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아침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하였다.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수행하던 중 열차 안에서 과로사함으로써 그의 시대도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최대 과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독재체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건강문제가 심각해진 2008년 이후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 결심하고 서둘러 후계구도를 구축하였다.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서열 1위인 장의위원회 명단을 보도하면서 김정은을 '주체혁명의 위대한 계승자'로 호칭하고 그의 영도에 따라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정일 유고 시 김정은이 북한군을 지휘통솔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만 실제 29세 김정은이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함이 전부인 김정은이 당이나 군(軍)조직을 이끌고 내각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의 일천한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 리영호와 최용해 등 최측근 고위인사들이 후견그룹을 형성해 보좌하더라도 그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면 김일성과 김정일이 구축해 놓은 1인 중심 독재체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와중에 권력 핵심에서 벗어난 소외그룹들의 반발이나 중국과의 친소관계, 대외교역에서의 이권 갈등, 개혁 개방이나 시장 활성화 등 정책적 이견이 핵심층 내부에서 발생할 경우 절대권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정치적 균열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 공백기의 최대 위협은 인민경제 등 체제를 지탱하는 제도적 기반의 연쇄적 붕괴이다. 북한 사회는 내년도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강성대국의 원년(元年)을 선포한다는 목표 아래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서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 과시를 위해 도처에서 충성경쟁의 부작용이 드러났고, 2012년 이후 북한 경제가 빚더미에 올라앉을지도 모를 위험성이 예고되기도 한다. 경제문제에 문외한인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후견 없이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규모 행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역을 대폭 증대하고, 결과적으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심화됨에 따라 더 이상 김일성이 창시한 주체사회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엘리트 내부에서, 그리고 간부와 일반 주민들 간에 심각한 이념과 노선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권력투쟁의 결과 쿠데타 발생이나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결과 북한 내부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새로운 분쟁에 휘말리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크게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急逝)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는 크게 다른 조건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다각도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대북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 정권이 조기에 안정을 회복하도록 하는 동시에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성된 권력 공백기에 올바른 정책방향이 제시될 수 있도록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조를 긴밀히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변고가 자체 개방과 개혁,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는 데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