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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외치다.(27)

사바라방해배 |2011.12.30 16:36
조회 186 |추천 0

주환은 병원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수정을 바라보며 수건으로 피 자국을 닦아준다. 이 여자에게 왜 이리 힘든 일들이 생기는 것인지 하늘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한다.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번 넘기고 다쳐서 병원신세도 많이 졌다. 여자의 몸이라고 하기엔 곳곳에 평생 남을 상처들이 보인다. 직업상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상처는 별 일 아니지만 여자로서 다른 사람들처럼 꾸미고 싶을 나이인데 또 다시 상처 범벅이 된 모습으로 병원에 초라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 여자에게 또 어떤 시련이 있었던 것일까. 그 때 간호사가 다가온다.

“ 혈압 체크 좀 할 게요. ”

능숙한 솜씨로 바이탈을 체크하고 상처 부위에 소독과 치료를 병행한다.

“ 저기. 왜 이렇게 못 깨어나는 겁니까? ”

“ 별 다른 이상은 없으신데 쇼크가 좀 오셨어요. 열도 잘 안 내려 가고요. 지금 약 잘 들어 가고 있으니까 약 떨어지는 거 확인 좀 해 주세요. 곧 깨어 나실 거에요. 그럼. ”

“ 네.. 감사합니다. ”

주환의 손이 수정의 손을 잡는다. 온 몸이 열이 심한데도 손이 차갑다. 두 손으로 수정의 손을 녹이기 시작한다. 수정이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깨어나길 바라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수정도 안정을 찾기 시작하여 열도 내리고 손에도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진욱에게 전화를 건다. 몇 번의 신호음이 떨어지고 진욱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 서장님.. 죄송하지만 삼일만 휴가처리 부탁드립니다. ”

[ 음.. 그래 알았다. 여기 일은 잠시 잊고 푹 쉬어. 힘내고]

“ 네.. 죄송합니다. ”

전화를 마치고 수정을 바라보는데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눈의 동공이 커지고 수정을 바라보니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눈을 천천히 뜨고 주위를 살피다 예상치 못한 사람이 곁에 앉아 있어 당황한 모습이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그리고 수정이 먼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한다.

“ 정신이 좀 들어? ”

“..........................”

그러면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황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준하가 나가고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을 때 미선이 있었고 집안으로 들어 온 미선이 온갖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 그 기억들이 나자 머리가 아프다.

“ 아...! ”

어디가 불편한지 신음소리를 내자 놀라는 주환이 먼저 말을 건넨다.

“ 어디 아파? 잠시만요. 여기요. 환자 정신 돌아 왔습니다.! ”

잠시 뒤 의사와 간호사가 오고 몸 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일반 병실로 입원해 하루만 더 쉬는 게 좋겠다는 의사에 소견에 따라 입원 수속을 밟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환은 자신의 일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고 처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수정은 편치 않다.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랄까. 저 남자에게 상처를 주었다. 억지로 떼어내려 모진 말을 했었다. 거짓말을 했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저 남자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가습기에 물을 받아 병실로 들어온 주환은 누워 있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수정을 보고 놀라 다가온다.

“ 아직 더 누워 있는게 좋은데.. ”

“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

수정의 질문에 주환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 내가 왜 이런 몰골을 하고 병원에 와 있는지.... 누가 이랬는지...왜 안 묻죠? 고아인 내가 준하 오빠 만나서 신분상승을 꿈 꿨는데 내가 고아라서 부모님이 반대하세요. 그래서 준하오빠 어머님께 좀 맞았어요! 아프더라고요. 근데요.. 근데요.. 나.. 그래도 결혼하려고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잖아요. 때리면 맞고.. 또 때리면 또 맞죠..뭐......음...!!!!”

갑자기 뒤에서 주환이 수정을 와락 껴안아 버린다.

“ 제발 이제 그만해..... 그런 말 하면 네가 더 아프잖아... 그만해..”

주환의 말 한마디에 참고 있던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이 흘러 수정을 안고 있는 주환의 팔등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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