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政 너머’에 시선 둔 朴,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직접 뛰어들었다. 박 시장은 7일 한·미 FTA를 사실상 반대하는 ‘서울시 의견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한 데 이어 8일에는 ‘한·미 FTA 대책협의체(가칭)’ 구성의사를 밝히는 등 한·미 FTA에 대한 정면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박 시장은 한·미 FTA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 협의체 구성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의식, 반대입장 표명과 협의체 구성을 시정과 관련된 분야로 한정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국론이 양분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한·미 FTA에 입장 표명을 한 이상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약속하고, 야권 대통합을 추진하는 ‘혁신과 통합’에 가입해 추진위원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한·미 FTA 논쟁에 참여해 정치적 보폭을 넓히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은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도 가까운 사이다.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놓고 시정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선 후 박 시장은 시가 한·미 FTA에 개입할 경우 ‘진의’가 왜곡된 채 ‘정치적 파장’만 야기할 수 있다는 시 간부와 측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 대한 입장표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한·미 FTA가 천만 서울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자 권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시장은 “한·미 FTA는 얘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 시장은 의견서 제출에 앞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서민적 행보와 ‘경청’을 중시하지만, 자신의 관점을 바꿀 정도로 유연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시정에 시민단체 출신의 참여는 줄이고, 폭넓은 인물들을 참여시키려 하는 것을 보면 꿈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창원(행정학) 한성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에 교섭권한이 있는 일에 대해 간섭하면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서울시정을 책임지는 행정가라면 시의 정책영역 측면에서 어떤 게 한·미 FTA와 충돌이 되고, 그래서 자신은 조례 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등의 의견을 내는 게 맞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