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멋대로 영화 베스트 20
어김없이 올 연말도 <제멋대로 올해의 영화>를 뽑을 날이 기어코 오는군요. 올해는 가장 감사해야 할 분들은 압구정 CGV 무비꼴라쥬 관계자 분들입니다. 버스노선 편의상 압구정 CGV 무비꼴라쥬는 제가 가장 많이 찾은 영화관일 테니까요. 압구정 무비꼴라쥬는 좋은 영화를 다수 개봉한 것 이외에도 <서울 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 상영회>, <시네마디지털 서울, CINDI>와 같은 굵직한 영화제들을 꾸준하게 개최해 주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은 어느 해보다도 제 영화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했주었습니다. 한국에 아트하우스들이 뿌리내린지 이제 심수년이 되가지만, 제 생각엔 압구정 CGV만큼 부지런히 좋은 영화를 공급을 위해 뛴 영화관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추우나 더우나 압구정CGV 앞 맥도날드에서 빅맥버거 하나 입에 우겨넣고 영화를 본 기억들이 올해 가장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추억들이네요.
올해 본 개봉영화 리스트
황해
글러브
평양성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추
혜화, 동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파수꾼
애니멀 타운
두만강
무산일기
수상한 고객들
수상한 이웃들
써니
체포왕
오월애
미안해, 고마워
트루맛쇼
모비딕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소중한 날의 꿈
풍산개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고지전
퀵
심장이 뛰네
블라인드
최종병기 활
뽕똘
숨
통증
북촌방향
도가니
의뢰인
카운트다운
흉터
완득이
돼지의 왕
특수본
파란만장
아리랑
쓰리 데이즈
베리드
아이 엠 러브
윈터스 본
타운
환상의 그대
파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127시간
소울 키친
더 브레이브
블랙 스완
파이터
킹스 스피치
세상의 모든 계절
히어애프터
고백
안티크라이스트
제인 에어
소스 코드
사랑을 카피하다
인사이드 잡
코파카바나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악인
슈퍼 에이트
일루셔니스트
인 어 베러 월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헤어드레서
그을린 사랑
사라의 열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세 얼간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컨테이젼
사운드 오브 노이즈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리얼 스틸
비우티풀
파라노말 액티비티 3
트리 오브 라이프
프렌즈 위드 베네핏
헬프
머니볼
비기너스
드라이브
50/50
더 도어
러브 앤 드럭스
월드 인베이젼
퍼머넌트 노바라
올해 개봉 영화 중 제가 피같은 돈을 지불하고 본 영화는 총 93편입니다. 다 영화관에서 보았으니 9천원씩 따지면 84만원이라는 돈이며, 시간으로는 186시간을 영화와 함께한 셈입니다. 올해는 유달리 좋은 영화들이 많아서 20편을 골라봤습니다.
