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힘이 센 아이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으려고 힘없는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상납을 한다. 힘이 센 아이들의 폭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장애가 있는 같은 반 아이에게 물을 붓고, 수건로 얼굴을 닦기도 한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는 웃돈을 주겠다며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담배를 가로채 달아나는 이른바 ‘담배삐끼’도 서슴지 않는다.
학교 폭력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경기 ㄱ초등학교 김아무개(49·여) 교 교사가 쓴 한편의 수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 6학년 교실은 도가니’란 제목의 수기는 지난 연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모한 교단 체험수기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기를 보면 아이들 사이에 폭력과 자발적 복종이 일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교사는 상품권 사례를 들면서 “상품권을 준 것이 게임 캐릭터를 키우려고 준 것이 아니고 힘이 센 아이에게 때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뜻에서 준 것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힘센 아이가 장애 아이를 괴롭히는 내용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교과 전담 시간에 장애우인 ☆☆이가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무기명으로 쓰라고 했다. 힘이 세다는 △△이와 ○○이의 부적절한 행동이 어른인 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장애우인 친구에게 물을 붓고, 울며 침을 흘린다고 수건로 얼굴을 닦아 주었으며 욕설을 퍼부은 데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동안 망을 봐 주겠다고 자청하는 아첨꾼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김 교사가 전한 교실 분위기는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초월한다. 소설 속에서 학교 내 절대 독재자로 군림하는 ‘엄석대’는 오늘날 교실에 실존하고 있다. 김 교사는 “그곳은 이미 공부하는 교실이 아니었다”며 “담임교사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엄석대의 말을 듣기 시작하고 엄석대의 잘못을 감추어 주기 위해 아이들 모두가 침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썼다. 김 교사는 “가해자,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 교실에 있었다”며 “누구도 약자의 편에 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그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대결하기보다는 아이들을 품에 안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아이들 사이에 결속이 강화되면서 교사가 오히려 ‘왕따’가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교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언성이 높아져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겁이 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차라리 아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자. 내 마음의 응어리부터 풀자, 하루에 세 가지씩 좋은 점을 찾아서 그것 때문에 예쁘다고 생각하자.”
김 교사는 담배삐끼를 하다가 다른 학교 문제아에게 걸려 도리어 자신이 위험에 처한 아이에게 꾸중 대신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아이에게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인정해주고, 대신 담배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비타민을 손에 쥐어 주면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힘센 아이들을 돌아가며 불러서 꾸중이 아닌 어른들의 이야기, 반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라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런 노력 끝에 학기말이 된 현재 “아이들의 눈빛에서 반항기가 사라지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남보다 먼저 달려와서 잘못된 점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상의해 온다”고 김 교사는 전했다.
김 교사는 3일 <한겨레> 한 전화 통화에서 “우리 학교가 경기도에서 기초 생활보호 대상자와 한 부모 가정이 많다”면서도 “학교 폭력의 정도가 차이가 있을 뿐 어느 학교나 어느 교실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방안과 관련해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이 아이들의 신뢰를 얻는 수밖에 없다”며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과 보모의 역할까지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김 교사의 수기 전문
‘지금 6학년 교실은 도가니’
한국교총·한국교육신문 교단체험수기 대상
“신발! 엄마가 현장 학습 가는데 신발, 돈 안 줘서 신발, 나 오늘 현장학습 안 가!”
현장학습 가는 날, 우리 반 oo이가 친구에게 보낸 문자입니다.어느 여학생이 교사의 머리채를 잡았다느니, 인근 학교의 모 6학년 학생이 교사의 가슴을 걷어차서 입원 중이라느니, 담배를 뺐었다고 교감 선생님을 구타했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옵니다.
지난 2월 봄 방학 때의 일입니다. 학교의 2월은 쓸쓸하면서도 분주합니다. 교사의 새 학기 시작은 3월이 아니라 바로 2월부터입니다. 학교에 출근해 보니 교장선생님과 6학년 부장교사가 담임교사 선정 문제로 감해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학교는 경기도에서도 기초 생활보호 대상자와 한 부모 가정 수가 가장 많은 학교입니다. 게다가 이 아이들이 5학년 때 말썽을 많이 부렸던 학생들이기 때문에 6학년이 되면 더 할 것으로 생각되니 고민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미 작년에 부임하자마자 6학년을 했고 부장까지 겸했기 때문에 또 하고 싶지도 않았고, 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친구의 딸이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고 왕따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년에 많이 힘들어했었습니다. 고민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아이 때문에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과 잠 못 이루던 밤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6학년 또 지원할까? 아니, 그럴 수 없어.’ 내 속에서 갈등이 널뛰듯 합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바보’ 소리를 들으며 6학년을 희망했습니다.
