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정말 말들이 많습니다. 양측의 입장에서 너무 대립되는 의견이 많아, 한번 FTA 조약문을 찾아보았습니다. 물론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때문에 절반 정도는 읽었으나 전문은 읽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두루뭉실하게 얘기하기보다는 아는 부분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 ISD
ISD에 대한 말이 참 많죠. ISD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말합니다. ISD는 50-60년대에 국가가 투자자에게 안전을 보증해주어,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되었으며,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는 철저하게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물론 그 투자자가 우리나라 기업일 수도 있고 미국 기업일 수도 있죠. 따라서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ISD는 다양한 루트로 제소될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국에 자회사가 있는 기업이라면 자회사를 통해 한국으로 제소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도 외국 투자자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에 제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ISD의 패소는 단순히 보상금지불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이 정부의 규제정책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역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예전처럼 ISD로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운 실정인데다, 이러한 위험성들 때문에 최근에는 국제 조약에서 ISD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한-칠레처럼 이전에 맺은 FTA에도 ISD조항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한미 간의 FTA에도 ISD조항을 반드시 넣어야하는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데 이득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ISD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입니다. 꼭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할까요?
다른 자료에서 국제적으로 ISD가 제소된 일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ISD는 투자자나 국가 둘 중 한 쪽이라도 “비공개”를 요청하면, 시작부터 과정, 결론까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외부에선 제소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ISD 제소 건수가 몇 건이었다.” 이러한 것은 거짓 정보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조항을 굳이 그 위험성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반드시 넣어야 할까요?
2.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우리 서민 생활과 가장 연계가 깊은 조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는 의약품 특허권자 권리를 보호하고자 특허기간이 존속하는 동안 허가와 특허를 연계해 복제약품(제네릭, Generic) 시판을 금지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는 Trips plus(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의 강화된 버전)안의 주된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FTA에 Trips+라는 제도는 없다고 하는데, 결국 그게 그거죠. 미국계 FTA는 거의 trips+ 조항이 포함됩니다. EU계 FTA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선 거의 없고요.
허가-특허 연계제도 아래에선, 특허기간 중에 다른 제약회사가 복제약 시판 허가를 신청하면, 국가는 특허권을 가진 기업에게 사실을 알리고 승인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특허권을 가진 회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버린다면 그 즉시 시판 허가 신청은 중지됩니다. 따라서 복제약 생산은 매우 늦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에 오르는 의약품 값을 소비자들이 감당하기란 참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복제약 생산으로 연명하는 국내 제약회사들의 피해도 막심합니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밥줄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전부 문을 닫는다면 그것은 결국 다시 약값 상승이란 결과를 가져오겠죠.
이 제도에 대해 말이 많아지자 정부에서는 추가 협상에서 3년간의 유예기간을 받아냈습니다. 기존에 18개월이던 것을 3년으로 늘린 것이지요. 정부는 협상에 성공했다며 기뻐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이런 내용의 기사는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3년이란 시간은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의약품값이 오르면 자연히 국가가 감당해야할 의료보험에 대한 부담도 커집니다. 국가의 재정은 한정되어있습니다. 결국 의료보험비가 오르거나, 의료보험 지원이 대폭으로 줄어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줄어든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난다면, 그것을 채우기 위해 민영보험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의료보험민영화라고 하는 것은 정말 의료보험민영화라는 제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배경에 따라 값비싼 민영보험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 큰 문제는 WTO의 조약에 따라 의약품 특허-허가 제도가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곧 EU와의 FTA에도 이 제도가 추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상당수의 유럽의 약을 복제하여 쓰는 우리나라에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됩니다. 물론 소비자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밖에도 FTA에는 매우 불리한 조항이나, 결코 반길 수 만은 없는 조항들이 대부분입니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찾아본다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FTA를 실행할 때, 관세철폐로 인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기에 유리하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의 대부분이 미국 현지화가 된 지금, 그에 따른 이익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괜히 우리나라의 1차 산업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닐까요.
지금도 야당의원들이 하루하루 온몸으로 비준안 통과를 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나라당은 계속 날치기를 시도하고, 흘러만 가는 시간에 야당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까지 계속 이런식으로 막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뉴스 메인에 'FTA 비준안 통과'라고 뜨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행동해야할 때입니다.
정부에서 나라에 좋지 않는 조약을 체결할 리가 없다구요?
한미FTA,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대기업에게 좋은 점 말이죠. 서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이란 거의 없고 많은 부담만 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대한민국 1%입니까?
이제는 선택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