20. 돼지의 왕
어찌된게 영화를 본 후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유달리 좋은 영화가 많았던 11년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작품. 연상호 감독은 어른들이 봐야만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방식을 통해 한국사회의 지형도를 정확하계 꿰둟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에 목소리 연기를 한 양익준 김혜나 오정세의 목소리도 훌륭하게 작품의 질을 높이는데 공로했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616973
19. 베리드
제한된 공간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깜깜한 관속에서 시작해서 관속에서 끝나는 이 작품은 한 남자에게 전화기 한대만을 주고 극도의 서스펜스로 관객을 몰아 부칩니다. 특히 911테러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몇가지 단서들이 주어지면서부터 영화는 사회적 의제들도 꼼꼼히 영화의 농축된 메시지 안에 꽂아 넣습니다. 영화관이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그와 탈출의 절박함을 공유하면 온 몸엔 식은땀이 흐르게 됩니다. 제한된 형식으로도 얼마든지 사고의 영역을 통해 수십억달러의 돈을 쓴 영화보다 더 장르적 재미를 만들 수 있게 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27852
18. 애니멀 타운
이 작품은 신사동 인디플러스에서 단 두명의 관객과 함께 본 작품입니다. 이 영화엔 독특한 장면이 등장하죠. 바로 멧돼지가 도시에 출몰하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혹은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이 도시에 종종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본 적은 없죠. 어쩌면 우리는 알고 싶은 사실만 기억하는걸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엔 우리 사회의 썩은 병폐처럼 자리하는 아동성범죄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가정이 산산조각난 한 남자가 등장하죠. 평온해 보이는 이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상처받은 자들은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동물같은 자신의 욕망들을 억누르며 언제 뛰쳐나올지 모르는 멧돼지들처럼 두려움에 떨며 먹잇감을 찾아 나섭니다. 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면을 서늘하게 까발린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 중 가장 뛰어난 작품입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518784
17. 비기너스
영화 비기너스는 마이크 밀즈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시종일관 잔잔하고, 이야기 또한 특별하지 않은 이 작품은 다양한 매력을 쉽분 발휘하며 조용히 관객의 맘을 빼앗아 갑니다. 일러스트, 그래피티, 스틸사진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은유적으로 현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내며 혼란스러운 가정사와 이별의 아픔을 대신하는 이 영화의 의사소통 수단들은 감정이 만드는 동화책 속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비기너스에는 유달리 매력적인 배우들이 한가득인데, 이완 맥그리거의 색다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90년대 말부터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케릭터로 사랑을 받아온 동적이고 개성있는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이제 근사한 미소로 감정의 이 방 저 방을 향유할 수 있는 재주를 손에 쥔 듯 유려합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617046
16.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은 최근 변화하는 일본영화의 기류를 조슴스럽게 어루만질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조용한 교실에서 우유가 바닥에 떨어져 쏟아지고, 분필이 부러지고, 아이들이 떠들고, 때리는 모습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고백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소설보다 더 큰 영상의 충격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두렵고 극단적인 모습들까지 우스꽝스럽게 편집해낸 감독의 능청스러움과 배우들의 차가운 표정들이 대비되어 모든 것들을 희화화 시키는 영화의 분위기가 되려 공포를 더욱 자극시키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제 세상의 어떤 자극도 그 어떤 죄의식도 지루하면 잊혀지는 이 시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릴러. 일본 영화 고백은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선명한 인장을 찍어 넣을 그런 영화입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80174
15. 슈퍼 에이트
헐리웃 키드들을 위한 동화. 슈퍼 에이트는 영화를 보는 그 순간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 우리가 주말의 명화로 오랜 시간동안 가슴에 품어 왔던 이미지들을 빼곡히 나열합니다. 낚시의 달인 J.J 에이브람스는 스필버그의 돈으로 스필버그의 영화를 찬양하는 작품을 내놓습니다. 슈퍼 에이트 안에는 영화를 보기 전의 설렘과 영화를 본 후의 추억들 그리고 영화가 삶에 미치는 감동까지 모두 기억나게 해주는 희안한 재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방과 과정으로만 얼룩졌던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통째로 반전시킨 걸작 미니블록버스트 슈퍼 에이트는 헐리웃을 사랑했던 시네필들의 동화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536379
14. 파란만장
2년동안 영화제작과 헐리웃 데뷔를 위해 한국 팬들에게 신작을 내놓지 못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이렇게 단편으로나마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열악한 상황에서 박찬욱은 자신의 역량으로 아 난재를 풀어냅니다. 무당과 접신이라는 한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소재로 관객의 긴장감을 높인 후 기술적인 어려움을 탄탄한 이야기를 통해 극복합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는 내내 기업의 광고수단으로 전락한 영화는 아닐까. 혹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억지로 내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그런 기우를 모조리 짓밟는 이 작품의 팽팽한 긴장감은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신선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28223
13.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스라엘과 인도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요즘에 새롭게 주목해야 할 영화 강국은 이란입니다. 이란 영화는 소리없는 여행과 바로 이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통해 세계 영화게에 아트하우스를 벗어 난 대중적인 이란영화의 물결을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탄탄한 이야기와 입체적인 케릭터 그리고 윤리적 판단에 대한 심도 높은 고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영화 한 편이 한 나라의 사회와 문화를 대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믿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딸의 시선과 사회적 위신 그리고 종교적인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윤리적인 삶인지를 묻는 애처로운 질문이 인상적입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599600
12. 환상의 그대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
우디 엘런의 2010년작 <환상의 그대,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의 시작은 이 무시무시한 문구로 시작된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 아래 언제나 그렇듯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죽음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죽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만날 것이다. 틀림이 없는 이 사실에 대해 새롭게 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사실을 망각하고 사는 인간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재미는 우디 엘런이 줄 수 있는 고귀한 영화적 선물이다. 1년에 꼭 한편 이상씩 작품을 내놓는 이 할아범의 작품을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사세요.
