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평소에 판은 안하는데ㅋㅋ 그냥 이런데가 있구나..정도만 알았죠
하지만 지금 속이 너무 답답해서 여기서라도 원없이 얘기해보고 싶네요
그냥 별 대단한 건 아닙니다. 제 이야깁니다.
저는 21살 남대생입니다. 평범하게 그냥 서울에서 대학 다니고 있구요 재수해서 11학번입니다.
또 그녀는 현역으로 들어온 20살 11학번이구요.
그녀를 처음 본 건 2학기 교양수업에서였어요. 첫인상이 제 맘에 들더라구요. 큰고 웃는 인상의 눈에
오똑한 코 귀여운 입술.. 그래서 계속 눈여겨 봤었는데 이미 다른 남자자식들이 벌써 붙어서 희희낙락
대더군요. 저는 또 생각했죠. 아 나는 역시 여자랑은 인연이 없구나..(이과생입니다)이러고 처음부터
그냥 체념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봤었죠.
그런데 그러던 저에게도 기회가 왓습니다. 교양수업이 하나 더 겹친다는 걸 알았죠
그 애 이름이 워낙 독특해서 출석 주욱 부르다가도 티가 났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버쿨럭을 해가며
빠르게 머리를 돌렸습니다. 뭐 한심스럽지만, 프린트를 잃어버렸으니 복사해달라는 부탁이
그녀에게 가장 처음 건넨 말이었습니다. 정말 많이 떨렸었지요. 그 말 한마디 건네는것도
굉장히 흔쾌히 받아주더군요. 성격도 밝고 붙임성도 좋아보였습니다. 그런 점이 또 맘에 들었었어요.
그리고 다른 교양수업에서도 아는척을 했었고, 그녀와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수업 끝나면 항상 제가 졸졸 따라다니고 했었죠. 같이 듣던 과 친구들 완전 뒷전에 두고 ㅋㅋㅋ
그렇게 용기를 내서 영화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다녔습니다.
정말 제 생각의 전반부는 거의 그녀가 지배했었던 것 같네요 2학기동안.
이것저것 많이 사주고 싶었는데, 해주고 싶은게 많았는데, 그녀는 받기만 좋아하질 않더라구요.
꼭 무언가를 받고나면 자기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해주길 원했어요.
얻어먹기만 바라는 애들하고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죠.
근데 제가 그러는 동안에 계속 그녀에게 은근히 신호를 줘봤어요. 그런데 반응이 없더라구요?
막 이리저리 찔러봤는데 당황하지도 않고 능숙하게 받아치는것이 제게 별 감정이 없어보였어요.
그래도 잘 대해주면 언젠간 내게 마음을 열어주겠지 이러고 계속 붙어서 다녔었지요.
근데 한편으로는
제가 좀 가정쪽으로나 제 개인적인 일로나 힘든 일이 있어서... 위축이 많이 되었었어요 그때에는
용기도 잃었었고, 뭘 할 의욕도 도저히 나질 않았었죠. 그래서 더 고백 할 용기를 짜내기가 힘들었었고,
그녀 앞에선 흡사 소위 말하는 '찌질남' 에 '매력없는 착한남자'가 되었었어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들을 보여주었었죠. 카톡이나 매일매일 질질끌어댔었고..
쫌생이처럼 굴고 질투하고...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안돼...이런 날 그녀가 좋아할 리가 없어.." 이러고 자책까지 콤보로 겹치다보니
고백은 꿈에도 못 꿀 상황이었었어요. 하지만 바로 며칠전에 날 힘들게 괴롭혀 왔던 일들을
다 마음으로나마 정리하고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큰맘먹고
그 애가 좋아하는 바이브 연말 콘서트 2장을 예매하고 카톡을 던졌어요
거절을 하더군요. 하지만 이때 저는 이판사판이라 정말 미친척하고 꼬드겼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충격적인 고백을 하더라구요. 남친이 생겼다고.
