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음페이지로 넘어가거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글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꽤 긴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2007년, 대학신입생들이 들어오고 신입생들 맞이하랴 유난히 바빳던 그해.
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우리과에 꽤나 이쁘장한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첫눈에 반했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인 듯 하지만, 첫눈에 왠지모를 두근거림이 있어던 건 확실했어요.
그 후, 신입생OT 부터 신구대면식 첫 MT 등등 크고작은 술자리와 선후배간의 모임자리에선
일부러 그 아이 옆자리에 앉기도 했고, 선배임을 가장해 배려아닌 배려를 해주고 나름의 점수를 따려
했었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21살 이었으니깐..
그렇게 시간이 서서히 지나고, 하나 둘 후배들과 친해지기 시작한 무렵.
제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소극적인 성격이었지만 나름의 어필을 해왔습니다.
그 아이가 좋아했던 아니 좋아한다는 노래라면 온종을 그노래만 듣다 노래방에서 불러주기도 했고
차마 집까지는 바래다주지 못해도 술자리에서 잠깐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줌을 반복하고
길을 걷다가 혹은 마주치거나 그저 옆을 스치기만해도 심장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말할 수 없었어요.
나름의 상처가 있었고.. 그덕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당당히 고백할 수 없었던거죠.
그런데 그 아이도 저에게 관심을 보여줬고 다른 선배 그러니깐 우리동기들과는 사뭇다른
무언의 애정을 보내줬어요. 하지만 꾹 참았죠 바보같이.
그러던 어느날 술기운에 친구들에게 넌지시 말하게되었고, 고마운 친구들은 저를 도와줬어요.
그아이와 저를 이어주려 한거죠.
알고보니, 그 아이도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고백을 받아줬어요.
많은 이들이 CC는 헤어지면 난감하다고 나중에 후회할꺼라고 했지만, 다들 경험이 있을실꺼에요.
'난 아닐꺼야! 우린 그렇게 안될꺼라고!'
그뒤로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연애하기 정말 최고의 조건이였죠. 항상 버스를 타고 맨 뒷좌석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함께 학교를 향했고, 제가 수업이 끝날때면 여자친구가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곤 집에 데려다주었고
함께 여행을 가고, 누구나 다들 하는 데이트도 하고. 큰 맘먹고 나름대로 이벤트도 해주고.
노력했어요. 상처가 있었기에, 되풀이 하지 말자! 라는 것도 있었지만.
정말 좋아했어요...
그렇게 남들 다한다는 큰 싸움없이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커플로 행복하게 지냈지만.
스물한살. 저에겐 군대라는 문턱이 있었죠.
그쯤이였을꺼에요.
곧 군입대하기에 여자친구도 소중했지만, 친구들과의 자리도 소중했어요.
여자친구는 외박은 안된다며 노발대발 했지만, 거짓말하도 친구들과 밤새 놀고 낮엔 하루종일 자고.
그런식의 반복이였죠.
같은학교 같은과이기에 제동기들도 여자친구랑 친했어요.
그러니 말안해도 제가 거짓말하고 밤새놀던걸 수차례 들키게 되었고,
저는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여자친구는 많이 힘들었나봐요.
그렇게 7월 3일. 입대를 했습니다.
훈련소기간동안 여자친구에게 편지한통 오지 않았어요.
' 왜지!? 반송된건가!? 어째서!? ' 훈련소가 끝나기 까지 결국 편지는 한통오지 않았지만
'설마..' 이런 생각은 하지이 않았어요. 그 만큼 좋아했고 믿었으니까요.
자대배치를 받고, 참고 참았던 담배를 입에물고 언제 고참들이 싸지방(싸이버지식정보방) 데리고 가주나
발을 동동 구를때. 고참 두명이 절데리고 싸지방에 갔어요.
싸이월드를 로그인하라며 여자친구 사진좀 보자 하며 뒤통수를 때렸어도 전 웃었습니다.
그렇게 여자친구 싸이를 키는 순간, 갑자기 고참 두명이 표정이 이상하더군요. 전 일어서서 옆에 있어서
모니터를 못봤거든요.
고참이 이것저것 5분간 보더니 절 데리고 현관으로 또 나가더니 담배를 무슨 5개를 연속으로 피게
하길래 그때 눈치챘어요. 그리곤 한마디 하더군요. ' 가서 니가 보고온나 '
자대배치 받은지 하루밖에 안된 신참이 중대복도를 뛰었습니다. 모두들 개념없는 이등병으로 쳐다봤지만
먼발치 현관에서 고참이 그러더군요 ' 그새끼 갈구는 새끼들 다 뒤진다! 건들지마라 '
여자친구 미니홈피를 열었습니다.
다른남자와 커플티를 입고 다정히 찍은 사진들로 꾸며져 있던 미니홈피.
그리고 그녀의 다이어리.
심장이 너무 뛰었어요. 어떤 배신감이나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냥 미친듯이..
현관을 나서자 고참이 기다리고 있다가 또 담배를 건넵니다.
말없이 손에들고 담배를 피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군요.
그렇게 우울하게.. 1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면회로 첫 외박을 받았고
밖에 나가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가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그리곤 100원짜리 동전을 정신없이 넣고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욕했어요....
한번도 욕한적 장난이라도 한적없었던 욕을 그날 다했어요...
그리고 끊었죠.
또 울었구요.
그렇게 정신없이 군생활을 하다 2009년에 전역을 했습니다.