학기 초 교실은 어디나 그렇듯 서로 탐색전이 벌어집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더니 서로 알아가면서 물리적인 힘의 순서에 따라 아이들의 태도도 바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교 시간입니다. oo이가 무언가 oo이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이 보였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서 연구실로 불렀습니다.“작년부터 함께하는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 캐릭터를 키우려고 문화상품권을 oo이에게 주었습니다.”
oo이의 변명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힘이 센 oo이에게 의지해서 다른 아이에게 맞지 않도록 해 달라는 청탁이었습니다.
교과 전담 시간입니다. 쉬는 시간에 빨리 교실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학부모님과 통화하다 시작종이 울려서야 교실로 갔습니다. 교실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힘이 약한 oo는 수건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oo가 수건질을 해서 더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괴롭힘을 많이 당한 아이기 때문입니다. 여학생들은 차분히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정신지체 장애우인 oo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을 앉혀 놓고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한 것, 본 것, 들은 것을 무기명으로 쓰라고 했습니다.힘이 세다고 하는 oo이와 oo가 한 일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또 oo이의 부적절한 행동은 어른인 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장애우인 친구에게 물을 붓고, 울며 침을 흘린다고 수건로 얼굴을 닦아 주었으며 욕설을 퍼부은 데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동안 망을 봐 주겠다고 자청하는 아첨꾼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곳은 이미 공부하는 교실이 아니었습니다. 담임교사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엄석대(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캐릭터. 학급 내에서 절대 독재자로 군림한다)의 말을 듣기 시작하고 엄석대의 잘못을 감추어 주기 위해 아이들 모두가 침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 같았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 교실에 있었습니다. 누구도 약자의 편에 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나서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약한 아이들의 편을 들어 가해 학생인 아이들을 지도했더니 자기들끼리 결속력이 더 단단해져 반 아이들을 조종해서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내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학부모님께 알리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고자질쟁이로 생각하고 신뢰하지 않을 것 같아 학교에서 아이와 약속하고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이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교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언성이 높아져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겁이 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oo이, oo이, oo를 차라리 내 편으로 만들자. 내 마음의 응어리부터 풀자’, ‘하루에 세 가지씩 좋은 점을 찾아서 그것 때문에 예쁘다고 생각하자.’
처음에는 예쁜 점이 한 가지도 없더군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찾다찾다 드디어 한 가지를 찾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서 놀아 내 눈에 안 띄어 스트레스받지 않게 해주니 좋다’였습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찾다 보니 좋은 점이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점차 내 마음속 응어리부터 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oo이가 담배삐끼를 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 대상이 타 학교 불량 아동 성태의 할머니였습니다. 담배삐끼는 돈이 필요해서 폐휴지 등을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에게 담배를 사다 주면 천 원을 더 드린다고 하고는 담배를 사오면 돈을 찾는 척 주머니를 뒤지다가 담배를 낚아채서 달아나는 일입니다. oo이가 oo 할머니인 줄 모르고 담배삐끼를 했다가 oo에게 맞게 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oo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아이의 신뢰를 얻어내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신뢰를 얻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대신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네 건강을 해치니까 네 몸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담배 대신 비타민을 한 알씩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차라리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오라고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 결 같이 하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oo이, oo이,oo를 차례로 돌아가며 불러서 꾸중이 아닌 어른들의 이야기, 우리 반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널 포기하지 않을거야’라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김복순 금빛초 교사와 반 학생들.
지금은 이 아이들의 눈빛에서 반항기가 사라지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남보다 먼저 달려와서 잘못된 점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상의해 오니 안심이 됩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옵니다. 이 아이들을 좀 더 돌봐주고 싶습니다. 인격이 좀 더 성숙할 때까지 좀 더 지켜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원서를 써야 합니다. 작은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완전한 신뢰를 얻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무 길고도 힘들게 아이들의 작은 신뢰를 얻어냈고, 그것에 더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교직에 들어선지 28년 만에 가장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만났고, 가장 많은 인내를 배웠고, 아이들을 찾으러 가장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어렵게 배운 한 가지는 망나니짓을 했을지언정 그 아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너를 절대 포기 하지 않을거야”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뢰를 심어주고, 신뢰를 얻어내면 그렇게 반항하며 어긋나던 아이도 마음을 연다는 것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내가 선 이 자리를 교원평가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좁혀 놓고, 정치인들은 표에 따라 인기에 따라 이용하고, 학부모들은 무시하고, 아이들은 대들며 욕설을 내뱉을지라도, 비록 씁쓸한 소문이 들려올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나는 또 다른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