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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좌파의 反獨 전략

청원 |2011.12.20 06:50
조회 298 |추천 4
"비스마르크와 같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을 통해서 독일의 민족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국가 부채에 시달리는 그리스나 '명예로운 고립'을 자처하는 영국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차라리 덜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프랑스사회당(PS)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아르노 몽트부르 하원의원의 발언이 프랑스 정계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일인들에게 비스마르크는 '철혈(鐵血) 정책'으로 독일 통일을 이룩한 명재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1870년 보불(普佛)전쟁 때 쓰라린 패전을 안겨준 장본인으로 통한다. 당시 프랑스에 승리한 프로이센이 황제 대관식을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거행한 일도 프랑스인들에게는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하고많은 역사적 인물 중에 굳이 비스마르크를 고른 정치적 속셈에 동료 사회당 의원들로부터도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탈환을 노리는 사회당의 반독(反獨) 공세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당의 장 마리 르겡 의원은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회담을 1938년의 뮌헨 회담에 비유해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나치에 대한 유화책으로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슈데텐 지역 합병을 승인했던 이 회담은 히틀러의 야욕을 부추긴 꼴이 되어 실패한 유화 정책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반독(反獨) 정서에 불을 붙이려는 사회당의 전략은 어느새 프랑수아 올랑드 대선 후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랑드 후보도 최근 "메르켈 총리가 결정을 내리면, 사르코지는 쫓아다니기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당의 연이은 반독 발언은 몇 가지 점에서 아이러니를 남긴다. 우선 독일과 손을 잡고 유럽의 적극적인 통합을 주창했던 프랑스 인사 중에는 사회당 출신의 선배 좌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10년간 역임하면서 유럽 통합의 초석(礎石)을 놓았던 자크 들로르는 최근 유럽 경제위기를 바라보면서 "유럽 통합은 너무 천천히, 너무 적게 진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들로르는 현재 사회당 대표인 마르틴 오브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또 사회당의 반독 정서는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의 고립주의와도 암암리에 통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르펜은 "유로는 수년간 우리 경제를 질식시키고 산업을 죽이며 고용을 억누르고 있다"면서 프랑스의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17개 유럽연합 회원국) 탈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이는 뚜렷한 정치철학에서 나온 정책이라기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리 타산만을 노린 정략적 계산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유럽 경제위기를 막는 소방수 역할을 강조하는 집권여당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장관 경력이 없어 행정경력 부재(不在)라는 약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프랑스 좌파의 이런 모습은 조건반사적으로 반미(反美)를 들고 나오고, 현 정권이 이전 좌파 정권의 정책을 이어받았는데도 매국노로 몰아붙이는 한국 좌파들과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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