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저씨. 혹시 이거 봐요?

 

오랜만이죠. 이거 볼 지 모르겠다.

사실은 전화할까도 생각 했었는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아서.

 

아저씨 한국 왔다는 소식 듣고서

얼굴 한 번 보고는 싶었어요

무슨 표정을 지어야될지는 아직도 결정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까.

 

부끄럽지만 감히 말하자면

아저씨 내 첫사랑이니까

사실은 항상 생각나요

다른 짝사랑 하면서도 생각 났고.

다른 사랑을 하면서도 생각 났고.

 

근데 요즘들어 생각이 더 나네요.

나 이별했거든요.

 

나 많이 좋아해주던 아이였는데

힘들게 했어요 내가. 내가 너무 못나서.

아저씨한테 못해줘서 아쉬웠던거,

아저씨랑 못해서 아쉬웠던거,

다 해주려고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너무 힘들게 만들었나봐요.

 

다 정리 하고 말한거더라구요. 그만 해야할 것 같다고.

나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는데.

공부에 집중해야하는데도.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정리 못하고 있어요.

나는 아직도 좋아하는데 그 아인 아닌 것 같아서 많이 힘들기도 하고. 아프고.

 

아파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새삼스럽게.

아저씨랑 헤어지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의 날 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힘들었을까.

상처가 될 말과 표정으로 아저씰 대하는 날 보면서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지금 나처럼 많이 힘들었을까... 싶어서.

 

이제야 깨달아서, 새삼스레 많이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것도. 우리 마지막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도.

 

 

우리 다시 웃으며 얼굴 보기 원하는건

내 이기적인 욕심일까요.

아니, 서로 피하지 않을 사이가 되길 원하는것 마저도 욕심인가요.

이제 우리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인가요.

 

원하는거 없어요

아저씨 정말 좋은 남자였고

앞으로도 아저씨같은 사람 못만날거에요 어디서든

내가 지금 그리워하는 그 녀석보다도 아저씬 열배 백배 좋은 남자였어요

그런데도 나는.... 아저씨에게 돌아갈 생각 없었어요. 전부터. 지금도.

그냥 우리 몇 개월, 몇 년의 행복한 추억을 나눴던,

소소하게 그 추억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사이 되고싶어요.

우리 그런 사이가 되면 그 추억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아요.

 

어쨌거나 나는 이렇게 살거에요.

아저씨랑 헤어지고 나서 다짐했던 내 신조대로

더 이상 사랑 안할거에요.

평생...... 내가 아프게 한 그 아이 담아두고 살거에요.

아니, 그 아일 묻어두고 평생 아무도 담아두지 않고 살거에요.

그래서... 내가 아직 다른 사랑을 하고 있어서

먼저 연락 못하겠어요. 우리 친구 하자고.

그러니까...... 혹시 이 글 보거든. 이 글 보거도 마음이 괜찮거든. 연락해요.

 

친구 못하겠어도 연락해요. 우리 다시 끝내요. 좋은 이별해요.

아저씨한테 상처줬을 내 모진 말과 표정들이 기억나서 내가 너무 괴롭거든요.

그러니까... 나 아저씨한테 사과하고 싶으니까. 연락해요.

 

 

미안해요.

the first, the last, forever....

forever는 몇 년 전에 끝났어도

the last는 지켜주고 싶었는데.

 

행복해요, 잘 지내요.

 

 

 

..... 전해주지 못한 몇년 전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꼬맹이가.

 

 

 

혹시나 아저씨가 이 글 보고도 못알아볼까봐. 2008년 11월 1일, 우리의 특별한 99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