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에 저는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신경써서 신발도 깨끗하게 닦고 머리도 만지고
악세서리는 손목시계 하나만 하고 거울을 보면서 혹시 얼굴상태에 문제있으면 어떡하나
계속 거울 바라보고 그러다가
평소에 끼던 모범생 모습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렌즈를 낀채 단정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죠.
계절은 초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그날은 왠일인지 날씨가 그다지 춥지는 않았습니다.
그 며칠전까지만해도 비가 내렸었는데 그날은 행운인지 날씨가 맑더군요.
기분좋은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집을 나서서
그녀와 만남을 약속한 데이트 장소로 향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혹시라도 늦으면 첫인상이 안좋게 보일까봐
저는 약속장소에 미리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게 됩니다.
서울 대학로의 풍경은 언제나 주말엔 활기찹니다.
데이트를 나온 커플들.. 연극을 보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등등
오늘은 나도 저사람들 틈에 끼어 당당히 데이트를 즐기게 되겠구나란 기대감 ^^
아무튼 30분 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내생에 여자와 처음 데이트를 해보는구나 라는 설레임과 긴장감에 안절부절 못하게 되더군요.
와~ 나도 드디어 남들처럼 데이트 한번 해보는건가 하하~ 잘해야지.
아 근데 데이트 도중에 실수하면 어떡하지 ㅠㅠ 막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치더군요.
그리고 아직 사진으로만 서로를 본 사이인데 실제 나오는 사람이 사진과 다르면 어떡하지..
아니야 나도 포토샵으로 사진 보정해서 올린걸 뭐 .. 만약 사진과 좀 다른 그녀가 나온다해도
할말없지뭐 ㅎㅎ 그래도 온라인을 통한 이런만남 되게 긴장되는걸~ ㅎㅎㅎ
혼자속으로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기다렸고
약속시간이 5분정도 지난후에 그녀가 도착했습니다. ^^
그녀의 첫인상과 외모는 사진에서 보았던것 보다는 조금 덜했지만
그래도 귀엽고 이쁜 20대 초반의 모습이더군요.
맘에들었습니다. ^_^
그리고 목소리도 밝고 성격도 활발한데다가 붙임성도 있구 그래서
첫만남에도 많이 어색하진 않더군요.
그치만 제가 1km에 올렸던 제사진의 모습과 저의 실물모습이 조금은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저를 본 그녀의 반응은
전화통화에서처럼 그렇게 막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던거 같고
오히려 전화통화때 보다는 나름 침착해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나고 그녀가 배가 고프다길래 일단 주변에서 뭐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고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간단히 음식 시켜서 먹었습니다
저는 여자랑 처음 이렇게 식사를 해봐서 식사하는 동안 되게 긴장이 되더군요
이야기를 많이 해야되는데 이야기는 잘 못하고 뻘쭘해가지고 할말없으면 그냥
음식먹고 그랬죠.
대화하는 몇마디 하다가 뚜욱 끊기고 침묵이 흐르고...
저는 그냥 할말없으면 이쁜 그녀 얼굴을 보고는 그냥 시~익 미소만 짓고 그랬네요 ㅠ_ㅠ
저도 참 에휴~
저는 긴장감에 말을 많이 못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저는 주로 들어주고 이야기 보조 맞추고 맞장구 쳐주느라 바빴던거 같아요. ^^;;;;;;
긴장은 긴장대로 되고 표정을 어색하게 웃음짓고 있고 마음은 떨리고 쉽지않은 식사시간 이었습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극장에서 그녀가 보고싶다는 영화가 있다길래 그 영화를
같이 보았습니다.
영화보는 동안은 거의 둘이 말을 하지 못하고 화면만 응시하다가 나온거 같아서 아쉬움이 남네요.
그리고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해보니까 확실히 저랑은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진거 같고
대인관계도 활발하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라 그런지 저랑 분위기가 확 다르더군요
나이는 저보다 8살 어린 그녀였지만
눈빛에 자신감이 있고 성격도 털털하고 대범해 보였습니다.
다만 제가 문제라면 문제인데
그녀가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도 하고 장난스런 말도 하고 그랬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그거를 센스있게 못받아주고 엉뚱한 이야기 해버리고
그에따라 여러번 분위기 썰렁해지고 그러면
제가 어색한 웃음지으면서 가까스로 그상황 넘기고 그런게 참 어려웠네요. ㅠ_ㅠ
속상하더군요. 난 왜 이렇게 소심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단박에 뱉어내지 못하고
상대 눈치를 살피며 몇번을 되뇌어 생각한 끝에 겨우겨우 뱉어내는 답답함을 보이는가
하고 말이죠.
그리고는 그녀가 우리 재밌는 얘기 하자~
나 좀 재밌게 해줘 오빠~ 심심해~ 이런 말도 많이 들었는데 제가 잘 호응을 못해줘서
몇마디 하다가 또 끊기고 침묵흐르고...
에라~ 안되겠다 싶어서 유머랍시고 했는데 그게 무리수였는지
분위기만 썰렁해지고 이거 참 난감하더군요.
거기다 처음 여자와 데이트한다는 극도의 긴장감까지 더해지다보니
나중엔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냥 묵묵히 시켜놓은 커피만 홀짝거리며 마셨죠.
그리고 그녀가 또 말을 꺼냈는데
오빠 일키로에서 봤었던 사진하곤 좀 다른거같다고 말하길래...
저는 사실대로 오빠사진 포토샵으로 실물보다 더 잘보이게 수정해서 올려서 그런거라고
털어놓았죠.
그랬더니 그녀는 그냥 무표정으로 "그랬구나" 라고 대답하고 또 한동안 침묵이 흘렀죠.