http://www.cyworld.com/mjmovie2/3484158
11. 소스 코드
소스 코드는 두 번 감상했을 때 더 재밌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것들이 하나씩 보이는 작품인데, 영화는 소스 코드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를 프로그램화 시키고, 그 속에서 수 십 개의 서브플롯으로 통해 반복과 차이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이 작품은 시간 여행이라는 진부한 소재 위에다가 고난위도 양자역학의 이론을 슬며시 끼워넣는데 듣기보다는 어렵지 않다. 인류의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현실이 또 다른 세상의 메타포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은 기술의 긍정적인 작용과 세상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가진 재능있는 감독 던컨 존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맞물려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미셸 모나한의 미소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509155
10. 머니볼
<머니볼>엔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이 존재한다. 오클랜드를 성공적으로 플레이 오프까지 이끈 빌리 빈은 보스턴에 대형 계약을 제의받는다. 그는 심각하게 고민을 한다. 그것을 지켜보던 부단장은 그에게 한 야구선수의 영상을 보여준다. 홈런을 치고도 2루까지 뛰다가 자빠져서 다시 1루로 돌아오는 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본 빌리는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역시 야구는 사랑할 수 밖에 없어.' 데이터와 돈으로 야구를 하던 빌리는 이 장면 속에서 야구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한다. 내가 하는 야구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다. 세상의 어떤 야구든 아름답지 않은 야구는 없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613578
9. 무산일기
<무산일기>는 전승철이 교회에 가는 이유를 그가 사랑한 여인 때문이었음을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승철은 신에게 구원받기 위해 교회당을 들락거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품 속에 앉고 싶은 남자로서 교회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랑한 여인은 노래방에서 미성년자를 도우미로 세우고 술을 파는 비도덕한 여인이다. 이는 명백히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짓이다. 이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기도를 한다. 이런 모든 악행과 비도덕성을 신에게 용서받기 위함이다.