헌데 전역을 하니 어찌어찌하다 여자친구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만났습니다.
요약하면 '다시만날껀지 아닌지 결정해라' 이런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전 솔직히 저말 듣고 너무 뻔뻔했어요.
그땐 그랬어요.
전, 제가 거짓말하고 친구들이랑 술먹고 밤새고 해서 여자친구에게 걱정을 끼치고
아프게 했던것 보다.. 바람피는게 더 잘못되었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제갈길 가기로 했죠.
시간이 좀 지나고 복학을 했더니.
아뿔싸 저랑 같은 수업을 듣게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더군요.
정말 영화찍는 줄 알았습니다.
거기다 같은과 선배와 사귀고있더군요.
마음이 이상했어요.
그 다음해 저는 취업을 위해 서울에 올라갔어요.
운좋게 제가 원하던, 제 전공과 관련있던 저의 꿈이였던 일을 하게되었죠.
그렇게 전 여자친구와의 기억들의 일부분만을 남긴채 정신없이 서울생활을 했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죠. 1년.. 2년..
듣기 싫은.. 반갑지 않은 소식들은 귀에 얼마나 들어오던지.
여자친구도 서울에 올라와있다는걸 알았고, 최근에는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다는걸 알았어요.
저번주였을꺼에요.
'자??' 라고 연락이 왔어요. 전 여자친구 한테.
아침에 보고서야, 이젠 시간이 지났으니깐.... 하면서 답장을 했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하더군요.
정말 오래간만이기에, 21살때의 풋풋하지만 가슴아팠던 사랑이였기에
애써 쿨한척. 얘기하다가 그날 저녁 그녀의 미니홈피를 몇년만에 처음보고선 마음이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이제와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만, 니가 너무 보고싶고 미안해' 라고.
바보같이 흔들렸습니다. 어쩌면 기분이 살짝 좋아졌는지도 몰라요.
다음날 결국은 전 여자친구가 먼저 말하더군요.
병문안.. 와달라고.
먹고싶다는게 있길래 쿨하게 사들고 갔습니다.
그렇게 만났고, 어색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아니였어요.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다정하게.. 다정하게.... 너무 다정하게 그렇게 병원다녀왔어요.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던 분들이 남자친구냐고 물어볼 정도 였으니깐요.
씁쓸했죠. 그렇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번설에 같이 부산 내려가자고 전 여자친구가 말하더군요.
그자리에서 예약까지 하면서요.
월요일에 퇴원하던 날.
퇴근길 버스에서 졸고있었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전 여자친구한테.
만나자고.
만났어요.
여차저차 밥을먹고 예전 기억도 나고 하며 기분좋게 놀았죠.
달라진게 있다면 손을잡거나. 등의 적정선을 유지하면서요.
11시가 되고선, 간단하게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여기가 문제였네요.
그날의 그녀의 일기장에 쓰여진 의미심장한 말들과 술기운에
아직 좋아한다 라는 뻘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너는 쿨하게 날 만나지만
나는 백퍼센트 쿨한게 아니라고 나도 내마음을 모르겠다고.
많은 애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사귀고 보낸 얘기들. 그리고 추억들..
그리고 2시쯤 됬을무렵엔.
이번주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자고 하더군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택시를 태워 그녀를 보내주고 택시틀 타고 집에 가는동안
그녀는 저한테 말했어요. 너무고맙다고. 너무고맙다고. 정말고맙다고....
그렇게 다음날. 잠깐이나마 21살때의 2007년이 된 듯
기분좋은 문자들이 오고가고 전화가 오고갔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묘했어요.
정말 묘했어요.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되었어요.
다음날 단한통의 문자도. 전화도 없다 저녁 11시쯤. 음 그러니깐 1월 18일 수요일 23시 군요.
미안하답니다.
앞으로 연락 안하겠답니다.
차편 예약한것도 취소하랍니다.
잘지내랍니다.
그게 끝이였어요.
그 문자를 받고서.. 뭔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20분정도 지나갔더군요.
한 5분정도는 멍해있었던 것 같아요.
그뒤 10분은 울었던 것 같고.
나머지 5분 동안에도.. 울었던 것 같네요.
지금도 심장이 좀 뛰고있어요.
만약 다시만날 상대였다면.. 진작에 만났을꺼라 생각해요.
아프니깐 제가 생각났을수도 있었을테고.
아니면, 그 의미심장한 말들이 제가아닌 다른남자였을수도 있고.
그렇게 많은 일들과 많은 에피소드들 그리고 소름돋는 우연의 일치가 있지만.
하나하나 다 기억하기엔 해뜰때까지 키보드를 만지작거려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오늘, 2012년 1월 19일.
전여자친구를 욕하거나. 까거나. 가 아닌
단순히 한 남자의 넋두리 였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남자분들이나.
왠지모를 가슴이 답답하신 여자분들.
부디 이글이 포풍처럼 다음페이지에 밀리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한들.
단한분이라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앞으로 좋은 분 만날테니 지금 너무 힘들어 하지말라고..
이 한마디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끝으로, 좀 맨정신엔 잠을 못잘 것 같아 부랴부랴 소주한병 사들고 와서 홀짝이며 쓰다보니..
쓰면서 아맞다.. 이런일도 있었지.. 하면서 뒤늦게 생각나서 못쓴부분들이랑..
앞뒤가 안맞거나 필력이 괴상해도 너그러이 봐주세요.
짧지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