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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부터 좋아했어.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아??

로팡 |2011.11.04 12:43
조회 583 |추천 1

 

4년 전에 1년동안 내가 몰래 조심스레 관찰했던 너는,

 

흰색 셔츠와 갈색 바지의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항상 깨끗하게 단정하게 입고 있었고,

 

키는 165가 되려나? 되게 작았어.

 

처음엔 빡빡머리였다가 점점 자라서 더벅머리가 되었고,

 

투명한 무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누가 쓸데 없는 장난이라도 걸라치면 바로 무시했었지.

 

남들이 친해지고 싶어도 못 다가가게되는 타입이었어.

 

예체능이라 수리는 9등급찍고 나머지는 전부 1,2등급을 찍으면서도 항상

 

학원과제는 꼬박꼬박 잘 해왔었고,

 

음악은 한대수 강산에 밥말리 등등 옛날 가수들부터 락 힙합 재즈 등 취향안가리고 듣는 타입이라

 

처음엔 내가 호기심이 갔어. 나도 음악을 좋아했거든.

 

파나소닉 cdp에 항상 음반사서 음악을 듣던 사람이었고,

 

이어폰은 삼성 이어폰을 중1때부턴가 고장안내고 듣고 있었다고 했어.

 

맨날 초콜렛이나 과자같은 거 주면 뒤에 있는 성분표시 읽으면서 '싫어' 하고 안먹는다고 거절했었고,

 

조용히 그림만 그려댔었어.

 

영화나 책도 좋아했지? 쿠엔틴 타란티노 좋아하고 느와르물 좋아했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좋아하지?

 

음식은 항상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이런 것만 먹고 군것질은 잘 안하지?

 

또래 애들의 시덥잖은 농담같은 거 귀찮아하면서도 착하고 순수했던 애들은 맘속으론 착하다고 좋아했지?

 

초콜릿 왜 안먹냐고 물어봤을때 '그거 하나 만든다고 가나 애들이 얼마나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는 질 아냐'고 해서

 

내가 참으로 당황했었던 거 기억하나 모르겠어.

 

그리고 이거 왜 안해왔어요?라고 물었을때 '내가 그걸 니한테 얘기해줘야 하는 이유가 뭔데'라고

 

말했을 때 당황했던 내 표정을 인상깊게 봤다고 했었지?

 

그렇게 남들한테 까칠하게 굴면서도 길가에 쬐만한 어린애들이 지나가면 괜시리 머리 쓰다듬고 가고

 

부모님과 형님과 친한 친구들과 같이 너에게 소중한 이들은 정말 끔찍하게 아껴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

 

너가 수능 끝나고 나면 좀 더 친해져서 고백해야지, 했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언니가 너에게

 

첫사랑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참 슬펐어.

 

그 언니와 나랑 만나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 너가 나타나서 같이 밥을 먹으면서 둘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는 것도 되게 슬펐어.

 

근데 그 언니도 되게 착하고 맘씨 곱고 순수하고 여렸기에 맘을 접어야겠다라고 맘을 먹었지.

 

그리고 난 서울로 올라와서 남자친구도 사귀고 이래저래 지내는데 그게 오래 못간 이유도 너때문이야.

 

그래서 완전히 맘이 접어지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겠다, 라고 하고 있을 때

 

그 언니랑 연락을 하면서도 그 언니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지.

 

아주아주 순진하고 맘여리고 착한 언닌 줄 알았는데 은근은근 나를 깡그리 무시하고 짓밟는 말을 하고

 

너랑 사귄지 3달만에 유학을 가놓고선 국제연애를 하면서도 해외에 다른 스펙좋은 남자가 자기한테 들이댄다고

 

나한테 고민상담하기도 하고... 그 언니에게 너가 너무 아까웠어.

 

그리고 너가 군대에 간 뒤 그 언니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다행이다 싶었어.

 

다시 내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같은 게 든 게 아니라, 친구로써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

 

그 언니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길 바랬어.

 

처음 본 지 거의 3년이 흐른 시간이었기에 난 너에 대한 맘을 접고 정말 혼자서 잘 지내고 있었지.

 

 

 

근데 이번 4월달 너한테서 연락이 오더라?

