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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전쟁의 대지존 광개토호태왕』1.하늘의 계시록 ⑶

개마기사단 |2011.11.03 22:45
조회 60 |추천 0

 

승전보를 접한 동부여의 국왕 해활은 크게 기뻐하며, 궁에서 10여리 밖이 되는 곳까지 나와 담덕 왕자를 비롯한 개선하는 군사들을 맞이했다.

 

“참으로 기쁘도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우리 동부여가 어찌 되었겠는가? 이 모두가 하늘의 도움이요, 조의선인 대장의 지혜로운 계책으로 승리했음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송구스럽습니다. 이번 싸움의 승리는 모두가 대왕 전하의 홍복이옵고 또한, 충성심으로 싸움에 임한 동부여 장수와 병사들의 용맹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허허허, 참으로 늠름하고 자신의 공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언행이 가상하구려. 모두 회궁하여 이번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를 베풀겠소이다.”

 

“참으로 감사하옵니다, 전하!”

 

공손한 태도로 대답한 담덕 왕자가 돌아서면서 연살타에게 말했다.

 

“모든 장수와 병사들은 회궁하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전군은 동부여의 왕궁으로 회궁한다!”

 

연살타가 소리치고 승전고도 울리자 모든 병사들도 큰 소리로 외쳤다.

 

“와, 만세! 회궁한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자!”

 

조의선인 대장 담덕 왕자와 당주들이 동부여의 왕궁에 들어가 잔칫상 앞에 둘러앉았다.

 

동부여의 국왕은 그윽한 눈으로 담덕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많은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번 승리의 선물로 조의선인 대장에게 나의 하나뿐인 딸 약연(藥演)을 배필로 보내고 싶구려. 조의선인 대장의 생각은 어떠하오?”

 

“공주님을 저의 배필로요?”

 

“왜 내 딸과 혼인을 하기가 싫으시오?”

 

“그…그게 아니오라……”

 

얼굴이 새빨개진 담덕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옆에 앉아 있던 연살타가 그 모습을 보고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대장님은 아직 미장가이시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다음에는 갈요가 맞장구를 쳤다.

 

“조의선인 훈련으로 고생만 하시는 대장님을 곁에서 뵙기가 참으로 민망했었는데 잘 된 일이 아닙니까요?”

 

“하지만…… 난 아직…….”

 

담덕이 어물거리자 동부여의 국왕 해활이 내실 쪽의 시녀에게 눈짓을 했고 시녀가 쪼르르 내실로 달려갔다.

 

얼마 후 화용월태(花容月態)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색의 처녀가 안에서 나오더니 담덕에게 살며시 절을 올렸다. 담덕 왕자는 그 여인을 본 순간 그만 청천벽력을 맞은 사람처럼 넋을 잃고 말았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담덕의 표정을 보면서 “아름다운 한 떨기의 꽃이라도 더 아름다울 수 없을 것입니다”라면서 담덕을 놀리기 시작했다.

 

“대장님 벌어진 입을 좀 다무시지요.”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사옵니다!”

 

“자, 그러지 말고 약연 공주님과 뒤뜰에 나가서 얘기라도 나누시구려.”

 

“옳소! 그렇게 하시지요.”

 

“장군들은 나를 너무 놀리지 마시오!”

 

담덕 왕자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그러자 약연 공주가 슬며시 손을 내밀어 담덕 왕자의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갔다. 동부여의 국왕과 신하들 그리고 조의선인의 당주들은 “와아!” 하고 함성을 질러대며 즐거워했다.

 

담덕과 약연은 뜰을 거닐고 있었는데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더니 약연의 머리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그것을 본 담덕이 말했다.

 

“나비마저도 아름다움에 취해 공주의 머리 위에 앉는군요.”

 

“공자님이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버님에게 들었는데 공자님에 대한 칭찬이 대단해요. 앞으로 고구려를 지킬 다시 없는 대장군이 되실 그릇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고개를 들지도 못 하고 시종일관 눈을 내리깔고서 옥음 같은 목소리로 담덕에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애교도 철철 넘쳐흘러 담덕의 가슴을 녹였다.

 

“아! 약연 공주, 부왕께서는 황송하게도 소인을 너무 과대평가해 주시는 것 같군요.”

 

“지나친 겸손의 말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인은 사내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지만 사내는 일개 필부(匹夫)가 아닌 이상 큰 뜻을 품고 살아간다오. 그 뜻을 세상에 펼치는 날이 바로 사내가 세상을 사는 유일한 목적이지요. 여인의 삶과 사내의 삶은 그래서 차이가 큰 것이오.”

 

“공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큰 뜻을 품은 사내를 섬기며 그 뜻을 이루는 데에 내조를 하는 것도 여인에게는 또 다른 행복일 수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필부는 원하지 않습니다.”

