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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쓰고있는팬픽임,평가좀.

김한나 |2011.12.24 01:41
조회 282 |추천 1

 “돈이나 기술력 같은 것들은 다 넣어줄게.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야 해. 북에서도 이미 여러 나라의 기술을 수입하고 있잖아. 그러니까ㅡ”

 

 명수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를 듣다가 저의 핸드폰에게서 등을 돌렸다. 부탁이었다. 부탁이었지만 또 다르게 말하면 그것은 명령이었다. 계속 그 목소리를 듣다가 결국엔 휴대폰의 케이스를 분리하여 배터리를 빼냈다. 이렇게 짜증아닌 짜증을 내봤자 명수는 그의 명령을 들어야만 했다. 연구소 전체의 스피커와 연결돼있는 마이크를 손으로 툭툭 치고 전원을 켰다. 귀를 울리는 먹먹한 소리에 명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상체를 숙여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대고 입을 열었다. ㅡ한국과학연구소 로봇 분야 연구원 분들께 알립니다. 현재 프로젝트를 중지합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현재 하고 있는 지능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중지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오늘 오후 세 시에 열릴 프로젝트 회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명수가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쳐다보았다. 빨간 색 글씨가 깜빡거리다가 두 시로 넘어갔다. 슬슬 회의를 준비해야겠다 싶은 명수가 전원을 끄고 방송실을 나섰다.

 

 북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었다. 그 말은 고작해야 1년에서 3년 뿐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현재 기술로서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진호가 지나가면서 명수에게 물었다. 프로젝트 갑자기 왜 중지했어? 그거 잘 되가고 있었잖아. ㅡ윗쪽에서 만들라고 하는데 별 수 있겠냐. 진호가 알겠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대충 알려줄 내용만 정리한 명수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구겨진 담배곽을 꺼낸 명수가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만 해도 벌써 여러 명이 왔다 간 건지 바닥에 떨어진 담뱃재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곧 쓴 냄새가 명수의 코를 찔렀다.

 

 원래 명수가 담배를 많이 피웠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던 것이 맞았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더라, 라고 자문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불을 붙이자 텁텁한 회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늘따라 담배가 좀 더 쓴 맛이 났다. 회의시간이 다가옴을 알고 담배를 급하게 피웠다. 고작 다섯 입 만에 동난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두 시를 훌쩍 넘어 벌써 세 시가 다 와간다. 화장실을 나서고 컴퓨터 앞에 놓인 서류를 들고는 회의실로 향했다. 일단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능´좋은 전투용 로봇이다. 짧게 말하자면 그들은 무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점점 3시가 다가오자 하나 둘 씩 회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료 우현이 진호와 같은 질문을 해댔다. 명수가 회의할 때에 자세하게 말해준다며 우현의 질문에 답했다.

 

 조금 늦은 성종 때문에 회의가 지연됬다. 항상 밝은 녀석에게 화를 내기도 조금 뭣하여 한숨만 쉬고 그냥 넘어갔다. 다들 하는 생각은 똑같은 것인지 성종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 뭐에요. 나 그거 완전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지라니, 안 그래요 우현이형? 갑작스런 성종의 질문을 받은 우현이 약간 당황한 듯 싶었지만 성종에게 무어라 말을 한 뒤에 성종의 입은 다물렸다. 우현이 대충 잘 설명한 모양이었다.

 

 “다들 방송 듣고 의아해 하셨을텐데요. 저도 윗쪽에서 내려온 부탁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지능로봇은 중지하고… 신무기 개발에 힘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북쪽의 정세가 심상치 않잖아요. 예전부터 준비해온 일이었는데 저희 측에서는 괜찮다는 듯이 넘어갔으니까…조금 긴박한 상황이죠, 말하자면.”
 “기껏해야 몇 년 남았는데 가능할까요…?”
 “열심히만 해준다면 충분합니다.조금 많이 열심히 해야겠지만…”

 

