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FTA 정국과 '상식'

마코 |2011.11.03 06:46
조회 190 |추천 1

FTA 정국과 '상식'

 

바야흐로 FTA 정국이다.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전체가 FTA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저 이기는 놈이 우리 편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FTA야 어떻게 되든 관계없다.

야권, 그중에서도 특히 민주당이 심하다. 민주당이 FTA 비준의 마지막 볼모로 잡고 있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 시절만 해도 우리 제도를 한 단계 업드레이드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칭송됐다. 너무나 많은 증거가 남아 있어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ISD가 세계 모든 국가의 투자협정에서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서, ISD를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렇다면 모든 국제사회가 독(毒)에 중독되어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이 지금 이러는 것은 ISD라도 어떻게든 붙잡고 늘어지는 게 내년 총·대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밟고 지나가라는 얘기다. 그래서 비준 반대 세력을 묶어 선거를 치르겠다는 얘기다.

이런 계산은 '속셈'도 아니다. 완전히 드러내놓은 셈법이다. 당시 민주당과 정부의 최고요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땐 몰랐다"고 한다. 이런 벌거벗은 정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집권자격이 없었다는 것 아니냐"라든가 "정계은퇴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 해봐야 말한 사람만 어처구니없는 사람 될 뿐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런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안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칙' '상식' '공정'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진보도 보수도, 좌도 우도 아니라고 했고 세상을 상식의 틀로 본다고 했다. FTA 비준을 둘러싼 4년여에 걸친 야권의 행태는 상식적인가 아닌가.

FTA 정치에서 가장 원칙적인 사람들은 민노당이다. 그들은 4년 전에도 ISD를 독소조항이라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FTA 추진세력을 우파·신자유주의자들로 규정했다. 이 잣대를 가지고 FTA 찬성론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무릎꿇렸다. 4년 전 했던 자기 말을 정반대로 바꾸는 유시민 대표의 행태는 상식적인가 아닌가.

민주당도 무릎꿇었다. 경기도지사 시절 한·미 FTA를 칭송했던 손학규 대표는 "비준 결사저지"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발언자 43명 가운데 40명이 비준 반대 입장이었다. ISD가 '국제기준'이라고 하다 지금은 '독소조항'이라고 말을 뒤집은 민주당 사람들은 상식적인가, 비상식적인가.

안철수 원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원칙대로라면 야권의 행태가 '상식'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정치는 그런 것이다. 몇달 전 또는 며칠 전에 '진리'로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정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정치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매일 공개적으로 대답해가면서 단련되고 내공을 쌓아야 하는 것이 정치다. 다시 안 원장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추천수1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