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매료됐다.
너무나 빨리 읽혀졌으나, 한 문장 한 문장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었다.
매력적인 책이다. 자신있게 추천한다!
(영화 포스터)
주인공인 소년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한 가정의 도련님이다. 그리고 그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하산은 그의 몸종이다.
아미르의 아버지인 바바는 돈과 힘을 가진 아프가니스탄 한 마을의 재력가이고, 하산의 아버지인 알리는 바로 그 재력가의 하인인 것이다.
평생을 하인의 신분으로 살아갈 하산은,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을 가졌다. 아미르의 눈을 통해 그 순수함이 그대로 전달되어진다.
나는 하산의 그 아름다운 마음에 너무나 감동받았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하산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내가 시키면 진흙을 먹을 수 있어?'
...
'원하시면 기꺼이 할게요.'
마침내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눈길을 떨어뜨렸다.
지금도 하산처럼 한마디 한마디를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은 힘들다.
'그런데 진심으로 그런 일을 시킬 건가요, 아미르 도련님?'
그런 식으로 그는 나를 시험했다.
만약 내가 그에게 장난으로 그의 충성심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면 그는 내게 장난으로 내 진실함을 시험하려 했다.
이런 대화를 아예 시작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하면서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하산. 내가 그렇게 안 하리라는 것을 잘 알잖아.'
하산 역시 미소로 답했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억지로 지은 것이 아니었다.
'알아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심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은 못 사는 나라다.
전쟁이 계속 되던 곳이며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나라 곳곳에 깔려 있는 위험한 곳이다. 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관심 갖지 않았다.
그런데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는 소설 속 주인공인 아미르를 통해 작가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나는 생각한다.ㅋ)
'작가라고요? 그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글을 쓰나요?'
'그 전에는 썼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최근에 쓴 소설 '재의 계절'은 아내가 자신의 제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집시 무리에 들어간 대학교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소설은 나쁜 축에는 들지 않았다. 몇몇 비평가들은 그것을 '훌륭한' 책이라고 평했고, 어떤 비평가는 '매혹적인'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책이 부끄러워졌다.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 와히드가 묻지 않길 바랐다.
'그렇다면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글을 써야 합니다. 탈레반이 우리나라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글쎄요, 저는...... 저는 그런 종류의 작가가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와히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약간 붉혔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졌던,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상황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덕분에 나는 그의 소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들의 참혹한, 참혹했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도록 그는 증거를 남겼다.
'한 지도자가 있었지. 훌륭한 지도자였어. 비전을 가진 남자였지.
만약 히틀러가 시작했던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 되었을 거야. 다우드 칸에게 그렇게 말씀드릴 거야.'
'바바가 그러는데 히틀러는 미쳤대.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죽이라고 했다는데.'
아세프가 낄낄대며 웃었다.
'아프가니스탄은 파쉬툰인의 나라야.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우리가 진정한 아프가니스탄인이란 말이야. 저 애 종족이 우리 조국을 더럽히고 있어. 그들이 우리 피를 더럽히고 있어.
아프가니스탄을 파쉬툰인에게! 그게 내 비전이야.
히틀러에게는 너무 늦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아.'
파리드는 번잡한 길모퉁이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를 가리켰다.
한 사람은 한쪽 다리가 무릎 아래 부분부터 잘려나가서 다른 쪽 다리 하나로 절름거리고 있었다. 그가 의족 하나를 팔에 안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뭐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다리를 가지고 흥정하고 있는 거에요.'
'저 사람이 자기 다리를 판다는 말이오?'
파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시장에서는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거든요. 두 주 정도 애들 먹일 식량을 살 수 있죠.'
무자비한 대량 학살이 벌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폭탄이 떨어져 삶의 자리가 모두 무너져 내리고,
가족에게조차 자유를 말할 수 없는 참혹한 상황.
