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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유죄판결에 대한

소하 |2011.12.27 05:38
조회 408 |추천 4

같은 판사, 같은 판결을 보는 다른 생각

정봉주 유죄판결에 대한 이재교 변호사 기고문

 




같은 판사, 같은 판결을 보는 다른 생각

 

대법원이 지난 23일 정봉주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난리가 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엄동설한에 열기를 뿜어낸다. 주심 대법관에 대하여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도 부족하여 그 대법관의 전화번호와 가족까지 공개하면서 이른바 신상털기가 행해지고 있다 한다. 가족까지 공개하는 신상털기는 그 자체로 정신적 테러라고 할 수준이니 욕설댓글 따위에 견줄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돈가?

 

테러수준의 저질 공격에 대하여 그 건 잘못된 일이다 지적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터이니 그만두고, 시중에 나돌고 있는 주장 몇 가지를 검토해 보자.

 

우선, 이번 판결은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선거법상 흑색선전(허위사실유포)에 대한 유죄판결이라는 사실이다. 정씨는 지난 2007년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고,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김경준 BBK투자자문사 대표의 박모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한 것은 이 후보가 다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1등 하던 사람이 3등이 되거나 또는 구속이 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 같다"는 등의 주장을 했는데, 이 주장이 허위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선거에서 흑색선전을 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둘째, 선거과정에서 주장한 사실이 허위사실이었다 해서 전부 허위사실유포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믿을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비록 허위사실이라 해도 허위사실유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정봉주씨가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믿을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을 것인데, 그 이유를 대지 못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봉주가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허위사실이라는 점은 검사가 입증했고(당연히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정봉주는 그 허위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한 것이다.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정봉주가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선거에서 의혹제기와 허위사실유포죄는 구별되는데, 전자는 죄가 되지 않지만 후자는 흑색선전으로 범죄가 된다. 온라인공간에서 ‘박근혜도 BBK사건에 의문점이 많다고 주장했는데 왜 정봉주만 구속하느냐’는 주장들은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경준의 BBK 사기사건에 이명박 후보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와 ‘BBK사건은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한 것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주장이다. 후자가 선거의 공정을 해칠 위험성이 훨씬 크므로 후자만 처벌하도록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만, 의혹제기의 형태를 띠었더라도 허위사실유포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김갑동 후보가 이OO을 강간하였다는 의혹이 있는데 해명하라”고 주장하였는데, 피해자라는 이OO가 그와 비슷한 주장도 한 적이 없다면, 즉 뜬금없는 의혹제기는 허무맹랑한 의혹제기로서 허위사실유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BBK에 대하여 이명박후보가 관련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관련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허위사실유포가 될 여지가 없다.

 

끝으로, 정봉주가 제기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보자. 이들은 정봉주의 주장이 사실이고, MB는 임기가 끝나면 BBK사건으로 구속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믿는 것이야 자유지만 별 근거는 없다. 김경준의 BBK형사재판에서 이미 허위로 밝혀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재판결과를 믿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법원이 어디 권력편이던가? 한명숙 전 총리가 두 번씩이나 무죄를 받았지 않았던가. 바로 이 번과 동일한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피디수첩판결에서 제작진은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던가.

 

그런 법원이 정봉주 전의원에게 1, 2심에서 모두 유죄, 그 것도 징역1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도 대법관 4인이 모두 유죄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더욱이 형량도 징역1년의 실형으로서 만만치 않은 형량이다. 전직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사건으로서 일종의 정치범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정치적인 사건에서 허위사실유포죄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이 실형을 받았을 뿐이고, 설훈 전 의원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김대업과 설훈은 이회창 후보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주장하였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인데,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하였으니 권력의 편을 들어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정봉주판결에 대하여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이치로 설명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예 설명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데에는 약도 없다.

 

실망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좌파쪽으로 다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좌파진영이 이런 식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테러까지 나선다면 좌파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 것이니, 이게 기뻐할 일인지 아닌지, 그 건 잘 모르겠다.

변호사 이재교 (법무법인 서울 다솔)

2040청년들의 대한민국이야기 웹진 storyK (www.story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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