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숙녀네이트인들 다들 1주년에 뭐함?
운수좋은J
|2011.10.21 01:33
조회 309 |추천 0
난 병원에서 죽먹고 자다가 집에 왔음요ㅇㅇ
슬픈 얘기 아님 ㄴㄴ
2010년 10월 20일에 사귀기 시작해서 이번에 1주년 기념일을 맞이했음
19일 수요일부로 S모사 최종면접에 합격해 취준생을 탈피한 남친과
스완 대기생인 나는 서로 다른 과 CC임
난 심지어 휴학 중이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볼 일도 별로 없어서
지난 3개월 간 매일 스트리트파이터를 방불케하는 싸움질만 하다가
어떻게 300일에 아끼고 아낀 돈으로 서로 선물도 하고 좋은 레스토랑도 갔었음
난 남친과 대학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봄
철없는 고딩시절 연애는 100일은커녕 두 달도 못 넘겼기 때문에
각종 기념일이 난 신기했음
남친과 같이 외국에서 유학할 때 남친이 직접 빼빼로를 만들어서 선물해줘서
처음이라 뭣도 모르고 아니 뭐 이런 걸 다 하며 받고 그냥 입을 씻은 나는 그 뒤로는 반성한 뒤 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크리스마스에도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둘이 음주 고스톱 치다가 걍 뻗었고
남친의 생일인 1월에도 놀러다니기 바빠서 제대로 된 편지는커녕 수분크림 하나 달랑 던져주고
언니오빠들과 폭풍연기로 신나게 낚아줌
각종 데이는 다 무시하고 둘만의 기념일과 생일에만 집중하리라 마음 먹기가 무섭게
발렌타인 데이가 찾아왔지만 나는 양놈의 기념일은 무시하자고 생각했음
그러나 주변에서 난리가 난 걸 보고 왠지 모를 의무감에
면세점에서 머리가 깨질 때까지 킁킁거리다가 향수를 사다 줌
이번에도 제대로 된 편지는 없ㅋ음ㅋ
근데 내가 벌러덩 누워 자는 사이 남친은 다른 언니들과 초콜릿을 사다가 또 초콜릿을 만들어줌^^;;;
졸지에 난 배은망덕십덕한 찌질이 여친이 됨.....
남친이 슬슬 나를 까기 시작함
"너 저번 내 생일 때 구석에서 파란종이에 뭐 열심히 쓰길래 설마했는데 그거 몇 시간 뒤에 내 손에 쥐어주더라^^"
"ㅇㅇ;; 죄송함다;;"
그 뒤로는 하도 가루가 되게 까여서 편지는 정성들여 쓰는 버릇을 들임
근데 반전은 남친은 그때 이후로 나한테 편지를 안 씀^^ 심지어 내 생일에도^^^
난 편협과 쪼잔의 대명사이므로 폭풍 까줌 ㅋㅋㅋㅋㅋㅋㅋㅋ 평생 울궈먹으리
100일은 남친이 제육볶음 해줘서 폭풍 퍼먹고 싸인 다운받아서 보다가 또 걍 쓰러져 잠
200일은 둘 다 정신이 없어서 걍 탕수육 덕후인 남친을 위해 중국집에 가서 짬뽕과 탕수육 세트로 깔끔하게 딜 헤헿
하지만 이때까지는 괜찮았음
둘 다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매일 보는 사이라 그냥 특별한 뭔가를 할 필요도 없었음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말이 달라짐 ㅡㅡ
비싼 척 심하게 함
그래서 몇 번씩 폭발해서 투닥투닥
암튼 난 앞마당에 질럿 쳐들어와 쑥대밭 된 상태로 망연자실하게 GG 치듯 저기압 상태로 한동안 있다가 결국 마음을 비우기 시작
지금은 잘 안 싸움
얼마 전에 11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신나서 10분 일찍 나온 나를 11시 30분까지 추운 가을 날씨에 정류장에서 짜게 식게 했지만 그래도 참음
사람 많이 좋아졌다는 걸 가끔 느낌 ㅇㅇ
근데 취업준비는 안 함 ㅡㅡ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정신 못 차림 한심함 ㅡㅡ 엄마아빠한테 죄송함
암튼 수요일에 면접 발표가 난 남친은 신이 나서 집에 가서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합격했다고 말씀드림
그리고 우리는 목요일 1년 기념일을 챙기기로 함
난 나름 기대했음 그래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놀 수 있는 하루가 될 거라고 예상
그날밤 카톡이 옴
"ㅇㅇ아... 오빠 할 말이 있어"
"ㅇㅇ?"
"거짓말하려고 했는데, 숨기고 싶었는데..."
"뭔소리임 알아듣게 설명해봐"
처음엔 낚신 줄 알고 역으로 낚을 생각을 하다가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에 나도 심각해짐
설마 취업됐다고 뻥차버리는 거지발싸개같은우라질놈이 내 남친은 아니겠지^^;;;
이러다가도 그냥 가볍게
이제 진지하게 나한테 취업준비 좀 하라고 충고하려고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자 하긴 내가 좀 답이 없는 상태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짐
솔직히 남친이 취직 잘돼서 축하하는 마음도 크지만 부러운 마음도 참 큼...