 불안한 기색이 없이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불안한 것은 당연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었다. ㅡ나라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고 했으니 한 번 해봐야죠. 오늘은 대충 이러한 상황만 설명하기로 했으니 그만 끝내겠습니다. 명수가 회의실을 나서자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명수를 따라 나섰다. 명수가 밖에 있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Hello” (여보세요)
 “Hello, May I speak to Dr. Rohateun?” (로허튼 박사님과 통화가능한가요?)
 “This is Dr. Rohateun, Speaking” (제가 로허튼 입니다. 말씀하세요.)
 “Hello, Dr. Rohateun. This is L. Recently invented "RH-2B03" I would like to come pick up. Would you favor?” (반갑습니다, 로허튼 박사님. 저는 엘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발명한 "RH-2B03"을 보고 싶은데 부탁해도 괜찮습니까?)
 “Umm…There are today at 6 am schedule. At 9:00 tomorrow so hope to come to 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Science.” (음… 오늘 오전 여섯 시에는 스케줄이 잡혀있습니다. 내일 아홉 시 쯤에 미국과학연구소로 와주세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명수가 어디론가 급하게 움직였다.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미국행 비행기표를 끊어주지는 않을 듯 싶었다. 지금 당장 가도 모자랄 판이었다. 지갑에 필요한 것들은 거의 준비를 해놓았으니 빨리 공항으로 가야했다. 휴대폰을 켜 비행기 시간을 확인했다. 다섯 시 비행기가 가장 빠른 비행기이니 지금 가야 늦지 않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예약을 하고 신발을 갈아신은 명수가 눈에 보이는 연구원 중 한명에게 말했다. ㅡ선우씨! 제 책상에 차 키좀 던져주세요! 선우가 던진 차키를 받아든 명수가 주차장 쪽으로 뛰어갔다. 시간이 촉박하니 필요한 옷가지들이나 생필품 등은 우현에게 부탁해야 될 듯 싶었다.

 오늘따라 차가 막히는 기분에 괜한 클락션만 눌러댔다. 빵빵 울리는 소리에 사람들도 짜증이 난건지 제각기 미간에 주름을 새기고 있었다. 살짝 보니 공항에 거의 도착한 듯 싶었다. 손목에 걸린 시계를 슬쩍 보니 네 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슬슬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해 허벅지에 문지르고 다시 핸들을 쥐었다. 신호가 바뀌고 길이 뚫렸다. 명수가 속도를 높이고 공항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다행히도 늦진 않았다. 명수가 다시 한 번 시계를 보더니 다행이라는 듯 숨을 돌렸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뛰듯이 달려가 예약확인을 부탁했다. ㅡ다섯 시 비행기 김명수요. 여자의 확인이 되었다는 목소리를 듣고 여권을 꺼내 확인을 받았다. 비행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않아서 기다려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항에 마련돼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네시 사십분. 많이 늦을 줄로만 알았는데, 십 오분 정도나 남겨두고 도착했다. 일단 그 곳의 기술력을 좀 배워와야 하니 일주일 정도를 예상해야겠다 싶었다. 미리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Motel Rose.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상으로도 좋았다. 내부가 어떨 지는 모르겠지만 잠만 잘 것인데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일층에 있는 방이 제일 좋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문과 제일 가까운 방으로 예약을 한 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 새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메시지가 공항 내부에 뜨고 안내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듣나마나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말일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비행기에 탑승했다. 명수가 탑승 후 휴대폰을 비행모드로 바꾸려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휴대폰을 켜자 액정에 떠있는 문자메시지 표시에 확인해보니 우현이었다. ´어디서묵을건지주소보내´ 빠르게 답장을 끝낸 명수가 모드를 변경한 뒤 저의 MP3 플레이어를 꺼냈다. 긴 비행시간 동안 할 것은 많지 않았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자 명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느 새 웅성거리는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떴다. 비행시간이 짧은 그런 거리도 아니었는데 그 시간동안 잠이 든 듯하다.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냈다. MP3는 배터리가 다 닳아 전원이 꺼져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헝클어졌을 머리를 매만지고서야 의자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미국이다.

 

A.

 

 “It`s nice” (멋지네요.)

 

 숙소에 도착하고 짐만 풀고 바로 연구소로 향했더니 시간이 딱 맞았다. 명수가 미국에서 새로 발명한 무기용 로봇을 살펴보고는 한 마디 뱉었다. 이 정도 기술력만 배워가도 북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있었다. 말은 돌리지 않고 확실히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명수가 박사에게 말을 뱉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데 이 로봇 만드는 법을 수입해도 되겠느냐고. 그가 짧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Come on. 명수가 까닥거리는 손가락을 따라 어느 곳으로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퀘퀘한 먼지에 명수가 인상을 쓰며 마른 기침을 해댔다. 눈을 뜨고 방 안을 둘러보자 이것저것들이 놓여있었다.

