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정권命運 걸라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동의가 지체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찬반 논쟁 국면으로 다시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 이명박 정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바엔 한나라당에 왜 재적 과반의석이 훨씬 넘는 168석을 만들어주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넘쳐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서야 여야 의원들에게 협조 서한을 보내는 등 근본적으로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결기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정부대로 오역(誤譯) 파문의 원죄 속에 반(反)FTA 궤변·괴담에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당·정·청(黨政靑)이 소명의식 없이 무기력·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자 반대 세력이 힘을 얻어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이전 여권(與圈)의 대응 자세와 똑같다.
민주노동당 등 야당 보좌관들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을 9일째 무단 점거중인데도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비켜달라고 통사정하다 돌아서는 게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전부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의지가 박약하니 야권이 핵심 쟁점으로 삼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통상국가에서는 애당초 시빗거리도 안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반대 세력들은 마치 국가주권이라도 상실하게 되는 듯 과장하고 허위 사실을 조직적으로 퍼뜨리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맹장 수술비는 3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오른다’ ‘전기·가스·수도·지하철 요금이 폭등한다’는 황당한 얘기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까지 괴담을 만들어 퍼나르기를 하면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한·미FTA 서울시 의견서’를 정부에 내고 ISD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선거 기간중에는 여론을 의식해 찬반 입장 표명을 미루더니 시장이 되자마자 감춰왔던 의중을 드러내 반대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교묘한 행태를 보였다. 박 시장 역시 지방정부는 ISD의 직접 제소 대상도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도 없을텐데, 이를 트집잡아 군불을 때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 진출 우려도 지난 7월1일 잠정발효한 한·유럽연합(EU) FTA를 통해 기우(杞憂)임이 확인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문제삼았다. 최대 지방자치단체장이 야권 통합이라는 정치적 이해를 위해 국가적 의제를 걸고 넘어지는 정략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가 자체적으로도 얼토당토 않은 제안으로 평가되자 이를 물리고 내년 4월 총선이나 다음 정권에서 결정하자고 나왔다. 여권은 더 이상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간 내년 총선·대선 때까지도 한·미FTA 비준 절차를 끝내지 못하는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 외통위의 정상적인 의정절차가 물리력으로 차단된 상황에선 국회법에 따른 차선책, 곧 박희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표결 처리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본회의가 열리는 10일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정권의 명운(命運)을 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