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연히, 지인이 링크해 준 글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 주변이 없어 서두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막막하네요.
얼마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만나게 된건 회사였고 동기라 어찌어찌 가깝게 지내다가,
그냥그냥 만나다 정신차리고 보니 사귀고 있었어요.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는게, 사귀자는 고백같은건 받아본 기억도 없고,
둘이 만나 데이트(?) 하는게 잦아지고 이랬던 케이스라서;
처음엔 활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상급자들도 예뻐하고,
제가 사교성이 그닥 좋은편이 아니라 그런 점에 끌려 만나게 되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스펙은 제가 이 남자를 사귀어도 되나 싶었습니다.
너무 아까운 인재를 제가 가로챈 기분;; 이라 해야하나 그랬어요. 처.음.엔.
유학기간도 꽤 길었고, 내로라 하는 대학에 다녔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하고 일을 하는 케이스였거든요.
만나기 전엔 정말 몰랐어요. 이 사람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특이사항을.
만난지 한두달정도 지났을 때, 보이지 않는 벽 같은걸 느꼈거든요.
뭔가 말이 잘 안통한다; 라는 느낌.
이 때까진 유학생활이 길어서 그런건 줄 알았어요.
아, 이 사람은 외국에 오래 있어서 우리나라 말에 서투른건가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쓰다보니 그거랑 이건 다른건데 왜 그 때 눈치를 못챘나 싶네요;;;;)
예를 들면, 초반에
" 오빠, 우리 사귀는 거 맞아? "
" 응? 그런게 중요해? 왜 그런거에 신경써? "
" (자체 필터링해서 그냥 나름 순화해서 해석한 뒤에) 아, 그냥 좀 애매해서 ^^ 우리가 대체 무슨사인지; "
" 아 ~ " (이후 답변은 없었음)
남녀가 만나다 보면 의견충돌도 있고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다 그렇잖아요.
남자친구가 회사 동기다보니 데이트 할 때마다 회사얘기가 비집고 나왔는데,
전 그게 정말 불편했거든요.
왜 둘만의 공감대를 전혀 찾아내질 못하나 싶어서 얘기를 했죠. 처음엔 좋게.
" 오빠 근데, 회사 이야기는 좀 그만하면 안될까? 다른 얘기 하자 "
" 그래 "
다른 얘기 하다가 10분 경과,
" 근데 #$@%^$%#$(회사 내부얘기)%$#%@#% "
" 아 그렇구나.. (한숨) "
이런식의 대화가 반복되자 슬슬 부아가 치밀더군요.
이 얘기도 참다 참다 참다 고민상담하다가 그냥 얘기하라는 조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래 얘기를 해서 화제 전환을 하자 싶어서 얘기했던거였는데 그 뒤로도 변동사항은 없고,
같은 회사다 보니 매일 만나고, (회사니까 회사에서 월화수목금, 연인이니까 주말엔 데이트하느라)
매일 만나는 내내 대화패턴이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이다 보니까…
평일엔 하루종일 회사에 있었으니 퇴근하고 이야기 할 주제가 그게 다라고 쳐도,
주말엔 많잖아요. 놀러나가면 주변 풍경도 있고 친구들이랑 논 얘기도 있고
주말에도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회사 무한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회사얘길 하길래
" 회사얘기 하지 말자니까 "
라고 정색을 했어요. 그런데,
" 갑자기 왜 짜증이야 "
라고 되려 화를 내더군요.
" 내가 여태까지 몇차례를 얘기했는데, 회사 얘기 하지 말자고 "
" 그럼 무슨 얘기를 하라고? "
" 오빠는 나랑 얘기할 내용이 회사얘기밖에 없어? "
" 어, 너랑 얘기할게 또 뭐있는데? "
숨이 탁 막히더라구요. 지금까지 알겠다 다른얘기하자, 하고 화제를 돌리려 무던히도 노력했던
제 자신의 한심함과 앞에 있는 사람이 지금까지 대답한게 전부 건성건성 한거였나 싶어지면서
나랑 대화 통하는게 회사얘기밖에 없나? 라는 물음표가 머리위로 수백개가 와르르르르….