 

 “What is this place?” (여긴 뭐죠?)
 “This place is…My Private laboratories.” (여기는… 제 개인실험실 입니다.)

 

 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좀 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여러 종이들이 바닥에 깔려져있다. 그가 멋쩍은 듯이 웃어보였다. 그가 작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종이를 건넸다. RH-2B03에 대한 것들이었다. ㅡPlease read carefully determined. 그의 말에 명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장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로봇이 발명됐다. 로봇명은 RH-2B03으로…´ 내용은 그 로봇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한 것이었다.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는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Have you decided?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웃으며 명수에게 손을 내밀자 명수도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잘 해보자는, 또 잘 해보라는 의미의 악수였다.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로봇이었다. 각종 집안일은 물론 전쟁용으로도 유용하게 쓰였으니 말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없다, 라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 되어버렸다. 씁쓸한 기분에 입맛을 다셨다. 인간보다 나은 것을 인간이 만든다. 인간이 만든 것들이 인간을 지배한다. 이제 곧 현실로 다가올 이야기겠지.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되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I`ll Excuse me… 그의 말이 끝나자 명수도 일어서서 저도 그만 가봐야겠다며 말을 던졌다. 내일 Dr. Rohateun과 RH-2B03의 스케줄이 없다는 것을 듣고 이만 물러가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우면 머리가 아플테고 상대측에서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일테니 말이다.

 

 모텔로 돌아오자 피곤한 기분에 명수가 침대 위로 쓰러지듯이 누웠다. 눈이 뻐근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겨우 한 시를 넘어있었다. 이 곳에는 명수가 할 것이 없었다. 명수가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잠이나 잘까, 싶은 명수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누워있으니 잠도 선선하게 밀려오는 듯 했다.

 

* * *

 

 할 것이 없었는데도 일주일은 빠르게 흘러갔다. 첫 째날을 제외하면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다. 우현이 보낸 소포도 받고, Dr. Rohateun에게 기술도 배우고, 하면서 나머지 날은 빠르게 흘러가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이 되었다. 이 정도면 많은 것을 배운것이다. 확실하게 승산이 있었다. 비행기에서는 처음 미국으로 올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Dj Okawari의 Flower dance. 명수는 가요를 듣지 않았다. 어릴 적 부터 피아노 곡만 들어왔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예전에 성종이 저의 MP3을 빌려갔다가 질색하며 돌려준 일이 생각나 명수가 작은 실소를 흘렸다.

 

 명수가 이렇게 피아노 곡만 듣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릴 적 저의 엄마의 직업은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이셨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항상 옆에서 구경했던지라 귓가에 피아노 선율만 남아있는 듯 싶었다. 그리고, 이게 엄마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명수가 보관소에 가서 저의 차를 찾았다. 다행히도 키를 도둑맞았다거나 그러한 일은 없었다. 약간,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피곤했지만 앞으로는 이 것보다 더 바쁠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명수는 악셀을 밟았다. 사십 분 가량 운전을 하자 집보다도 더 익숙한 연구소가 보였다. 차 소리를 들은건지 성종이 뛰어나와 명수를 반겼다. ㅡ형! 일주일 동안 엄청 보고싶었잖아요, 는 장난같은가? 성종 특유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ㅡ나도 보고싶었다. 다들. 들어서자마자 부품을 담당하고 있는 동우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대충 종이에 쓰여진 내용을 읽어본 동우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우가 컴퓨터를 한 번, 종이를 한 번 번갈아쳐다보며 여러가지들을 주문했다.

 

 “이것만 있으면 되는거죠?개수도 쓰여진 대로고?”
 “네, 쓰여진 그대로만 하면 될거에요. 기본부품들은 있죠?아,그리고 구상도 대충 그려왔는데 이건 진호한테 좀 전해주시겠어요?”

