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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대학교에서 국문과와 영문과를 없애고 나아가 인문과학대학을 없애려 합니다.

임경선 |2011.12.15 01:30
조회 20,681 |추천 360
처음 이런 글을 써보네요.

전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 국어국문학과 01학번입니다.
졸업한지는 몇 년 되었지만 그래도 학교 후배들과 과소모임으로 교류하며 1년에 5번 이상은 학교를 찾아가 얘기도 하고 술도 밥도 먹으며 사는 사람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국문과 사람들은 학교와 후배들 그리고 과에 애정이 많아서 자주 학교를 찾는 편입니다.

오늘 이 새벽에 전 후배에게서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학교가 취업률이 낮거나 필요성이 떨어지는 학과를 없앤다고 하는데 이번엔 국문과와 영문과를 대상으로 한다는 문자였습니다.
전 애교심은 별로 없습니다. 이 대학의 간판에 큰 미련 역시 없습니다. 하지만 전 학교를 다니며 얻은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후배, 동기, 선배 모두가 제겐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이 비단 저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종강을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공문을 받고 이 처리를 12월 15일 오후 5시에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합니다. 제가 학교에 있지 않은 관계로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이 사안을 가지고 고작 한학기 정도 학생들과 타협하려 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국문과를 미디어창작학과(?)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방송관련 학과에 편입시키고, 영문과는 국제비지니스대학(?)이란 곳에 편입시킨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국어국문학을 배우지 말고 돈 되는 컨텐츠 개발자가 되고, 영어영문학을 배우지 말고 비지니스를 위한 영어공부를 하라는 말입니다.
학과를 없애는 것으로는 명분이 서질 않는지 인문과학 대학에 있는 학과를 모두 없애려 한다고도 들었습니다. 유아교육학과와 문헌정보학과는 공공인재대학(가칭이랍니다.)이란 것을 설립하여 거기로 편입시킨다고 합니다.

인문학이란 사람을 만드는 학문이라 배웠습니다. 20대에 고민해야 했던, 고민할 수 밖에 없던 많은 것들을 저는 인문학을 통해 배우고 그것으로 생각의 깊이를 얻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그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30년이나 이어온 학과를 그것도 인문대학이라면 어디에도 기본으로 존재하는 학과를 없애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지금 시대가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를 가진다 해도 이건 경시를 지나 멸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기업들은 '사람이 우선이다.', '인성이 우선이다.' 말들 하는데 정작 대학이란 곳은 그 사람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학생들을 돈 벌이가 잘 되는, 취업에 이득이 있는 그런 것들만 가르치려 합니다.

물론 대학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한다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취업에 도움'만' 되는 공부를 시킨다면 그건 그르다고 생각합니다. 스무살이 되어 이제 막 성인이 된 친구들을 다시 취업 전쟁으로 몰고 가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가 없어지면 편입들하고 이전된 과에 적응하고 신입생들은 원하는 과가 있는 학교로 가고 그러면 되지 않느냐는 1차원적인 생각들은 안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인문학과들이 사라진다면 학과가 남아 있는 대학에 인원이 편중되지 않을까요? 그러다 그 마저도 없어진다면 배움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신이 진정 원한다면 알아서 공부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당신의 스무살엔 그런 것들에 눈이 돌아가고 생각이나 하셨나요? 면학 분위기가 아닌 취업 분위기를 학교가 조장한다면 과연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전 지금 인문대학....그것도 제가 다닌 국문과에 한해서 글을 쓰지만 이것이 비단 인문학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제 친구는 전자과를 다녔는데 전역후에 와보니 전기과로 통합되었다고 하더군요. 군대 갔다오니 과가 없어졌더라는 우스개소리가 남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모두가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다녔다 해도 자산의 학교에 과에 사람에 애정이 없었다 해도 이런 처우를 받으며 이렇게 멸시 당한다면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을 겁니다.

수정으로 달아보는 사족...
졸업생으로 무력감에 몸서리 치게 됩니다.
30년을 살면서...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 할 순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힘있는 연줄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에 휩싸입니다.
내게 힘이 있어서 공론화 시키고 여론화 시킬 수 있다면 좋겠단 어린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도 곧 졸업할 겁니다.
그리고 저처럼 이런 무력한 선배로서의 패배감을 느끼게 될지 모릅니다...
어느쪽에 쫄아야할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추천수360
반대수3
베플인문인|2011.12.15 02:13
인문인의자신감엔이유가있습니다!
베플자연대학생|2011.12.15 05:48
본대학 자연대학생입니다. 인문적 성찰없는 과학기술은 정신없는 육체일뿐이며 우리를 파멸시킬 악의 기술이 될뿐입니다. 인류의 전쟁은 자유로운 사고를 할수없을때 발발해왔고 종전은 기술이 다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수있을때 였습니다. 자유로운 사고의 의미는 인문학입니다.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할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곳이 대학이며 본 대학의 구조조정은 스스로 생각할수 없는 생명을 만드는 것과 동일합니다. 우리에게서 사고의 자유, 권리를 빼앗지 마십시오. ㅆㅂ 그러다 니들 훅가는수가 있어 염병할
베플인문대학|2011.12.15 03:04
한글, 한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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