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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학력거짓말을 했습니다.

h'll |2012.01.10 15:12
조회 5,702 |추천 0

 

안녕하세요~

항상 즐겁게, 때로는 열받아가며, 공감도 하며 톡을 보다가

요즘 고민이 생겨 글을 쓰게 됐습니다.

 

 

 

나이는 20대 중후반, 여자입니다.

작년 연말부터 만나게 된 남자친구가 있어요.

어쩌어쩌다 소개팅을 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좋은 대학교 나와서, 그때 당시 대기업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였습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전문대나왔구요.

다행히 전공살려 작은 회사에 만족하는 일하며 살고 있는 평범녀에요.

나름대로 경제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은 터라 뉴스도 꼬박꼬박, 신문도 꼬박꼬박 접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문화강좌 듣는 것도 좋아하구요.

 

 

처음 소개팅 할 때 남자친구의 스펙을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지금 선을 보는 것도 아니고,

전에도 대기업사원을 만나보기도 했고 학벌 좋은 애인도 있었구요.

그냥 편하게 소개팅했어요.  그러다 이제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연애를 하게 됐는데,

 

 

 

진짜 저는 제 자존감이 이렇게 낮은 줄 몰랐습니다....

사귀게 되며, 그 친구는감정표현을 잘하기 때문에 이렇다_저렇다. 본인의 살아온 얘기들을 하더라구요.

진짜 한 마디로 으리으리했습니다..

좋은 가정에, 좋은 부모님과, 어마어마한 친구들.. 등등등..

그냥 왠지 기죽어서 듣고만 있었습니다..

저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같았어요.

한마디로 엄친아. 드라마 속에서보던 백마탄 왕자..

참고로, 주선자도 제 학력이나 기타사항들을 잘 모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기는 학교 어디 나왔지?'라고 묻더라구요.

제가 서울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 당연히 서울권이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저는 그때도 남자친구의 이런 저런 살아온 얘기들을 들으며 기가 팍 죽어있었습니다..

...진짜 저도 모르게 '응 oo대학교'라고 거짓말을 해버렸습니다..

남자친구가 '내가 지금까지 왜 안 물어봤냐면, 왠지 편견생길 것 같아서..'라고 하더라구요.

거기서 무슨 편견이냐고 묻지는 못하고 그냥 '응..'이라고 대답만 했습니다.

 

 

 

거짓말, 한 번 하니까 진짜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 자신에게도 너무 실망이고..

 

 

남자친구가 저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하트를 날려도

제 마음이 불편해 그 하트가 하트로 보이지 않는 겁니다.

거짓말을 싫어한다고 남자친구가 말할 때마다 마음이 따끔따끔..

저에게 '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따끔따끔..

내가 이 좋은 사람을 속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처음부터 말했어도 얘가 나한테 이랬을까..' 하는 못난 생각들까지..

 

 

 

가장 친한 친구 한 명만 이 상태를 알고 있습니다.

'만약 학교 때문에 너에게 안 좋은 감정을 내놓는 남자라면 만난 필요도 없다'라고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말한 게 아니잖아요....

 

 

 

그냥 연애인데,  좋게 좋게 사귀다말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고도 해봤어요.

결혼하자는 것도 아닌데 뭐. 라고.....

그냥 헤어질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역시 한창 좋을 때라서 그런건지 ..

학벌, 집안 이런거 떠나서 성격도 잘 맞고 함께 있으면 즐겁고 해요..

날 좋아해주는 이 배려깊은 사람을 보니 미안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대로 아무런 추억없이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건가 모르겠네요..

하루에 수십번 어떻게 털어놓아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제가 가장 무서운 건

남자친구가 나에게 실망해 헤어지는 상황이 아닌,

내가 진실을 말해서 실망하는 순간 남자친구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겁니다..

실망했다는 얘기 듣는 게 가장 무서워요..

 

 

얘기해주세요. 현실적으로..

끝까지 잘 숨기는 게 남자친구에게도, 나에게도 좋을지..

그게 아니라

'너 정말 나빴다. 속이지 말고 당연히 얘기해야지'라고 한다면

어떻게 털어놓는 게 좋을지....

 

 

'그래, 편지를 쓰는 거야', '아니야.. 이건 오바야 조금 숨기고 사귀면 어때'

'이건 날 믿는 사람한테 할 짓이 아니야', '차라리 더 정들었을 때 말하면 더 받아주지 않을까'

'만약 나중에 알았을 때 그 실망감은 더 클거야'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오락가락합니다..

 

 

이제 사귄지 3주차입니다. 크게 '사랑해' '사랑안해' 이런 것보다는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렇기때문에 거짓말을 한지 오래되지 않아 '빨리 말해야겠다!! 더 오래되기 전에!' 싶기도 하고,

'아직 정도 들지 않았는데_ 이런 얘기하면 말 그대로 오만 정 다 떨어지겠지..'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렵네요_ 이 사람과 조금 더 오랜 시간을 천천히 함께하고 싶은데..

 

하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얘기하는 게 맞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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