하게 된 계기가 더 좋은, 쓸모 있는 그릇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라고 했을 때 감동했다는 셰프 닉은 지금까지 그릇이 화려하면 음식이 죽는다고 하여 항상 화이트 접시를 사용했는데, 신경균 선생의 그릇을 봤을 때 자신의 요리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그 선에 매료됐다고. 화이트 접시 아닌 데 음식을 담아본 일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소한 경험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어울려 스스로 만족스러웠단다. 4백30여 명의 셰프를 총괄하고 있는 닉은 한국에 부임해서 처음 가졌던 회식 자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회식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셰프가 아닌 일명 ‘Mr. Kim’이라는 젊은 친구를 보좌관처럼 옆에 붙여주기에 ‘내가 뭐 어린애인가?’ 하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식이 시작되고, 테이블마다 돌아가며 ‘원 샷’을 의무감으로 수십 번 하다 보니 휴대전화가 어딜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만취 상태에 이르러 연신 ‘미스터 킴!’을 찾았다고. 닉은 술도 음식의 하나인데 왜 이렇게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서 먹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이처럼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세계화시켜야 한다는 발상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떡볶이를 즐겨 먹는데, 서양인들은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쫄깃쫄깃한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세계화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장안요’에서 공수해온 재료들로 만든 요리

가죽나물 고추장 무침
① 참죽의 새순을 가죽이라고 하는데, 붉은빛이 도는 게 씹을 때 느낌이 좋다. 생가죽을 다듬어 깨끗이 씻는다.
② 고추장, 고춧가루, 집간장, 매실 농축액, 참기름, 식초, 설탕 약간, 깨소금 적당량을 섞어 소스를 만든 후 ①의 생가죽을 버무린다.
셰프 Says 식감이 독특해서 가죽나물이라는 뜻이 진짜 ‘가죽(Leather)’인 줄 알았다. 한국 식재료엔 의미 있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게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 손으로 꺾어보아 똑 부러지는 나물류는 삶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게 맛있다는 것도 새로운 정보.

두릅조개무침
① 두릅은 초봄 딱 일주일 정도만 연하게 먹을 수 있다. 질겨진 두릅은 데쳐서 물기를 꼭 짠다.
② 조개를 깨끗이 씻어 살만 바른 후 기름에 살짝 볶는다.
③ 마늘, 깨소금, 짜지 않은 된장(조개의 짠맛을 살리기 위해)으로 ②의 조개와 두릅을 함께 양념한 후 상에 낸다.
셰프 Says 계절이 살짝 지나 질겨진 두릅을 볶음, 튀김 등으로 먹은 것은 새로운 경험. 두릅튀김을 초간장에 찍어 먹으니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게 신기했다. 쇠고기 간 것을 두릅과 함께 튀기면 아이들도 속아 넘어가는 고소한 맛이 된다고.


참나물무침
① 텃밭에서 뽑은 참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짠다.
② 집간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①의 참나물을 조몰락조몰락 무친다.
셰프 Says 향이 강한 허브 같은 느낌. 참나물, 참깨, 참기름 등 한국 식재료 앞머리에 붙은 ‘참’이란 글자는 ‘참으로 맛있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얘기를 듣고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다.

 


셰프 닉 플린은… 외교관 자녀로 태어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셰프 닉 플린은 자연스럽게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음식에 조예가 깊을 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 요리하기를 즐기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열여섯 살 때 전문 요리학교에 입학했다. 3년간 요리사 과정을 마치고 호주, 독일, 스위스, 싱가포르, 인도 등의 유명 호텔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모든 식음료 관련 업무 및 연회를 지휘하는 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닉이 말하는 한식의 세계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셰프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2박3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한식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한국에 1년 이상 머무르며 매일 한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그리고 언젠가는 다른 도시로 떠날 사람들에게 한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 가서 백련초와 한라봉이란 한국 식재료를 만난 것, 양양에 가서 숭어 축제에 참여한 것, 그리고 오늘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도기장을 만난 일이 제겐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모릅니다. 앞으로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할 테고, 어떤 요리를 만들든지 이러한 경험이 녹아날 게 분명하잖아요.”

 

 


‘장안요’에서 공수해온 재료들로 만든 요리


닉이 재해석한 참나물 페스토와 농어
페스토(Pesto)는 신선한 바질(Basil), 잣, 올리브유 등을 가열 조리하지 않고 완전히 으깬 후 섞어서 만들어 특히 파스타와 함께 즐기는 그린 소스. 장안요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 맛있다고 생각한 참나물무침과 도다리회무침을 접목시켜 생선회 샐러드를 만들었다. 신경균 선생의 플레이트에 농어회를 깔고, 바다 향이 느껴지도록 함초와 식용 꽃을 뿌려 장식했다. 포도씨유와 소금, 참나물 등을 블렌더에 곱게 갈아 만든 참나물 페스토를 농어회 위에 약간씩 얹어 한 점씩 먹기 편하도록 해놓았는데, 레몬즙은 페스토와 섞지 않고 먹기 직전에 뿌린다.

닉이 재해석한 표고버섯 라비올리 콩소메
장안요 앞마당에서 직접 종균을 배양하였다는 표고버섯을 그 자리에서 날것으로 하나 따 먹어봤는데, 그 향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입 안에서 버섯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가을이 버섯 철이라고 하니 기회가 닿는다면 그 때 꼭 다시 장안요를 찾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담백한 콩소메(쇠고기와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낸 후 기름을 걷어낸 맑은 고기 수프)를 접목시켰고, 라비올리 소도 쇠고기와 표고버섯만을 사용해 깔끔한 맛을 강조했다. 거기에 한국 식재료 중 즐겨 사용하는 장뇌삼을 곁들여 이탈리아식 보양 요리를 만든 듯. 




[출처] 제이컨텐트리 레몬트리 | 기획 정미경 기자 | 사진 조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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