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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전쟁의 대지존 광개토호태왕』5.혈구도해전 ⑷

개마기사단 |2011.12.06 22:02
조회 43 |추천 0

 

우나굴 휘하의 개마기사단 2천기가 앞으로 나서자 백제의 흑룡기와 황룡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양편에서 돌격해왔다. 고구려의 개마기사단도 양편으로 나뉘어 각각 흑룡기와 청룡기를 맞상대했다. 막상 맞붙어보니 놀랍게도 개마기사단의 민첩함은 오룡기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고구려의 개마기사단은 서역에서 수입한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한혈마(汗血馬)를 사용하였기에 철갑의 무게가 그리 문제 되지 않았다. 백제의 오룡기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속도의 이점이 사라진 마당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전에서 철갑으로 중무장한 고구려의 기병들을 당해 내기는 어려웠다.

 

흑룡기와 백룡기는 개마기사단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고구려 기병들의 장창(長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백제 군사들은 수십명씩 피를 흘리며 말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백제 군사들의 창검(槍劒)은 아무리 고구려 중장기병들을 내리찍어도 철갑에 부딪쳐 튕겨나오니 어찌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말을 달려 육중한 철갑으로 부딪쳐오면 백제의 군사와 군마들은 뒤로 밀리거나 바닥에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흑룡기와 황룡기의 군사들이 개마기사단의 압도적인 공세에 무너져내리자 진가모는 그들의 위용에 겁을 집어먹었다. 그러나 국왕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꽁무니를 빼 달아날 수는 없었다. 진가모는 마지못해 홍룡기를 이끌고 구원에 나서는 한편, 고구려의 개마기사단에 맞서 진퇴를 거듭하고 있던 청룡기와 백룡기까지 총공격에 가세하도록 했다.

 

오룡기 모두가 달려들어서야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개마기사단과 호각세를 이룰 수 있었다. 진가모는 어떻게 해서든지 개마기사단만 꺾어 놓는다면 이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구려군에는 개마기사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양군(兩軍)의 형세를 살피던 우나굴은 정수(鉦手)에게 징을 치라고 명령했다. 징소리가 울려퍼지자 개마기사단은 갑자기 진격을 멈추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개마기사단이 갑자기 물러나자 오룡기는 어리둥절하여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개마기사단과 오룡기 사이의 간격이 어느 정도 벌어졌을 때텼다. 갑자기 개마기사단의 뒤쪽에서 궁수들이 쏘아대는 화살이 새카맣게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성난 땅벌떼터럼 오룡기 군사들의 머리 위로 덮쳐왔다.

 

개마기사단과의 접전으로 기진해 있던 백제의 오룡기는 피할 사이도 없이 소나기같은 화살을 맞고 쓰러져갔다. 말과 사람의 비명 소리가 온 들판을 뒤흔들었다. 쓰러진 시신들 위로 떨어진 화살이 밭을 이루었다.

 

진사왕은 그토록 자랑하던 오룡기가 어이없게 당하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진무가 국왕에게 다급히 권했다.

 

“오룡기가 전멸하겠사옵니다! 빨리 후퇴를 명하소서!”

 

분노로 이성을 잃은 진사왕에게 진무의 간언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오룡기가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자 고구려군 장수 우나굴은 북을 쳐서 궁수들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개마기사단으로 하여금 일제히 진격을 감행하게 하였다. 이미 싸울 의욕을 잃은 오룡기는 개마기사단이 달려들자 무기를 팽개치고 달아났다. 개마기사단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오룡기의 뒤를 맹렬히 추격했다.

 

진사왕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궁수들은 고구려의 중장기병들을 향해 활을 쏘아라!”

 

진무는 극구 말렸다.

 

“지금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옵니다. 함부로 활을 쏘았다가는 아군이 맞을 수도 있사옵니다. 게다가 웬만한 화살은 저들의 철갑을 뚫지도 못하옵니다.”

 

“어이없는 패배로 내 얼굴에 먹칠을 한 놈들이니 재수 없게 맞아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고구려 개마기사단의 진격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백제군 진영에서 날아오른 화살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미 백제군의 반격에 대비하고 있던 고구려의 개마기사단은 화살이 날아와도 개의치 않고 추격을 계속했다. 수많은 화살이 날아와 개마기사단 위로 쏟아졌지만 그들의 단단한 철갑을 뚫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날아온 화살에 피해를 입은 쪽은 달아나고 있던 백제의 오룡기였다. 전우의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그들의 얼굴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

 

진무는 부하들의 어이없고 비참한 죽음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얼굴을 돌려야 했다. 

 

선두에서 개마기사단을 인솔하던 우나굴은 멀찌감치 달아나는 적장 진가모를 발견하고 활시위에 화살을 재어 힘껏 당겼다. 우나굴의 화살은 힘차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진가모의 등짝에 정확히 꽂혔다. 우나굴은 진가모가 비명을 지르며 마상(馬上)에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말고삐를 흔들며 달려나갔다. 그는 부상을 입고 쓰러진 진가모에게 다가가 단칼에 목을 베어 수급(首級)을 자신의 안장(鞍裝)에 매달고 다시 전장(戰場)을 누볐다.

 

고구려의 개마기사단이 다시 무서운 속도로 백제군 진영을 향해서 달려들자 놀란 백제군 궁수들은 더욱 손을 재게 놀려 활을 쏘아댔다. 그렇지만 화살은 번번이 철갑을 맞고 튕겨나올 뿐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백제군이 사용하는 시촉(矢觸)은 앞면이 넓어 명중되면 큰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살상력이 높은 대신 관통력이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철갑으로 무장한 고구려 개마기사단에게 백제군의 화살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 간혹 얼굴에 화살을 맞아 죽는 병사들이 생기긴 했지만 고구려의 중장기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열을 유지한 채 백제군 궁수들을 덮쳤다. 백제군 궁수들은 칼조차 빼어 들지 못하고 도륙당했다.