 

휴가 나와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연락처에 니가 있길래 신기해서 전화했다고,

 

웃기게도 그런 식으로 말했었지. 그냥 심심하니 만나자고 하면 될 것을.

 

그 날 공연을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3시간 내내 새벽 거리를 걷는데 너무나 행복했어.

 

그래서 이제 완전히 접혔다고 생각했던 내 맘이 다시 부풀어 올랐지.

 

그 뒤로 말년이 다 되어가는 너에게 음반과 함께 편지를 보냈었지,

 

그리고 9월 달에 또 말년 휴가를 나와서 너가 연극보러오라고 했을때도 정말정말 설렜었어.

 

그 날 편지 답장은 왜 없냐고 했을 때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로 그 다음날 내게 편지 한 장을

 

가득 채워서 답장 보내준 것도 몇번이나 읽었는지 몰라.

 

 

그리고 이번 영화제때, 거의 일주일 내내 만나서 같이 본 영화만 해도 7~9편은 됐었나 모르겠어.

 

같이 밥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밤샘 영화보다 지쳐서 방잡아서 넌 침대밑에서

 

난 침대에서 3시간 쪽잠도 자고...

 

 

 

그리고 너와 함께 있는 마지막 날 내가 말했었지.

 

내가 좋아하는 거 아냐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일러'래.

 

이르다고.

 

난 아직 널 잘 모른다고.

 

친구로써는 몰라도 이성으로는 아직이라고.

 

그 며칠 전날 바닷가에서 얘기하던 중 연애경험 없이 바로 결혼할 줄 알았다던 너의 말이 생각이 났어.

 

그래. 신중하겠지. 너무 신중한 성격이라 4년 전부터 알던 애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싶겠지.

 

물론 근 3년간은 거의 연락도 없고 만나지도 못했기에 잘 알지 못하겠다던 너의 맘도 충분히 이해는 가.

 

 

난 서울로 올라왔고, 우습게도 이틀만에 감정이 정리가 되었어.

 

감정 정리라기보다 더이상 슬프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았어.

 

 

 

신기하게도 서울로 올라온 지 3일만에 누군가가 내게 고백을 하기도 했고 말이야.

 

사실 내가 얼굴이 이쁜 것도 전혀 아니고, 피부도 안좋고, 뭐 하나 잘난 건 없지만,

 

이상하게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여태껏 꽤 많았어.

 

 

 

 

 

나도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니까 혼자 지내는 게 딱히 외롭지도 않았고,

 

널 다시 좋아한다는 감정이 생겼을 때부턴 주변에 짝사랑하는 사람 있다고 대놓고 광고하고 다녀서

 

날 좋아하는 친구든, 오빠든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지.

 

 

그래서 더 이상 슬프지가 않았을 때부터, 너와 헤어진 지 한 일주일 쯤이 흘렀을 때부터 난 다시

 

친구로서 너에게 말을 걸고, 아는 동생으로서 너에게 사소한 질문을 던져댔지. 

 

너 또한 평소처럼 담담히 말을 하고 말이야.

 

 

 

근데도 이상하지. 아직도 맘이 다 접힌 게 아닌가봐.

 

너가 나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여자인지, 알았으면 좋겠어.

 

 

 

얼른 너를 잊을만한 남자가 나타났음 좋겠어.

 

아님 얼른 너가 내가 봐도 착하고 순수하고 매력적인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넌 내 첫사랑이기도 하고 아직까진 마지막 사랑이니까.

 

나 스물 두 살, 넌 스물 세 살. 아직 어리잖아. 그니까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너가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그냥 아는 동생, 좋은 동생, 이게 아니라. 이성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CJW. 넌 네이트 판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니까... 얼마 전부터 네이트판 눈팅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글을 적는데...  혹시 너의 주변인들이 봤으면 말해줬음 좋겠어.

 

 

 

나 사실 위에 적은 거 말고도, 너에 대해서 적으라고 하면 A4용지 10장을 10포인트로 꽉 채워서

 

적을 수가 있어.

 

 

 

근데도 너가 말했듯이 난 아직 너를 잘 모르나봐.

 

그만큼 너도 날 훨씬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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