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톡을 쓰게 되네요...
전 올해 25살이 된 여자입니다.
전 2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나이는 저보다 한살 어리지만 저보다 더 어른스럽고 다정하고 착한,
정말 저 하나밖에 모르는 그런 남자친구입니다. 전 얘를 만나기전까지 연애를 딱 한번, 그것도 3달 정도?
했었고 사실상 제대로 사귄건 이 아이가 처음입니다. 전 정말 어리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남자친구 역시 저를 너무나 사랑한다는게 가슴깊히 느껴질정도에요.
그런 저희 커플에게 며칠전,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얼마전부터 기분이 안좋아보이고 말수도 부쩍 줄어들어서 제가 계속 무슨일 있냐고 물어봤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몸이 안좋아서 라고 둘러댔지만 딱봐도 뭔가 안좋은 일이 있는것 같았어요.
그래서 계속 분위기를 잡고 털어놔보라고 닥달을 했더니, 결국 꺼낸 남자친구의 말은
자기가 '애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전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자세히 말해보라고 해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남자친구가 고등학교때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호기심에 한번 가진 성관계로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학생이였던 남자친구는 당연히 당황했고 그 여자아이와 상의끝에 애를 지우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엄마와 함께 병원을 가서 애를 지우겠다고 했고, 그뒤로 연락이 끊겼다고합니다. 남자친구도 계속 걱정과 죄책감에 여러번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번호도 바뀌고 주변에 물어봐도 그 여자아이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남자친구는 항상 마음속에 짐을 안고 지내다가 처음으로 여자를 사귄게 저입니다.
저는 혼전에 관계를 맺는걸 원치 않아서 2년을 사귀면서 남자친구와 관계를 한적이 없습니다.
남자친구 역시 그걸 저에게 요구한적도 없었고, 항상 저를 애지중지 다뤄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남자친구에게 모르는 변호로 연락이 왔는데, 그게 아기를 지웠던 그 여자친구였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 번호를 알았던 그 여자아이는 사실 그 때 아이를 지우지 않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들어갔다가 정말 못할짓이라는 생각에 자기 인생 포기할 생각하고 그냥 애를 낳아서 지금까지 길렀다고 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말할까 생각했지만 학생이였던 남자친구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고, 자기가 아이를 가지고 매달리는 꼴이 되는게 싫어서 연락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엄마와 둘이 살았었는데,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연락을 끊고 21살부터 혼자 돈을 벌어서 아이를 키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곧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고. 학교에서 아빠없는 아이로 알려지는게 무섭고,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정말 미안하지만 자신과 결혼해서 아이를 같이 키워줄 수는 없겠냐고 했다는겁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지금 여자친구가 있고, 너가 혼자 우리 아이를 키운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항상 너에 대해 죄책감이 있던게 사실이지만 이제와서 나에게 말도 없이 아이를 낳았다고 하고 결혼하자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여자아이도 자기도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용기를 낸거라면서, 아이가 지금도 벌써 자기는 아빠가 없느냐고 묻는데 그럴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 사진을 남자친구 핸드폰으로 보내줫는데 그걸 보고 남자친구도 너무 혼란스럽고 슬펐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연락해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는데 그 뒤로 나를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그 여자아이도 원망스럽지만 미안하고, 자기는 상상도 못했던 자신의 아이에게도 미안해서 정말 죽고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는 저를 너무 사랑해서 잃고 싶지 않은데 옛날에 자기가 했던 실수로 나를 잃을까봐 너무 두렵고, 아이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마저 나쁜것 같아 너무 혼란스럽고 미치겠다며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저 역시 아무말 없이 계속 눈물만 흘렸구요, 일단 서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하고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전 정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저에게 일어났다는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정신이 멍할 정도에요.
제가 아는 남자친구는 정말 순수하고 개념찬 어른스러운 남자였는데, 고등학교때 실수로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었다는게 충격이고 더군다나 24살에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다는게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제가 보수적인 성격이라 혼전 관계도 안좋게 보는데, 미성년자일때 이런일이 있었다는게 전 정말 믿을 수가 없고,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신감과 함께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임신시켜놓고 버린것도 아니고, 둘이 상의하에 애를 지우려고 했는데 여자가 말도 없이 애를 낳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던 거고, 남자친구는 지금까지 이사실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에 저에게 고의로 속인것 또한 아닙니다.
또 그 여자아이도,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입장에서 보면 혼자서 어린나이에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혼자 길렀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큰 고생이였는지 짐작이 가기때문에 안타깝고 불쌍하기도 합니다.
또 아이를 위해서 어렵게 용기를 낸거라는것 또한 잘 알기에, 말도 없이 애를 낳고서 이제와 남자친구의 발목을 붙잡는게 너무나 원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임감 때문에 제 남자친구가 저와 헤어지고 이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게 진짜 행복한 가정이 될까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게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보다 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혼자서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어린 여자를 너가 알아서 하라고, 이제와서 왜 우리 발목을 붙잡느냐면서 모른척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일단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야 어쨌든 전 정말 남자친구를 여전히 너무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고싶습니다. 남자친구 역시 그렇구요.
하지만 남자친구가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귀는 이상 평생 그 문제는 숙제로 남겠죠.
남자친구가 그 여자와 아이에게 경제적 지원과 아빠로서의 역할만 해주고 우리는 우리대로 결혼을 한다면, 솔직히 쿨하게 남자친구가 그 여자와 아이를 만나는걸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문제로 언제나 싸움이 나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건 불보듯 뻔한 일이잖아요.
제 친구들도 제 남자친구같이 착하고 듬직한 남자는 없을거라고 항상 부러워했고, 저희 부모님도 예의바르고 속깊은 남자친구를 너무 좋아하십니다. 남자친구도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했고, 저와 꼭 결혼 할거라며 결혼자금까지 알뜰하게 모으고 있었는데 한순간 상상도 못한 일로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 짐작이 가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저 역시 너무나 힘들고 도저히 어떻게 해야 정답인건지 결론이 나질 않습니다.
정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진 않은데.... 주말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이불만 뒤집어 쓰고 울다가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전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