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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음악 거리 좁히기 6탄 메시지(Message), 그 두 번째

박정순 |2012.01.17 16:38
조회 4,180 |추천 1

 

 

랩 음악 거리 좁히기 6탄 메시지(Message), 그 두 번째 시간. 

랩음악 거리좁히기1탄~5탄보기

 

오늘은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들어가볼까요. 랩에서 메시지란 뭘까요?

랩퍼가 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겠지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귀 기울이게 하고 싶으면 어찌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집중하게끔 효과적으로 전달해야겠지요?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법. 몰입하게 하는 장치.

바로 펀치라인(punchline)입니다.  

 

펀치라인(Punchline)?

펀치라인은 영어권의 사전적 정의로는 ‘농담에서 핵심이 되는 구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듣는 사람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정의 엔도르핀이 분비되게 만드는 구절을 의미하는 거죠.

 

국내에서는 지난 시간에 소개드렸던 스윙스가 펀치라인을 중흥시킨 장본인이었습니다.

스윙스 가사에 등장하는 펀치라인들을 한번 보실까요. 

 

펀치라인의 대명사, 스윙스 / 출처 : 힙합플라야(www.hiphopplaya.com)

 

“넌 타이거J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 

“그래 난 Sick하고 Dirty하게 랩을 해

허나 논리는 치과의사 이빨보다 깨끗해”

 

- Swings 1집 “펀치라인 놀이” Verse 중 

 

타이거JK의 부인이 바로 가수 윤미래죠.

‘너에겐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타이거JK와 달리’ 라는 중의적인 기법을 덧붙여

유쾌하게 표현해냅니다. 

 

또 ‘나는 Dirty하게 랩을 하지만 논리는 명쾌하게 깨끗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치과의사 이빨’을 등장시킵니다. 치과의사 이빨보다 깨끗한 논리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겠죠.

 

문맥과는 좀 다른 다소 생뚱맞고 과장적인 표현이지만,

청자는 그 참신한 비유 덕분에 랩 듣는 재미도 상승하고 메시지도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펀치라인은 무조건 웃긴 것?    

펀치라인에 관한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펀치라인하면 웃기고 재밌어야  된다는거죠.

 

펀치라인의 사전적 정의에도 ‘농담’이 명기되어 있고,

국내에서 펀치라인의 전도사 역할을 한 스윙스가 사용하는 펀치라인 방식 또한

주로 재밌고 유쾌한 방식이라 대부분 펀치라인이라고 하면,

“웃긴 것이다!” 하고 규정해버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웃기고 재밌는 표현만이 펀치라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사전적 의미에서도 포인트는 ‘농담’이 아니라 ‘핵심이 되는’에 있는거죠. 

즉, 펀치라인은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어구’라는 광의의 의미로 해석해야 되는게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 다른 펀치라인 : Killing Phrase

 

일장기의 붉은 점은 내 조상의 핏방울

 

- Epik High 3집 “Lesson 3” Verse중

 

위의 문장은 에픽하이의 Tablo가 쓴 가사입니다.

일본 국기의 모양을 우리 선조들의 혈흔으로 비유를 했지요.

 

이처럼 단순히 웃기고 재밌는 hiphop 문구만이 펀치라인의 영역에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짧은 길이에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한 문구, 그 Verse의 주제를 관통하여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한 문구.

 

그래서 사람들이 가사를 따라가다가 정점의 순간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Killing Phrase 또한 펀치라인의 한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진행하면서 이그니토란 이름을 몇 번 언급했었지요? 바로 이그니토가 Verse 속의 Killing Phrase를 잘 활용하는 손꼽히는 랩퍼입니다. 아주 많은 Killing Phrase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몇 개의 가사만 살펴보시죠.    

 

거리를 보면 퇴화된 몸을 비추는 조명 

희망은 공평하지 모든 이들을 속여.

- Ignito 1집 “비관론” Verse중

 

‘보면’, ‘조명’으로 [오어]라임을 이어나가다가 ‘속여’에서 감정의 고조를 극대화시킵니다.

감정의 고조가 극대화될 수 있는건 ‘희망이 공평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을 속이기 때문이다’라는

Killing Phrase 덕분이죠.   

 

Loquence 1집 “Crucial Moment” / 출처 : 힙합플라야(www.hiphopplaya.com)

 

뼛속까지 내면화된 거짓 윤리와 도덕

전능한 감시자의 두려운 시선에 무릎을 꿇어

온통 하늘 높이 십자가를 수놓은 도시

잘 봐 이곳이 바로 대규모 공동묘지

 

-Loquence 1집 “Necropolis”(feat. Ignito) Verse중

 

 우후죽순처럼 교회가 난립해있는 도시의 모습을 ‘십자가를 수놓은 도시’라고 표현하고,

그 십자가가 하늘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습이 마치 ‘대규모 공동묘지’와 같다고 표현한

Killing Phrase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Killing Phrase 덕분에

‘높이’, ‘도시’, ‘이곳이’의 [오이] 라임군이 비로소 ‘묘지’에서 감정이 극대화됩니다.    

 

일탈 1집 “Naked” / 출처 : 힙합플라야(www.hiphopplaya.com)

 

허울 좋은 연구랑 포장으로 묶어낸

그 논문이 과연 철학의 깊이를 증명해?

그런 공산품들의 발표장, 학술제

정이 오가는 사교장 자기들만의 축제

 

-일탈 1집 “상아탑”(feat. Ignito) Verse중

 

 일탈 1집에 수록된 “상아탑”은 학계를 비판하는 내용의 곡입니다.

 

여기서 피처링을 한 이그니토는 논문을 똑같이 찍어내는 공산품으로 표현하고,

그런 공산품의 발표장이 바로 ‘학술제’라고 정의내리지요.

그 다음 문장에서는 또 한번 비틀어 학술제를 ‘정이 오가는 사교장,

자기들만의 축제’로 다시 정의 내립니다. 

 

‘발표장+술제’, ‘사교장+축제’의 라임군이 형성되면서 감정은 더욱 배가 되지요.  

 

앞서 말씀드린 유쾌한 펀치라인, 그리고 진중하고 무거운 Killing Phrase.

이 모두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작법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말인지 귀에도 안 들어오고 마치 주문 외우듯 남는 것 없이

그저 흘러가버리고 마는 랩이라면, 제 아무리 플로우가 좋고 라임이 철저히 맞춰진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청자의 귀에, 청자의 가슴에 하나의 메시지라도 남겨주기 위해

랩퍼들은 이러한 메시지 장치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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