 

담덕은 약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대가 나를 좋게 생각해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소. 나의 마음도 그대의 마음과 같소.”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천에 떠 있는 해가 두 사람에게 눈부신 빛을 쏟고 있었다.

 

다음 날에 동부여 국왕 해활은 담덕 왕자를 초청해 독대를 했다.

 

해활은 담덕의 술잔에 술잔을 따르며 말했다.

 

“담덕 공자는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공자를 데릴사위로 맞이하고 싶소. 내가 보기에 부족한 내 여식을 공자가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듯도 하고 해서 대답을 듣고 싶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담덕 왕자가 입을 열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소인을 어여삐 보아 주시는 대왕 전하의 은덕이 분에 넘치옵니다. 그러나 소인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에 한가히 현실에 안주할 수 없사옵니다.”

 

해활의 마음은 급한데 담덕 왕자의 답은 느슨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의 현실에서 해활과 약연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을 담덕은 잘 알고 있었다. 또 혼인이라는 것은 인륜지대사이니 부모님께 일언반구도 없이 큰 불효를 저지를 수 없었다. 모든 진실을 밝힌 뒤에 또 어른들의 축복을 받으며 혼례를 치르고 싶었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오. 공자가 조의선인군과 함께 우리 동부여에서 생활하면서 이 나라를 지켜 주면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이고, 예전처럼 떠돌아다니며 고생할 필요가 없지 않겠소?”

 

“전하의 뜻은 고맙사오나 소인은 이미 조의선인의 수장이 되면서 천지신명께 맹세한 바가 있사옵니다.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한 소인이기에 이 몸의 평안을 위해서 이 동부여에 안주할 수 없나이다. 그리고 조의선인군은 큰 뜻을 위해 뭉쳐진 고구려의 최정예군이므로 저는 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야 할 처지이오며 그들의 희망과 염원을 저버릴 수 없으니 혼인은 2년 정도 유예시켰다가 했으면 하옵니다.”

 

“2년씩이나?”

 

“2년은 금방 지나갈 것입니다. 소인의 처지를 생각하시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소인이 반드시 작은 뜻이라도 이룬 뒤에 약연 공주를 찾아와 혼인하겠습니다.”

 

“그대의 뜻이 정히 그렇다면 안타까운 일이나 그렇게 하는 수밖에… 그러면 꼭 다시 찾아와 혼인하는 걸로 알겠소.”

 

해활은 자신의 욕심만을 내세워 담덕에게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머리를 끄덕이며 믿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얘기는 그렇게 끝났지만 담덕 왕자는 동부여 국왕의 예비 데릴사위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함 담덕은 해활을 배알하여 떠날 채비를 모두 갖추었음을 보고했다.

 

“대왕 전하의 은덕으로 비록 약식에 의해서지만 약연 공주를 얻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옵니다. 소인은 비록 이 동부여의 왕궁을 떠나지만 이번 말갈족의 침입처럼 동부여가 위기에 처하면 수시로 전하를 도울 것을 맹세하오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시옵소서.”

 

“나도 공자의 뜻을 이해하오. 사내가 큰 뜻을 세웠으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법. 내 공자의 뜻을 존중해 받드는 바이니 자주 왕래하며 나를 도와 주시오.”

 

“염려 마시옵소서, 대왕 전하!”

 

한쪽에서 담덕을 지켜보고 있던 약연이 그에게 다가서며 복주머니 하나를 건네 주었다.

 

“이것은 공자님께 드리는 저의 신표입니다.”

 

“신표라고요? 지금 열어 봐도 되겠소?”

 

“다음에 소녀가 그리울 때 개봉해 보시어요.”

 

“그럼 그렇게 하지요. 아무쪼록 부모님 잘 모시고 공주도 건강하시오.”

 

“공자님이 어디에 가시더라도 소녀는 일심으로 무운 장구를 기도드릴 것이니 사모하는 이 약연을 잊지 마시어요.”

 

담덕은 안타까운 마음에 약연을 힘껏 끌어안았다. 약연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담덕 왕자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사내 대장부요. 한 번 한 맹세는 목숨과도 같은 법. 내가 뜻을 이루면 당장 공주께 달려와 혼인하리다.”

 

담덕과 약연이 아쉬운 이별을 끝내자 동부여의 국왕 해활은 조의선인들에게 의복과 군마를 제공했다. 담덕이 인솔하는 조의선인군은 위풍도 당당한 모습으로 출발 신호와 함께 떠났다.

 

약연은 떠나는 조의선인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내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해활이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담덕 공자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틀림없이 천하를 깜짝 놀래킬 대영웅이 될 것이다. 담덕 공자의 말대로 영웅은 한 곳에 오래 안주하지는 않는다. 분명 큰 뜻을 이루면 너를 아내로 맞이하러 올 것이니 너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자를 기다리거라.”

 

아버지의 위로의 말이 귓전에 전해졌으나 약연 공주의 마음에 아롱져 있는 이별의 슬픔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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