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한나라당, 왜 복지 포퓰리즘에 휘둘리나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29일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동을 갖고 복지예산을 증액하기로 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과 집권당조차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는 적나라한 모습 아닌가. 유럽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재정적자의 복수(復讐)’가 결코 남의 일이 안될 것임을 왜 여태 모르고 있는지 답답하다. “정치가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는 말처럼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할 집권세력조차 ‘정치인’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쇄신파라고 간판을 단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326조1000억원 가운데 보육과 교육,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노인복지예산 등을 3조원 가량 늘리자는 것인데, 투자가 시급한 다른 분야의 예산을 그만큼 희생해 성장 잠재력을 더욱 위축시키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더구나 내년도에 배정된 복지예산안은 전체의 28%선인 92조원으로, 올해보다 6.7%나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같은 사정을 익히 알고 있을 이 대통령이 지난주 말 한나라당의 복지예산 확대 주장에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내년도 세출 예산을 아예 1조~2조원 정도 순증(純增)해 민생 쪽으로 투입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부자 증세는 외국인투자 위축 등 갖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오직 선거만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다.
보수·우파정당으로서 정도(正道)를 걸으려 하지 않고 이렇게 정체성마저 포기하고 야당의 복지 포퓰리즘과 경쟁한다 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다 그만두고 표를 찍어 줄 리도 없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당장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