 

진무는 궁수들을 후퇴시키고 보병들을 투입했다. 백제군 보병들은 개마기사단을 막기 위해서 진형을 짜고 장창(長槍)을 높이 들었다.

 

백제군은 고구려 최고의 중장기병 부대인 개마기사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전술을 잘 알지 못했다. 백제군에도 중장기병에 대적할 수 있는 장창보병이 있기는 했지만 장창을 땅에 고정시켜 중장기병에 대항하는 거마창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백제의 장창보병들은 개마기사단이 돌진해오자 크게 겁을 먹고 장창을 팽개치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백병전에 능한 고구려의 도부수들이 밀려들어오자 백제군의 대오는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진형이 흐트러진 백제의 보병들은 고구려의 중장기병들에게 있어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고구려의 도부수들은 백제군의 장창을 방패로 밀어내면서 안으로 파고들어서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백제 군사들을 도끼로 찍어 죽였다. 중장기병들도 이에 질세라 닥치는 대로 백제군을 베고 찔렀다.

 

승기를 잡은 우나굴은 남은 보병들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날이 선 창검을 든 고구려의 보병들이 산이라도 뒤엎을 듯한 함성을 지르며 백제 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백제군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싸워야 했다.

 

보병까지 합세하자 전세는 고구려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굳어졌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백제 군사가 고구려군의 창검 아래 목숨을 잃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진사왕도 전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무가 국왕 앞에 나아가 간곡히 청했다.

 

“지금 고구려군의 기세는 산을 뽑고 강을 뒤엎을 만하옵니다. 성난 파도는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옵니다!”

 

진사왕은 마지못해 진무의 의견을 따랐다.

 

“군사들에게 퇴각을 명하라!”

 

진무는 황급히 달려가 정수에게 퇴각을 알리는 징을 치게 했다.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백제 군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러나 이미 아수라장이 된 군영에서 2만이나 되는 병사들이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우나굴은 적군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궁수들을 시켜 활을 쏘도록 했다. 달아나던 백제 군사들 중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아…! 내가 결국 젖비린내 나는 어린 고구려왕에게 이런 수모를 겪는구나.”

 

진사왕은 긴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고구려군의 화살 하나가 진사왕의 왼쪽 겨드랑이 부분을 관통했다. 진사왕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만 낙마(落馬)하고 말았다.

 

“어라하(於羅瑕)!”

 

진무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달려와서 국왕의 몸을 끌어안았다.

 

“어라하께서 적병의 유시(流矢)를 맞으셨다! 내가 어라하를 보호하여 사지에서 벗어날 것이니 사지모(沙支謀) 장군은 뒤를 막아 주게.”

 

“네, 병관좌평! 고구려의 추격병들은 소장이 저지할 것이니 어서 어라하를 모시고 피하소서.”

 

사지모가 자신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고구려군의 추격을 막는 동안 진무는 진사왕을 업고 말에 올라 죽기 살기로 채찍을 휘두르며 간신히 조파의를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처참하고 처량한 모습이었다. 사지모는 국왕의 호위병들과 함께 끝까지 전장에 남아 고구려군을 저지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 싸움에서 살아 도망친 백제군은 채 2만명도 되지 못했다.

 

진무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진사왕 대신 패잔병들을 수습해 우차탄홀로 후퇴했다. 아직 많은 병력과 물자가 남아 있어서 반격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국왕이 크게 다쳤으니 군사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져 있어 더 이상 전투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진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 우차탄홀을 버리고 굴어압으로 다시 후퇴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양성주인 고염(高炎)의 군대가 수곡성을 공격하고 순노부(順奴部) 욕살(褥薩) 계우(桂宇)가 이끄는 2천의 고구려군이 도압성을 우회하여 부소갑을 급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목령성주 사첨이 부소갑을 구원하기 위해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섰지만, 그가 당도했을 때는 이미 계우의 군대는 사라진 후였고, 부소갑의 군영은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부소갑조차 마음만 먹으면 고구려군이 함락시킬 수 있다는 경고였다.

 

진무는 고구려군의 신출귀몰한 전술에 놀라 탄식했다.

 

“고구려왕 담덕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이미 우리 백제는 이 전쟁에서 졌구나!”

 

진무는 부상을 입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진사왕을 수레에 싣고 도압성을 출발하여 천마산을 넘어 부소갑에 당도했다. 사첨이 침통한 얼굴로 진무를 맞이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라하의 상세는 어떠십니까?”

 

“매우 위중하시네. 아직도 정신을 되찾지 못하셨네.”

 

“정말 큰일입니다. 지금 고구려군이 매소홀과 고사야흘차에 상륙한 후 북상하여 잉벌노를 함락시키고 이미 도성의 턱밑에 이르렀습니다. 만일 관미성이 함락되어 고구려군의 본대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도성을 지키지 어렵습니다. 아! 이런 상황에서 어라하까지 변을 당하셨으니……”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군의 남하를 막아야 할 때일세. 자네에게 1만의 병력을 줄 터이니 고구려 장수 우나굴의 남하를 저지하게. 나는 어라하를 모시고 아단성(阿旦城)으로 가서 뒷일을 도모하겠네.”

 

진무는 참담한 상황에 기가 막혔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사첨은 진무로부터 1만의 병력을 받아 방어선을 형성해 우나굴이 이끄는 고구려군을 저지할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진무는 다른 장수들과 함께 진사왕을 실은 수레를 끌고 아단성으로 행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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