무산일기는 한국이 가진 종교의식과 종교인들의 악취 나는 뻔뻔함까지 조롱하며 탈북자인 전승철이 신의 영역 안에서도 그가 속한 사회의 섭리 안에 무력하게 타락하는 것을 끝까지 잔인하게 중계하고 있다. 탈북자와 교인 그것을 한 테두리의 묶어 죄의식의 심판장에 몰아 넣은 이 젊은 감독의 야심을 끝까지 지켜 볼 생각이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98707
8. 세상의 모든 계절
지독히도 쓸쓸하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비극의 실체를 목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인생을 살면서 단순히 하나의 선택의 문제일 뿐인데 그 결과가 주는 인생의 양상은 참혹하리만치 다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쳐버리면 날 위로하던 상대는 이렇게 말한다. ‘넌 네 선택에 책임을 져야해.’ 따듯한 대화가 지속적으로 오가는 이 영화가 가슴이 시린 것은 점점 더 부담스럽게 커져만 가는 인생의 짐 꾸러미들을 같이 들어주었던 이들이 제풀에 지쳐 하나씩 떠나갈 때에 있다. 영화는 누구나 인정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한 노부부를 통해 세상 곳곳에 자리하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시린 겨울 끝에 서 있는 여자를 끝내 놓아버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신은 오랜 시간동안 잔인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77967
7. 파수꾼
어쩌면 사랑이야기일지 모른다. 어쩌면 난 그때 여자보다 친구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 그만큼 애틋한 것이 그 시절의 우정이다. 아무도 날 위로할 수 없다고 반항하던 시절에 친구만이 내가 맘을 줄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땐 우스울 정도로 친구와의 관계에 많은 집착을 했다. 지금은 아니라 할 순 없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중요했다. 소년성이란 그런 게 아닐까. 언제부턴가 어른으로 취급하려는 세상에 당황하여, 서로 모이는 소년들의 구멍. 그 구멍 속에서 뒤엉켜 있을 때 피어나는 파열음. 파수꾼은 그 시절의 고통을 형형하게 연주해내면서도 애써 에둘러 미화하지 않는다. 그렇게 미화하기엔 당신의 그 시절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니까. 파수꾼은 당신의 기억 속 고통을 억지로라도 끄집어낸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57411
6. 황해
황해는 지속적으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황해는 엄청난 동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수많은 인물과 복잡하게 엮인 사건들이 속도감 있게 퍼져 나가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그 페이스에서 완전히 뒤떨어지는 어려운 영화다. 이 불친절한 영화가 지속적으로 생각나는 이유는 하정우의 공이다. 디테일한 몸짓과 섬세한 표정을 가진 하정우는 감정을 머리에 달고 사는 사람과 같이 날렵하다. 그가 논현동의 건물 앞에서 라면을 먹고 핫바를 입에 물고 나올 때의 걸음과 감자탕 집에서 담배와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사랑한다. 나홍진 감독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하정우의 재능에 일정부분 빚을 지고 있는 지 모른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48852
5. 안티크라이스트
안티크라이스트. 이 영화의 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태도로 유명하다. 자존심이 쌔기론 그 어느 누구도 당해낼 자가 없다. 제목 자체를 이렇게 진 것은 그의 성향과 잘 어울린다. 적그리스도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적그리스도 개념의 배경은 유대교 종말론이다. 구약성서 중 다니엘의 예언은 종말에 있을 하느님과 마귀 사이의 결정적 전투를 묘사한다. 안티그리스도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세계 종말 직전에 나타날 악마를 일컫는다. 그리스도를 위협할 악마라니 라스 폰 트리에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는 이 시대의 신을 위협하는 인간 내면의 파멸적 본능을 끌어내려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종말론적 분위기는 더욱 이 제목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내 생각엔 라스 폰 트리에의 관심은 오로지 사람들의 분노와 광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관객과 언론이 가질 혐오감과 고통을 쾌락으로 뒤바꾸려는 야심.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것에만 감독은 몰두하는 것이다. 내가 이 영화의 끔찍한 경험들에 황홀함을 느꼈던 것은 영화 안에 이 정도의 고통스런 비탄을 담은 이가 과연 있었는가하는 감탄과 다를 바 없다. 이토록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그 어느 영화에서 할 수 있을까하며 나는 이 영화를 즐겼던 것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난 라스 폰 트리에의 의도에 그대로 반응하고 말았다. 그가 원하는 인간 타락의 본성을 난 정확하게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며 어느 순간 미쳐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88063