그리고 당연한듯이 존재하는 인종 차별,
자신은 하인의 신분이고 그렇게 평생을 살다가 죽으리라는 것에 일말의 의심도 없는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아미르.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세요, 도련님.'
하산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아세프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상하 계급구조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렇게 뿌리 깊게 의식하면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는 잠시 동안 생각해보았다.
'나중에 너한테 하나 사줄게.'
내 말에 하산의 얼굴이 환해졌다.
'텔레비전을요? 정말이요?
'물론이지. 흑백텔레비전 말고. 그때쯤이면 우리가 어른이 되어 있겠지. 그러면 두 대 사지 뭐. 하나는 네 것으로 하나는 내 것으로 말이야.'
'제 그림들을 놓아둔 책상 위에 텔레비전을 올려놓을게요.'
하산의 말에 나는 조금 슬퍼졌다. 하산의 신분과 그가 살고 있는 집 때문에 슬퍼졌다.
아버지 알리와 마찬가지로 진흙 오두막 집에서 자신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하산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슬펐다.
아미르는 자신의 몸종인 하산을 사랑했다. 늘 둘은 함께였고, 형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르는 하산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산조차.. 자신이 아미르와 친구라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아 슬프다.
'그런데 그를 위해 너 자신을 희생하기 전에 이걸 생각해봐. 그도 너를 위해 똑같이 해줄까?
손님들이 오면 그가 널 놀이에 한 번도 끼워주지 않는 이유를 따져본 적 있니?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만 너하고 놀아주는 이유가 뭘까?
왜 그러는지 알려주지, 하자라. 그에게는 네가 못생긴 애완동물에 불과하기 때문이야.
지루할 때 갖고 놀 수 있는 것. 화날 때 걷어찰 수 있는 것 말이야. 어리석게 그 이상일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아미르 도련님과 저는 친구에요!'. 하산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미르와 하산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
그들의 조국은 여전히 아프다. 전쟁이 끝나는가 싶더니 탈레반의 무자비하고 잔인한 학살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미르 역시 그의 죄로 인해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을 거두어낼 용기가 그에게는 없다.
그녀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비밀을 드러내서 이야기하고 해결했다.
나도 입을 열고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신하고 거짓말을 했는지, 어떻게 그를 쫓아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바와 알리의 40년 우정을 망가뜨렸는지 그녀에게 말해줄 뻔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소라야 타헤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용기가 그 중 하나였다.
무엇이 그를 이끌었든지, 그는 다시 하산을 향해 움직인다.
하산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드디어 하산을 위해, 아미르 자신의 속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짐을 내려놓게 되는지, 과연 진정으로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후반부는 그 답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읽게 된다.
네 아버지가 가진 좋은, 진짜 좋은 자질이 회한에서 생겨났다는 점을 네가 이해해주길 바란다.
어려운 처지의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했던 그의 모든 행동이 사실은 속죄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선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속죄일 것이다, 아미르 잔.
결국 신이 용서할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신은 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너 역시 용서할 것이다.
너도 그렇게 할 수 있길 바란다. 할 수 있다면 네 아버지를 용서하렴. 원한다면 나를 용서하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용서하거라.
나는 바바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신은 존재하고 항상 존재했었다. 이곳 복도에 있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눈에서 나는 신을 보았다.
밝은 다이아몬드 빛과 높이 솟은 광탑이 있는 하얀 사원이 아닌, 바로 이곳이 진정한 신의 집이며 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신을 찾게 되는 곳이었다.
신은 존재하며 신은 존재해야 한다.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나는 달렸다. 고함을 질러대는 아이들 무리와 함께 다 큰 어른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판즈세르 계곡만큼이나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달렸다.
그렇게 나는 달렸다.
핍박받는 나라의, 천대받는 인종의,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언청이,
그러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언청이, 하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 바바 때문에,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소설 속 아프가니스탄인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고마웠다.
스틸 사진을 보는데, 소설 속 장면들이 그려져 뭉클했다.
영화도 봐야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