 

 동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컴퓨터를 쳐다보았다. 탁탁, 하며 키보드 소리가 약간은 시끄럽게 들렸다. ㅡ곧 연구소가 전쟁터로 변하겠네요… 동우의 장난스러운 말이 들려왔다. 장난스럽긴 했지만 틀린 말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연구소 밖도 전쟁터가 되겠죠. 명수의 말에 동우가 푸흐,하고 웃었다. 웃긴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며 명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동우가 잘 부탁한건지 아니면 그 곳에서도 부품이 미리 준비돼있었던 건지 하루도 안 돼서 도착을 했다. 밤에 부품비용을 계산하고 막 이만큼의 경비를 준비해달라, 라는 메시지를 그룹 회장에게 보내고 있던 찰나에 온 것이었다. 연구원들도 많이 놀란 눈치였다. 어? 아까 시키지 않았었나?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에 답해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ㅡ나라에 연락 취했어요. 일반적인 점포에 연락하는 것보다야 확실하고 좋을 것 같아서. 동우의 한 마디로 상황의 설명은 끝이 났다.

 

 “모두 오늘 잠자리에 들 생각은 깨셔야겠네요. 빨리 시작할까요?”
 “하아…… 뭐, 그래야죠. 음… 아까 진호씨께 주신 구상도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만드는 과정이나 그런 것들은 박사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완전 자세하게 적어주셔서… 진짜 애들 장난처럼 만들기만 하면 되는거네요.”
 “정말 감사하죠. 일단 테스터용으로 하나 만들고 거기에서 문제점 발견되면 보완해서 정식으로 만들어내도록 하죠.”
 “그럼 일단 로봇 외형 구상도부터 그려야죠. 진호씨한테 주신거 보니까 명수씨 진짜 그림 못그리더라.”
 “대충 그린거라… 그리고 저 원래 미적감각 없는 거 아시잖아요.”

 

 선우와 짧은 대화를 끝낸 명수가 진호와도 무슨 말을 나누었다. 연필을 쥐어든 진호가 B4용지에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진호는 명수와는 달리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여자들이 들으면 로맨틱하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이 곳에서는 사내새끼가 그림 배워서 뭐하려고, 하는 소리 밖에는 듣지 못했다. 이렇게 구상도를 그릴 때는 좋기야 했지만. 이십 분도 채 안 돼서 한 성인 남자를 그려낸 진호가 종이를 명수에게 내밀었다. 명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옆에 서있던 우현에게 주었다.

 모든 연구원들의 확인 사인을 받아내자 연구원 모두가 저의 분야를 맡아 일을 시작했다. 한참을 일하던 명수가 잠시 쉬자며 말을 꺼냈다. 말을 꺼냄과 동시에 연구원 모두의 입에서 소리가 터져나왔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연구원들을 둘러보자니 괜한 웃음이 나와서 참지않고 웃음을 내뱉었다. 명수에게로 일제히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건지 명수가 다시 손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급한데 쉬긴 뭘 쉬나요. 자,자! 다들 원위치로!”
 “아,형! 저희 땀 안보여요? 삼분,삼분만요.네?”
 “멀쩡한 내 눈 멀게 만들지 말고, 원위치!”

 

 쉬라는 말에 푹 쳐졌던 연구원들의 어깨가 더 축 처져 제 업무를 맡는 곳으로 돌아갔다. 늦은 밤도 아닌 거의 이른 아침에 다가와서야 처음 단계는 대충 마무리 지은 듯하여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연구원들의 눈이 충혈되어 있어서 그런 점도 있고 말이다. 진호가 컴퓨터의 엔터를 누르자 탁,소리와 동시에 모든 연구원들이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이제 휴식을 줄 떄도 된 듯하여 리모컨을 들어 연구실 안의 전등을 껐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올렸다. 모두 곯아떨어진 모습을 깨우기가 조금 뭣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불을 켜고 우현의 뒤로 다가섰다. 우현아, 남우현. 일어나. 어깨를 흔들며 작게 말하자 금세 눈을 뜬다. 그래도 졸린 것은 여전한지 자세는 그대로, 눈만 껌뻑거린다. 그러다가 잠긴 목소리로 몇 시냐고 명수에게 묻는다. 한 번 손목을 쳐다본 명수가 우현과 같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 한시 조금 안 됐어.

 

 

 

아직 여기까지밖에 안씀. 수열은 맞음 일단. 성열이가 아직은 안나오지만.ㅅㅂ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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