" 아.. 그래 알았어. "
" 그래, 근데 이 문서 있잖아 (또 회사 얘기) "
ㅇㅁㄹㅁㄹㅇㅁ룽ㄴ마ㅣ루;ㅁ눎우라움ㄹ;ㅇ무라ㅜㅇㄴ마ㅣ룬미ㅏㅜㄹ
"………. 응 (체념) 그래 그렇구나 "
" 응 그리고 이번에 이거 말인데 … (또 회사 얘기) ~~~~ 해서 이렇게 될게 확실해. "
" 근데 오빠, 그건 오빠 생각일 뿐이지 확실한게 아니잖아. 그걸 사람들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해. "
" 니가 나보다 잘 알아? 난 이쪽 분야에 빠삭해. 넌 잘 모르잖아. 이게 맞다니까? "
" 아니 그게 아니라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나온게 아닌데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아냐니까… 확신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
" 내가 너보다 잘 아는거라 얘기하는건데 왜 안 믿어? 내가 우스워? "
ㅁㅇㄴㄹㅇㅁㄹㅁㅇㄴ ㅇ마룬ㅇ미루ㅏㅇㄴ뮝누미룽ㅁ누링물
" 아니, 난 우습다고 얘기한 적 없고 그냥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이야 "
" 그러니까 내말이 맞는데 넌 지금 내가 우스워? "
ㅇㅁㄴ뤼ㅏㄴㅇ뮈ㅏㅇㄴ무리;ㅜㅇㄴㅁ;ㅣ라ㅜ;아미ㅜㄹ망눌만ㄹㅇ룽ㄴ미ㅏ루ㅏㅇ눌
아니라고!! 내 말은 귓바퀴 근처에도 안가냐? 응? (이라고는 차마 못하고)
" 아니. (대화 및 설득 포기의 시작이었습니다.)"
" 어. (이미 이분은 빈정상함) "
이런식의 대화가 하루가 멀다하고 느껴지니까 결국엔 대놓고 말을 하게 되더군요.
어느 날 싸우다가 결국 튀어나온 한마디.
" 오빠랑 얘기를 하다보면 어딘가 핀트가 나가있어. "
" 내가 언제 "
" 뭐라 딱 얘기를 하기가 참 뭐한데… 응. 핀트가 좀.. "
"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내가 언제 그랬는데? (광분의 전조) "
그렇게 득달같이 따져묻는 그를 보며 저는 대화의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 말자 그냥. "
" 왜 말을 해보라고 "
" 말 해도 안통할거같아. 그냥 말자. "
" 얘기 하라니까? "
" 대화하기 싫어 "
" 왜? 나랑 얘기 하자고 "
" 아니 말하기 싫어. 안통해. 벽에다 얘기하는거 같아. "
" 말을 하라고. 차라리 화를 내든가. "
.. 나 지금 화 내고 있는데…
" 무슨 얘기를 해서 들어먹을거 같아야 말을 하지. 관두자고. "
" 얘기하라고 "
ㅁ라ㅜ니룸이나루ㅏㅇㄴ무림ㄴ우ㅏㅇㅇㅁㄴㄹㅇㄴㅁㄹㅁㄴㄹㅁㄴ
그렇게 대화에 벽이 생기고 시간은 흐르고 저는 지치고 이별선언했는데 씹히거나, 죽겠다하거나, 그럼 돌아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 오, 내 친구 이번에 귀국한대. "
" 아 유학한다는 애? "
" 응 "
" 어디 산댔지? "
" 응, OOOO 에서 "
" 거기 좋은 학교 없는데? ㅋㅋㅋㅋㅋ "
" ……… (한숨) "
……. 어쩌라고. ㅡㅡ. 그렇게 비웃는 저의가 뭔데 대체.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이 확 나더라구요.
그도 그럴게, 제 주변 친구들 다 병신이라고 대놓고 욕은 안해도 내리 깔아보는 성향이 짙어서,
불만이 쌓여있던 터에 저런식의 말을 던지니까 정말 분노가… 이루말할 수 없었어요.
