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가지 복잡한 가정사로 마음이 피폐한 20대 후반 여자 입니다.
요즘 시친결 읽으면서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 시집과 친정, 그리고 가족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 보며 이 글을 씁니다.
남자친구랑 결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둘만 얘기중입니다.)
남친 스펙문제로(나 서울 상위권 + 유학, 남친 전문대 ㅠㅠ 그치만 내남친 인성은 최고 완전짱인 남자
) 우리 엄마가 (울집은 아버지 안계심) 결혼의 결자는 커녕 남친으로 인정조차 안해주셔서 머리가 아프네요..
워낙 스펙을 중요시 하시고 상류층이 되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엄마라 거의 엄마를 죽이고 결혼해라 라는 분위기를 풍기시네요.. 아직 결혼얘기 직접적으로는 꺼내지도 못했는데도..
남친 부모님은 저를 자꾸 더 보자고 하시는데 (얼굴 뵜음) 울 엄마가 저리 완강하시니
남친 나이도 있는데 (30대 중반 넘어가네요) 나때문에 이렇게 질질 끌어지는것 같아 남친 부모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아무리 내가 울엄마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놈의 상류층!!! 그냥 생긴대로 살면 안되나요.. 답답합니다.. 나 성적 스트레스에 엄마 찔러 죽였다는 그학생 이해함) 그래도 나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인데 (울엄마는 정신적인거 외에는 못해준건 없음) 울엄마한테도 잘 못하는걸 남친 부모님께 가서 살갑게 굴고 이러는게 맘에 걸려 최대한 미룰수 있을만큼 미뤄보았습니다. (이부분은 남친이 스크리닝 잘 해줘서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그치만 이제 만난지 2년도 넘어가고 나도 결혼생각이 자꾸 생기니 정말 우리집을 뒤집어 엎어서라도 결혼하겠다고 할만한 집인건지 내입장에서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남친 어머니 생신이라길래 가 보았습니다.
워낙 톡에서 들은 얘기들이 많아 설겆이, 설겆이는 어쩌지?? 하는 뭔지 모를 불쾌감을 벌써 밑바닥부터 깔고 설겆이 내가 해야 하나고 남친 생각을 물어보니 남친이
'하면 좋지 않을까?' 하길래
역시 내남친두 똑같구나하고
'오빠는 뭐하고 내가해! 오빠 어머니 생신인데 오빠가 하고 내가 오빠를 도와줘야지!!'
도끼눈을 뜨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지 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길래 괜히 너무 많이 들어서 민감하게 굴었나 쪼끔 민망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니 예상외로 너무 반겨주시며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갈비랑 게장이랑 해놓았다고 하십니다. (아니 어머니 생신이신데 ㅠㅠ)
그리고 밥을 다 먹고나서 그릇을 치우는데 먼저 벌떡 일어나서 도와드렸습니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정도는 당연히..)
그러니까 남친이 얼른 싱크대로 가서 설겆이를 하더라구요
저 역시 잽싸게 따라가서 도와주었습니다.
남친 어머님이 내버려두라고 몇번 하셨는데 꾿꾿이 계속 하니까 나두시더군요 ㅎㅎ
그렇게 밥먹고 두런두런 얘기하다 보니 금새 시간이 9시가 넘더라구요
전 의외로 불편하지도 않고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앉아있었는데
남친이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늦었다고 가야겠다고 얘 불편하겠다고 합니다.
남친 부모님이 왜, 더 놀다가지~ 하니까 남친이
'엄마 아빠야 재밌고 좋지 얘가 지금 맘 편하랬다고 맘이 편하겠어?
엄마가 맨 처음 시부모님 집 가봤을때 생각해봐~' 라고 하더군요 이건 사전교육 안시켰는데 ㅎㅎ
남친 어머님이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시절 떠올리시며 약 10분 신세한탄 하시고 ㅋㅋㅋ
늦었으니 얼른 가보라고 하셔서 일어났습니다.