아 지금 생각해도 이 대화기록을 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저보다 한살 어린...동갑이고... 과는 좀 이상한 곳이더라구요(무슨 과든 좋게 안보겠지만 ㅋㅋ)
사귄지 2주 됐는데 특이한건 이놈이 군대를 곧 간다고 고백했더랍니다. 그러면서 제게 말했지요
좀 힌트라도 주지 그랬냐고... 이사람은 처음부터 자기가 좋다고 생각해서 생각해봤던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자기가 참 눈치없었고 생각없었던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거듭하면서 말이죠.
아 이거 들으니 정말 6개월만에 처음으로 화가 나더라구요. 곧 군대간다는 놈이 사귄다는건 좀 그런거 아
니겠습니까? 군대가기전에 연애 한번 해보겠다는 게임에서의 업적이나 달성도 같은 의무감에 기왕이면
총각딱지까지 떼면 더 좋고 라는 흑심. 여자들은 모르지만 남자들은 군대가기전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
가는 얘기입니다. 물론 진심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남자애가 너무 성급하게 사귄 느낌이 들더라구요. 보자마자 좋다고 덤비다니..
아 이걸 얘기해줬다간 괜히 저만
다른후보 디스전략 펼치다 지난 대선에서 떨어진 정동영 후보꼴 나는거 아님미까
그 애가 진심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이런 얘기는 못해줬습니다.
그 애가 설마 그렇게까지 눈치없었을줄은 몰랐습니다.
얘기해주니까 그제서야 다 알더라구요. 이제 제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되고..
자기가 너무 눈치가 없었다고..미안하답니다..
더 화나는건 그전엔 그녀도 제게 마음이 있었다는
듯한 뉘앙스 였습니다. 말해주지 그랬냐고..그러더라구요
저는 정말 뭔가 억울하고 분하더라구요. 제 행복을 빼앗긴 듯한 느낌에. 제 무시당한 진심에.
제 가장 최악의 모습도 봐주었던 그 애를 엄한 놈한테 뺏겼다는 사실에
정말 화나서 별 얘기 다했습니다. 곧 군대가는놈이 어떤 심정으로 너 만나는 건지 아느냐
너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애 군대 기다릴 수 있겠냐,
내가 너만 바라봤었는데 왜 내 진심은 몰라주었냐
계속 미안하다길래 미안할 거 없다 나한테 오라니까 배신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마음이 바뀐다면 연락해달라고 잘있으라고
작별인사를 고했습니다.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지금 3일 째 지났는데
그녀석이 자신마저 속여가며 진심인척 연기해서 그 애를...아후...제가 속이 좀 꼬이긴 했네요
간만에 화가 나니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확 다시 연락해버릴까 싶기도 하고.
제가 말하고 싶은건.
남자분들 일단 고백같은거 더 질질끌지마세요 모르는 사람이면 아얘 좋아한다고 말하고 시작하던지.
지금 친한 상태면 최대한 빨리 하세요. 그리고 항상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세요.
얼굴, 키, 학력보다도 여자들이 끌리는건 당신의 태도입니다. 여기에 저처럼 끙끙대는 사람이 많을
거 같아서 써봅니다. 여자분들도 마찬가지에요.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 안하면 몰라요 우리는
남의 속을 얼마나 알고 살겠습니까? 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으면 먼저 고백하세요! 좋아하는게 뭐 죄인입니까? 창피한가요? 어색한 사이가 될까봐 두려워요?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 저처럼 닭쫒던 개 꼴 납니다?
짝사랑 하는 순정남 순정녀들 저는 개인적으로 참 좋게 생각합니다.
요새 가볍게 사귀는 커플들이 많은 세상에서 사랑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
지만 전전긍긍대다가 포기해버리고 안 이루어지는 가슴아픈 모습들을 보니 참 슬퍼요.
정말로 사귀고 싶다면 죽어도 그사람에게 목메지 마시고, 이사람 안되면, 저사람, 이렇게 생각하세요
한사람에게 정을 다 주지 마세요. 어장관리는 동시에 여러명이지만 이건 좀 달라요.
빨리 시도해보고 정말정말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해버리라는 겁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 만나보고 사람 보는 눈을 배웁시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아직 마음을 못접고 갈팡질팡 대고 있지만서도 ㅠㅠ 노력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