심지어 지 친구들도 다 병신취급함;;;;; 그냥 자기 빼고 세상은 다 ㅂㅅ이라는 식.
근데 짜증 내봐야 나만 시달리니까 그냥 뭔가 불만이 생긴다 싶으면 입을 다무는 습관이 생겨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상하면 말을 안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랑 놀때 챙겨주고, 아프다면 약도 사다주고, 저한테 잘해주긴 정말 잘해주었으니까 참았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왔고 결국 소통장애에 지친 저는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와 연결되어있는 소셜에 보란듯이 우중충의 끝을 달리는 글들이 올라옴.
' 내가 가치가 있기는 한가 '
' 바닥만 보는 내가 참 한심하다 '
' 죽고싶다 '
등등 진짜 보고만 있어도 주변 공기에 암흑이 깔리는 기분이었어요.
안그래도 자학적인 말을 많이 했거든요.
보고 있기 안타깝고 주변 사람들도 니들 무슨일 있냐 묻고 시끄러워지기 싫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재결합이 됐어요. 재결합 원해서 찾아온거 아니냐면서.
자기가 다 고치겠대요. 오호, 정말?
10가지 고칠 점을 말해줬어요. 겨울이 왔지만 고쳐지지 않았어요.
심지어 이젠 싸울 때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아요.
제가 싸우기 싫어서
"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
라고 하면, 그건 정말 제 잘못이 되었습니다.
하다하다 지쳐서 다시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무시당했어요.
그 사람은 회사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저랑 사귄다고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정말 한달 가까이 데이트는 커녕 카톡 한마디 안했거든요.
연인들의 날 크리스마스. 방바닥이랑 뽀뽀하고 놀았습니다. 저는.
회사사람들이랑 카톡주고받다가 데이트 안하냐길래 헤어졌다니까 아무도 안믿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대로 다른 사람이랑 인연이 생기면, 전 바람나서 남자버린 천하의 나쁜년이 되고요,
그건 둘째치고 놀자고만 하면 남자친구랑 놀으래요 ㅁㅇㄹㅁㄹㅁㄴㅇㄹㅁㄴㄹ
남자친구 없다니까.
회사사람들을 한명한명 붙들고 설득했습니다.
살다살다 헤어진걸 설명하고 설득해서 납득시키는건 처음 해봤어요.
정말 헤어진게 맞다고 설득하고 그 사람이 얘기 안하냐니까
" 둘이 얘기도 잘 하고 (회사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릴 때는 분위기 삭막해지는게 싫으니까 말섞었습니다),
XX(전남친)은 사귀는것처럼 얘기하던데?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쿤리ㅏ뭉나ㅣ룽니ㅏ묾이
내 이별선언은 귓등으로 들었나? 여보세요?
결국, 일하다 말고 헤어지자고 다시한번 선언했습니다.
알겠대요. 아 해방이구나. 에헤라디야.
저 살면서 남자친구와의 이별이 '후련하다' 는 느낌을 받아본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뭐랄까, 일말의 아쉬움도 없어서 제가 진짜 나쁜년이다 싶었거든요;;
그리고 며칠 후, 동료 언니에게 들은 한마디.
" 야, 얼마전에 XX 가, 자긴 여자친구 있으니까 가보겠다고 하고 먼저 가던데? 너네 다시 합쳤어? "
" 며칠사이에 새 애인 생겼나보네요 "
" 아니야, 너 얘기하는거 같던데? "
ㅇㅁ누리ㅏㄴㅇ무ㅏ룬ㅇ미ㅏ루ㅏㅇㄴ무리ㅏㅜㄴㅇ미뤼ㅏㅇ눔룸나뤼ㅜ란ㅁ위룽ㄴㅁ라
그 뒤로 1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지금 계속 회사 다니고 있고, 그 분도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그 분도 이제 현실을 인식하셨는지 절 투명인간 취급해주고 계세요.
그런데 회사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생겨요.
저한테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요즘 자꾸 이유없이 죄책감이 생기고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대상도 없이 죄송하고,
사람들에게 말거는게 무서워서 회사사람들이랑 말도 잘 안해요.
조언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