시간이 조금 흐르고 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어색한 몇마디 대화가 더 오고간후에
그녀가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해서 "그래 다녀와" 하고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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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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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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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엔 다들 커플끼리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데 혼자 앉아있으려니 여간 불편하고
눈치가 많이 보이더군요.
대략 40여분의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길래 저는 걱정이 되어서
제가 여자랑 애프터는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런데 원래 여자들 화장실 가면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글을 남겼는데요.
댓글 남겨주신 로니님 말씀대로 여자화장실 앞에가서 이름 크게 불러보아도 나오지 않았고,
량아님 말씀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도 받질 않더군요.
카카오톡을 보내봐도 앞에 1자가 사라지질 않더군요. 읽지 않았다는 뜻이죠...
하아~~~~~~~~~~~~~~~~~~~~
이걸 어떡해야 되나
혹시라도 안에서 몸이 안좋아 쓰러지기라도 한건가라는
바보같이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그곳 카페 여직원에게
일하는데 실례합니다만 여자화장실 잠깐만 들어가봐주시겠어요?
키는 얼마만하고 인상착의는 이러이러한 여자분인데 혹시 안에 있는지 한번만 봐주세요 ㅠㅠ
라고 말씀을 드렸죠.
직원분께서 잠시 들어갔다 나오시더니
그런분 안계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안에 아무도 없다네요. ㅠㅠ
저는 생각했죠
오늘 식사랑 영화 커피 + 작은 인형선물까지 모두 제가 부담한거 솔직히 하나도 안아까웠습니다
그리고 긴장되는 속에서 나름 열심히 임하고자 노력했는데... 연애경험 없는 내가 너무 서툴러서
설령 그녀가 날 재미없어 했을지라도 제발 이대로 관계가 끝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바랬습니다.
돌아와주길... 돌아와주면 앞으로 더 노력해서 재밌고 센스있는
남자가 되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했죠. ㅠㅠ
그렇게 안절부절 하면서 화기애애한 주위 커플들 속에서 홀로
카페에서 그녀를 좀 더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네..
결론은 안타깝게도..
그녀는..
화장실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떠나간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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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락을 해도 그녀는 받질 않더군요.
그래서 허무하고 공허한 마음을 안고 카페를 나와서 홀로 거리를 하릴없이 거닐었습니다.
MP3에 이어폰 꼽고 피아노 음악 들으면서 걸었네요.
이 음악 입니다.
음악도 그렇고
추운
거리를 거닐면서 주변에 보이는 다정히 걸어가는 커플들을 보며 어찌나 마음속이 아려오던지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다정해 보이는 커플의 모습을 폰으로 찍어보았습니다.
누구는 자연스럽게 연애도 잘 하고 그러는데 나란놈은 참 힘들구나
힘들어도 참고 어렵게 어렵게 가야 겨우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리고는 집에 돌아오다가 소주를 한병 사와서
그냥 방안에서 조용히 마셨습니다
인연이 끝난후 갑작스레 밀려온 공허감 허무감 허탈감 외로움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더군요
마구마구 파도처럼 제가슴에 밀려들어왔습니다.
소주를 마시면서 애프터 실패를 알리는 글을 작성하였죠.
애프터 성공한 글을 올렸더라면 많은 축하댓글을 받았을텐데
이건 찌질한 실패글이라 별로 주목못받고 그냥 넘어가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수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댓글 남겨주셔서 감동이었고
초라한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많이 고마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의 힘이구나 라는걸 말이죠. 그 힘을 제가 받았네요.
소주는 사진에 보이는거 딱 한병만 마셨고
여러분의 따듯한 위로와 술기운을 빌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랜시간 잠을 푸욱~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정신차리고
이젠 그녀를 깨끗이 잊겠노라 다짐하여
그녀의 카카오톡과 연락처를 과감히 삭제하였습니다.

이렇게 연락처를 삭제한후
마음을 비우고자 다니던 헬스장에 가서
런닝머신에 올라 땀흘려 지칠때까지 오래달리기를 하였습니다
다른안좋은 방법으로 풀기보다
이런 운동으로 푸니까 참 좋은거 같네요
숨소리 헉~헉~ 날때까지 열심히 뛰었습니다.
뛰고나니 나름 보람도 있고 마음이 어느정도 편해졌습니다.
땀을 흘리고 샤워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매일같이 그녀와 연락하고 통화하던게 잠시나마 버릇처럼 되었었는데
그게 한순간 사라지다보니 너무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어 나도모르게
핸드폰을 자꾸 쳐다보곤 했습니다만..
이러면 안될거 같아서 그냥 핸드폰 끄고 책상 서랍에 한동안 넣어뒀어요.
그리고 한 이틀 지나니까 많이 잊혀지더군요.
이제는 핸드폰을 다시 봐도 그녀생각이 안나고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다른커플들처럼 실제 만남을 오래가지고 그런경우가 아니라
온라인으로만 알았다가 만나서 바로 쫑난 경우기 때문에 잊는데 걸린 시간도 상당히 짧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경험을 통해서 배운게 많은거 같아요.
스스로 상황을 겪어보고 느낀점들과
특히 저의 부족한 인간관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렵더라도 모임이나 동성과의 술자리등에 참석해야겠구요.
사람이 하루 아침에 확 변하긴 어려운지라
차차 고쳐가도록 노력해야죠.
음....
지금은 비록 외롭긴 해도
앞으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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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경치의 장소를 여자친구와 같이 다정하게
걸어갈수 있는날이 오리라 꿈꿔봅니다.
언젠간 이렇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