우리 엄마도 잘됐다 하시면서 너는? 너도 좀 어떻게 해봐 하는 눈치임
게다가 항상 웃으면서 "넌 안 될 거야^^ 그렇게 하다간 분명히 안 돼^^" 이렇게 악담을 진담 90% 섞인 드립을 치던 남친
암튼 계속해보라 함
그랬더니
"오빠가 요즘 학문에 힘을 좀 많이 썼잖니^^; 무슨 말인지 알지?"
?????
학문? 학문?? 학문??? 항......
순식간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 시작함
"웃고 있지ㅡㅡ? 웃고 있는 거 다 안다 그만 웃어"
"아니야 그게 뭐 웃을 일인가. 근데 그거 많이 아플텐데. 괜찮아?"
심각한 척 그러나 현실은 핸드폰 부여잡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댐
"암튼 지금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지옥을 맛본 느낌이야"
"겉이야 안이야? 안쪽이면 심각할 수 있......"
"만져봤어. 겉이야 상상은 금물^^"
풉ㅋ 그랭ㅇㅇㅋㅋㅋ
"쪽팔려 죽고 싶다"
"뭐 그런 것 갖고 그래. 맨날 자소서랑 논문 쓰느라 앉아있어서 그렇게 된 걸 걸. 그거 사람들 은근히 많이 걸리는 병이야. (근데 내 주위에는 니가 처음이란다) "
저번에 지하철역까지 내가 데리러 갔는데 화장실 잠깐 간다 그래놓고 한 10분이 지나도 안 나오길래 나중에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ㅋㅋㅋㅋ
근데 생각할수록 조금 어이없음
나의 1주년은????? 우리 기념일은??????? 취직했잖아 한턱 쏴야지?????????
뭐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병원 갔다와서 얼굴은 보기로 함
근데 그뒤로 잠깐이라도 대답이 늦어지면
"지금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있지?"
"네이트판에 대화하는 거 올려놓고 있는 거 다 보인다"
"그러지마!!!! 진짜 깽판칠거야 특히 언니한테 말하면!!!"
"역시 거짓말을 할 걸 그랬어..........."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며 우는 이모티콘이 급격하게 늘어남
그리고 결국 다음날 전화가 옴
"ㅇㅇ야... 오빠 수술 잡혔어..... 그리고 이틀동안 입원해야 된대...... 우리 기념일 이틀만 미뤄줄 수 있겠니?"
"ㅇㅇ 어쩔 수 없지 뭐. 그대신 병문안 감요"
"오지마!!!!!!!!!"
"그래도 명색이 여친인데 가야지;;"
"아니야 오지마!!!!!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 부탁이야 오지 말아줘"
"ㅡㅡ 그래도 1년은 1년인데 얼굴도 안 보여줌? 치사한 놈아"
"........"
"ㅡㅡ"
"그대신 먹을 건 사오지 마.... 쪽팔리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친 수업도 있는데 그냥 집안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간다고 하고 안 나감
그리고 2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저녁 즈음에 죽과 남친이 좋아하는 포도주스를 사들고 찾아감
그리고 같이 죽 먹음 ㅇㅇ
뭔가 어이없음 억울한 기분 그치만 잠자코 있었더니 남친이 눈치보더니 먼저 선수침
"네이트판에 올릴거지? 다 알고 있어 난. 제목 '1주년에 다들 뭐하세요?' '전 치질 수술한 남친이랑 같이 죽먹어요^^'"
자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안 올린다고 뻥치고 집에 와서 폭풍 타자 ㅋㅋㅋㅋ
그리고 어이없는 게 나도 어느 순간 폭풍 죽 흡입하고 옆에 간이 침대에 누워서 코 골면서 자다가 집에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친이 한심한 눈빛으로
"너는 병문안 와서 코까지 골면서 자다가 그냥 가냐?"
넌 학문에나 좀 더 신경 쓰렴 ㅇㅇ
언니가 뭐했냐며 폭풍 캐물어도 할말이 없음
으응^^;; 그냥 저녁 같이 먹었어^^;;;
입이 근질근질한데 참기 힘들다
암튼 이런 1주년 기념일도 있다는 걸 살면서 처음 알게 됨
익명의 힘을 빌어 쓰긴 하지만 남친이 보면 화낼지도 몰라서 초조함
판 될 일은 없을 것 같고 그냥 임금님귀 당나귀 좀 하러 옴 키킼ㅋ키ㅣㅣ킼ㅋ
남친아 힘내서 꼭 학문을 다시 갈고 닦길 바란다^^^!!!!!!!!!!!!!!!!!!!!
세줄 요약
1. 1주년 바로 전날 남친이 취직 됨. 나 한턱 쏘길 좀 기대함.
2. 갑자기 연락 옴. 학문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셨다 함. 고통에 몸부림 침.
3. 수술받고 입원함. 난 거기 가서 같이 폭풍 죽 처먹고 옆에서 코골며 잠.
결론 : 조은 1년 기념일이다 ㅇㅇ
혹은
여러분 학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됩니다그리고 통증이 오면 바로 병원에 가셔야 후폭풍이 덜해요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