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홍길동 넘어 ‘룰라’가 되라
2011-10-27 오후 2:04:36 게재
부자 압박하고 빈민 도운 활빈당 방식, '제도화' 필요
비판넘어 반대파 설득·변화 실현이 리더십 성패 좌우
서울에 최초로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이 탄생했다. 박원순 당선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힘은 단연 '민심'이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경고, 기득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투영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양보를 통한 단일화, 진보적 성향의 야당과 시민사회의 전폭적 지지도 그의 상승세를 도왔다.
이에 박 시장의 연착륙과 리더로서의 성패 여부는, 그를 지지했던 인물 및 세력에 대한 동반책임론과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 행정가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높은 관심에 비례해 그에게는 기존과는 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세기 홍길동'을 넘어 '한국의 룰라'를 지향해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성장해온 '박원순 리더십'은 '21세기 홍길동'에 비유할 수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끊임없이 강자를 감시·압박하면서, 빈민과 사회적 약자를 도왔다. 정치권을 떨게 만들었던 '총선 낙선운동',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실현한 '대기업으로부터의 기부를 받아 빈민을 돕는 활동'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선거운동 기간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낡은 정치, 낡은 행정을 싹싹 쓸어내자'고 주장하고, 유쾌한 1인 시위를 주동한 모습도 홍길동에 비유될 수 있다. 이른바 '활빈당 스타일'이 양극화에 지친 민심의 응원을 이끌어내고 분노한 대중을 응집시키는 요소가 된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를 지지했던 시민 김 모(36·의사)씨는 "민초들은 점잖게 상소를 올리던 유생들보다, 고관대작을 엄벌하고 쌀을 나눠주며 발랄하던 홍길동에 열광했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박원순'이 성공하려면, 활빈당 방식이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홍길동 능력에 따라 서민의 밥과 생활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서 안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현재 서울시에 대입해보면 △무상급식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정책 △반값등록금 등 교육 및 사회정책 등이 당장 현안으로 떠올라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 박원순의 능력을 넘어 세력의 힘이 요구된다. 민주노총 이수호 전 위원장은 최근 유세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공동지방 정부의 가능성'을 강조했고, 민주당 한 의원은 "야당을 통한 정책 연구와 통합 세력의 뒷받침"을 주장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반대파를 설득하는 리더십도 요구된다. '성공한 서민 대통령'을 상징하는 룰라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본인과 부자들을 극명하게 대조시키고 비판하면서 파격적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이를 법과 예산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반대파를 설득하고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포미 제로' (기아퇴치를 위한 정책), '불사 파밀리아' (저소득층 생계지원을 위한 정책)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단체와 재야의 지지로 지난해 6·2 지방선거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박정현 대전시의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환경운동을 할 당시에는 기득권을 비판하고 감시할 때 칭찬을 많이 받았다. 또 찬성파와 함께 행동하면서 힘이 났다"며 "하지만 정치인이 된 후에는 반대파까지 설득하느라 매우 힘들었다. 개발문제에 민감한 주민들까지 모두 껴안고 포용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현실적으로 변화를 일궈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룰라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반대파와도 대화하는 대통령' '서민이지만 부자도 설득해 친구가 되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넘는 포퓰러한 서울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