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길에 몇개의 CCTV가 나를 관찰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사무실 내에 여러개의 카메라가 나의 일거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익숙해 져 있었던 터라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지만 건물을 나오자 말자 나를 보고 있는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순간 흠칫할 수 밖에 없었다. 가끔 길가에 주차하면서 이 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을까 하면서 둘러 보면 여지없이 나를 보고 있는 카메라를 발견하곤 했던 사무적인 느낌과는 또 다른 당혹감이었다.
항상 누군가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잘못을 저지른 상태이든 아니든 긴장하게 만든다. 물론 감시 카메라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 시야에 들어 가는 모든 광경을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그러나 그 시각은 완전히 일방적이어서 고압적이며 (아마 카메라 위치가 위쪽이라서) 폭력적이기 까지 하다. 시야에 들어 오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다소 과장된 시각때문일것이다. 관음증을 사회질서에 대한 보호라는 대단한 명분으로 치장한 듯한 느낌을 가진 것은 지적인 오만이긴 하지만..
물론 나의 감성을 전혀 이해 하지 못하는 그 카메라의 시선은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의 시선과는 명백히 다르다. 다행히도 조지 오웰이 생각한 텔레 스크린의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아직은 우리가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언젠가는 내가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검사하고 cctv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관찰한다면 나의 사상이 어떤지에 대한 복합 리포트를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엇던 것은 사실이다.
1984년의 세계는 완전한 "당" 이 지배하는 세계이며- 그 시선은 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하게 인간을 관찰하고 통제한다- 모든사실은 오직 당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수정되고 지배된다. 즉 인간이 가진 모든 정보는 오직 검열을 통해 검증된 정보이며 인민들은 이러한 정보가 모두 진실임을 끊임없는 사상교육으로 인하여 세뇌되어 있다. 당을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항상 (가상의) 적과 대치하고 있다는 뉴스를 내 보냄으로써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면서 애국심을 유발시킨다. 모든 정보는 통제되고 과거 사건도 현재나 미래의 당의 단합을 위해 왜곡된다. 당에서 버림 받은 자는 아무도 모르게 처형되고 그의 모든 기록은 삭제된다. 윈스턴 스미스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당원이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당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지하단체 "형제단"에대해 알게되고 가장 충성스럽다고 생각해온 고위 당원인 오브라이언이 형제단의 일원일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게 되면서 그에게 자신의 사상적 일탈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함정이었다. 오브라이언은 그의 고백을 듣고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하면서 그를 더욱 깊은 진실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스미스는 진실을 알게 된 기쁨을 느끼지만 그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은 더 이상 오세아니아의 당원으로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이었다.
그는 성행위는 허용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허용되지 않는 텔레 스크린의 감시하에서 쥴리아라는 당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철저한 당성을 가진 여성 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몰래 만나자는 쪽지를 전해 주면서 그에 대한 감정을 노출시킨다. 그 들은 당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먼 외곽지역에서 몰래 만나며 건조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 들의 만남은 결국 오브라이언이 건내 준 진실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같이 열게 됨으로써 모든것이 끝나게 되고 그들은 경찰에 끌려가 사상 교육을 받게 된다. "빅브라더는 사랑이다" 그는 온갖 고문을 받으면서 결국 그런 말을 하게 되고 마침내는 병적으로 행복한 마음을 가지면서 총살당하게 된다.
1984년이라는 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서 소련의 전체 주의가 이러한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세계는 없고 앞으로도 그런 세계가 올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 소설을 읽은 시점이 1980년대 였다면 소련이나 북한의 미래 모습을 그린 것 같은 경탄과 공포를 느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2012년 나는 이러한 공포국가의 모습을 상상하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대한 섬세하고도 적나라한 묘사에 온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윈스턴 스미스 : 그는 고독한 혁명가이지만 모든 것을 체념한체 살아가는 인텔리겐차이다. 그의 당에서의 역할은 모든 과거의 역사를 당의 이념에 따라 만들고 지우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일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고 사상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중 쥴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건조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사상 전향을 종용하며 고문하는 오브라이언에게 당만이 사랑이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오브라이언 : 그는 윈스턴 스미스가 사상적으로 불안 한 것을 알고 그를 함정에 빠뜨린다. 그를 그의 사상적 동지로 생각하게 만든 후 그를 도와 주는 척 하다가 오세아이나의 적이 쓴 진실이 담긴 책을 전해 준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된 스미스를 고문함으로써 그 책의 내용은 모두가 거짓이며 당만이 진실이라는 고백을 받아 낸다.
쥴리아 : 스미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을 알게된 스미스와 같이 보안국에 끌려가게 되고 온갖 고문을 받는다. 그녀가 어떻게 되엇는지는 모른다. 다만 스미스는 스쳐 가듯 그녀와 비슷한 여인이 지나 간 것을 알지만 그녀인지 조차도 모른다.
현재는 어떨까. 조지 오웰이 상상했던 전체 주의 국가와는 대상이 바껴진 것이 아닐까. 2012년 현재는 과거와 달리 지배계급은 끊임없이 텔레 스크린뒤에서 감시하는 시민들의 냉혹한 시선에 움직이고 있다. 과거와는 반대인 세상이 된 것일까.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대중에 대한 자신의 사상성과 진정성을 고백해야만 한다. 그의 모든 행동은 전 국민에게 생 중계 되다 시피 한다. 그들이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SNS는 이미 공공의 장소가 되어 어떠한 생각을 적어 놓든 실시간으로 그의 반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던져진다. 이렇든 조지 오웰이 절대자의 시각으로 인민을 감시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절대자는 시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절대적인 권력자는 대중이 된 것은 정보가 대중성이 강화된 이후부터이다. 이제는 모든 정보는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소비된다. 아직도 정보의 원천은 정치가나 관료들이지만 그 정보를 소비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대중이 결정하는 시대가 되엇다. 조지 오웰이 예상한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하다.그는 선지자이다. 그러나 대상은 바껴졌다. 절대자가 모든 인민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민이 지배자를 실시간으로 감시라는 빅 브라더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