4. 블랙스완
이 작품은 걸작이라는 묘사 이외에 그 어떤 말도 붙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완전한 이미지와 이야기의 앙상블. 이 영화에서 단점을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관습적인 표현방법이나 지루할 틈을 주는 쉬어가는 시간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강강강 템포와 사운드를 올려대는 이 블랙 스완은 완전한 대중성을 가진 작품이고, 지적하려는 비평가를 뻘쭘하게 만드는 견고한 속성을 가진 걸작 그 자체다. 특히, 몸에 털이 솟고, 뼈가 부러지고, 찔리고 찢겨 피가 튀기는 사운드와 이미지는 영화관을 나오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뇌를 절대 쉬이 잠잠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3. 북촌방향
<북촌방향>을 보고 가슴 벅찬 느낌을 느꼈다면 아마도 이 설명치 못하는 감정들의 발산 때문일 것이다. 현실감을 거세해버린 영화는 생각을 풍요롭게 한다. 생각은 더 멋진 영화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무료한 일상에 글 질을 하게 하는 2차적 영감을 파생시킨다. 나이를 먹어가며 홍상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풍요로움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생각할 것을 줄이고픈 세상에서 생각의 재미를 알려주는 영화는 항상 반길 수 있다. 언제까지 그의 영화를 보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두고 수많은 논객들이 설왕설래 할 테지만, 모두들 행복한 얼굴로 <북촌방향>의 유령들에 대해 정감어린 말들을 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말야라고 말을 시작하며.
http://www.cyworld.com/mjmovie2/3575914
2. 그을린 사랑
영화 그을린 사랑은 지나간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분노를 끊어내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사를 고이고이 따라가 얻은 진실은 모두를 분노의 도가니로 끌어 넣는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진실을 모두 알아버린 사람들의 얼굴이 아주 자세하게 클로즈업된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죽은 자의 편지 속에 담겨져 있다. “분노의 흐름을 끊는 약속”이다. 아주 무책임하게도 진실을 알아버린 인간의 상처는 보듬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아이들임에도 그저 꿋꿋하게 버텨주길 기도한다.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지 모른다.' '과거를 부정할지도 모른다.' '용서할 수 없다'는 가정은 용납되지 않는다. 1+1 =1이 되는 이 불가능한 수식의 증명은 오로지 불가능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내 육신 하늘에 등을 보이고 죽지는 않겠노라. 과연 장대한 스케일로 종교와 수학 그리고 전쟁의 폭력과 비극의 씨앗을 사유하던 이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앉고 무덤속으로 들어간다. 앎의 대가를 받아들이고 가장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조금만 참아주길. 그저 조금만 이해해주길. 이제 더 이상 분노하는 자 없길 기도하며 영화는 어둠을 드리운다. 분노의 끝을 본 우리들은 이 영화의 윤리적 태도에 끈끈한 지지를 보내며 극장 밖의 흐리멍텅한 빛을 바라볼 수 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573785
1. 만추
생각해보니 난 작년에 이어 멜로영화를 가장 인상적으로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꼽은 베스트 영화 1위는 500일의 썸머였다. 세상의 사랑 이야기는 이제 흔해 빠져서 더이상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 올해 개봉한 멜로 영화들은 개성이 부족했고, 관객의 시청각만 자극시키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만추의 사랑은 조용하고, 정적이면서도 신비로움이 있었다. 무표정 속에서도 미소를 짓는 탕웨이의 얼굴과 시애틀의 안개는 사랑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3일 이라는 시간동안 그녀가 살아있을 수 있었던 시간은 그와 함께 한 시간 뿐이었다. 어쩌면 사랑은 당신의 시간에 좀 더 근사한 색을 덧입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주 짙은 갈색으로. 두 사람이 소통하고, 사랑했을 때 만들어지는 기적. 그 어떤 상황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무언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강렬한 믿음. 그래서 만추는 멜로가 아니라 소통의 기적을 믿는 인간의 이야기다. 이것은 곧 김태용이 만추에서 본 연출의도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마음이 열리는 찰나를 목격하고 싶다고 했다. 기적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시간. 만추는 올해 내게 가장 가치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http://www.cyworld.com/mjmovie2/3451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