아.. 말로만 듣던 남친집 방문인데 저는 다행히도 속상한게 하나도 없네요 ㅎㅎ
오히려 맨날 그거밖에 못하냐 이거 맘에 안든다 저거 맘에 안든다 하시는 울집보다 편했어요
이렇게 처음부터 '아들 여친이니 당연히 이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생각하시는게 아니라
먼저 나서서 챙겨주시고, 그리고 나도 고마워서 더 해드리게 되고
똑같이 설겆이 해드리는건데 이렇게 마음이 틀리네요
그리고 추가로 남친 얘기를 갑자기 톡에 쓰게 된 계기가 있어서 써 드릴께요
남친 부모님이 시골에 땅을 사서 귀농하고 싶으신데 좋은 땅이 나왔다며 남친이 같이 봐주길 바라는 눈치셨습니다.
남친은 부모님이랑 뭘 하는걸 싫어해서 답변을 밍기적 거리는걸 제가 같이 가라고 눈치를 줬어요 저도 같이 가고 싶다고.. (사실 저도 40 되기 전에 시골에 땅 하나 사는게 목표라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가게 됐는데 중간에 얘길 듣다 보니 땅 파시는 분이 원래 귀농하여 농사 짓다가 노후대책으로 처남이랑 같이 하려고 큰 땅을 사서 과수원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처남이 중간에 안한다고 손 떼는 바람에 운영을 할수 없게 되어 급하게 내놓게 되었답니다. 이걸 팔아도 투자하느라 빌린 돈 때문에 몇억 빚더미에 앉는다고 하시네요.
그냥 그 얘기만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주인집에 갔는데
점심은 드셨냐고 하시면서 마침 된장찌게 했는데 잘됐다고 먹고 가라고 그러시네요
그렇게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전 처음에 집주인인줄 몰랐던게 표정들이 너무 덤덤하시고 저희랑 얘기하시는데 허허 웃으시고 하셔서 집주인이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파시는거면 표정이 안좋을만도 하실텐데요..)
그리고 부인 되시는 분이 계속해서 남편이 친정 잘못만나서, 처갓집 잘못 만나서 이렇게 됐다고 자기가 너무 미안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근데 주인분(남편분)이 하시는 말이
'농담이라도 그런소리 하지 말아 이사람아, 결혼을 안했으면 모를까 결혼을 했으면 친정 부모도 내부모고, 시댁 부모도 내부모인데 처남도 내동생이나 마찬가지야 당신집 식구를 잘못 만난게 아니라 결혼 했으니 내식구야
일이 잘 됐음 좋았겠지만 이미 안된걸 어떻하나~
벌어먹기 어려운것도 아니고 우리 남은 땅 있으니 천천히 농사짓고 갚다 보면 잘 될꺼야~
자네들(남친과 저)도 곧 결혼한다니 하는 말인데 시집 친정 자꾸 가르고 그러면 안되
요즘 사람들은 자꾸 네가 친정에 2번 웃어줬으니 난 이자까지 쳐서 3번 웃어준다 이런식으로 나누고 그러는데
그러면 안되는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길러주신 분이면 내부모기도 하고 그런거지~'
하면서 허허 웃으시는데
매번 돈때문에 시집 친정 안가리고 싸우고 (우리집) 톡에서 서로 안좋은 얘기만하고 친정 시댁 가르고 이런 글만 보다가 이런 얘기를 들으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집 같으면 서로 니탓이네 네탓이네 하며 부부싸움 하고도 남았을건데..
물론 이건 두분 모두 인격이 되시는 분들이니 가능한 이야기였겠지만 하여간 많은걸 느꼈습니다.
서로 편가르기 하고 안좋은 얘기들만 가득한 톡에서 가끔은 이렇게 훈훈한 얘기도 들어보시라고 전해 드려요~ (전 살면서 첨 봤네요 진심으로 저렇게 사시는 분들.. 너무 좋아 보여서 저도 저렇게 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