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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동생 이제 지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동생은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입니다.

그간 동생을 고쳐보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지칩니다.

동생이 정상인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노력해 볼 텐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고 깜깜합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유치원, 어릴적에는 그저 산만하고 눈치가 좀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철들면 나아 질 거다, 나이들면 나아질꺼다.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아무래도 이상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병원에도 가보고 하니 ADHD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나이로 치면 고3이니 ADHD임을 알고 나서 4년이 지났네요.

하.. 그렇게 지옥같이 길고 긴 시간이었는데, 막상 숫자로 적어보니 4라는 작은 숫자네요..

 

처음 시작은 ADHD에서 시작했습니다.

증상은 눈치가 없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것이 둔합니다.

그리고 격한 감정이 일면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합니다.

 

중학생이면 어느정도 철이 들고, 눈치가 생길 나이인데 제 동생은 그런면에서 확연히 티가 났습니다.

같은반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티가 나지 않았는데 중학교에 가니 문제가 생긴 겁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것이 궁금하더라도, 그 질문을 했을 때 상대가 싫어할꺼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질문을 삼가죠.

근데 동생은 묻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기분상해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답변을 해줄때까지 끈질기게 묻습니다.

또는 장난을 치고 상대가 싫어하면 그 장난은 다시 하지 말아야 하는데 또 합니다. 대놓고 하지마라. 하지 않으면 상대가 싫어하는줄 모르는거죠.

 

이런 식이다 보니 동생은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고,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멀어지더니 반 전체, 소위 노는 애들이 소문을 내서 학년 전체에서 왕따를 당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옷을 망가트려 온 적도 4~5회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럴때 학교에 찾아가서 학교를 뒤집어 엎는 그런 성격이 아니세요.

오히려 선생님을 찾아가서 굽신굽신하며 제 동생좀 잘 부탁드린다고, 조금만 더 신경써달라고, 같은 말도 부드럽게 돌려서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오곤 했죠.

(ADHD인 아이에게는 직설적으로 말해서 감정이 상하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지 못하고 화만 냅니다. 돌려서 곱게 말하면 이해를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이렇게 하지마!" 하고 혼내는 대신

"누가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 아프겠지? 그러니까 친구한테 이러면 안되~" 하고 좋게 말해줘야합니다.)

 

그리고 ADHD를 고치기 위해서 상담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는 중이어서

그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말하며 차차 나아질테니 아이를 부드럽게 대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담임교사가 교사회의때 그걸 말하며 모든 교사들에게 주의를 부탁했나봅니다.

어느날 옆반 담임이 동생이 말을 안듣자 "너 약은 먹고 왔냐?(안먹고 와서 이렇게 구는거냐?)" 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애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돌았고, 동생이 자기는 정신병자 취급 받는게 싫다며 병원가는걸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동생은 학교에서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맨 뒷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창밖을 보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아무도 동생한테 말을 걸어주지 않고, 동생이 말을 걸면 못들은 척 한다고 하더라고요. 급식을 받으려고 줄을 서면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앞으로 새치기를 한답니다. 마치 없는 사람처럼요..

동생은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되었고 그간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동생이 급격히 망가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제발 중학교 졸업만이라도 시키자는 생각에 동생에게 곧 졸업이니 1년정도만 참고 학교를 가자고 했습니다. 동생은 울면서 학교에 있는 시간은 자기에게는 지옥인데, 엄마는 왜 자기를 지옥으로 가라고 하냐고 울더군요. 정말 돈이 100억쯤 있다면 친구를 사서라도 동생에게 주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동생은 이때쯤해서 자존감이 확연히 떨어져 자신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을 자주 했고,

성격이 폭력적이고 더욱 충동적으로 변했습니다.

 

성격이 폭력적이고 충동적이라는건..

동생은 게임을 하고 늦게 자니 학교갈 시간에는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는데, 부모님이 잠을 깨우면 화를 내곤 했습니다. ADHD는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뇌에서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좀 약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폭풍같이 화를 내고, 나중에 잠이 다 깬 후나 또는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감정이 사그라들면 그때서야 이성이 돌아오죠.

그럼 그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합니다. 나쁜남편이 술먹고 아내 때리고 다음날 눈물흘리며 싹싹 비는것과 비슷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습니다. 부모님은 아침7시부터 9시까지 동생을 깨웠습니다. 동생은 안간다는데 왜 그러냐며 온갖 욕설과 소리를 질렀고요. 그렇게 매일 전쟁을 치러서 간신히 출석일수를 맞춰서 졸업을 했습니다.

 

졸업 후 3년이 지났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지옥을 겪을 수 없다 해서 학교는 안갔습니다.

울고 빌고 혼내고 사정해도 치료는 거부하더군요. 자기 인생이니 상관하지 말라네요.

어떤 말로 설득해도 자기는 지금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는 인생이라고 말을 잘라 버리고..

자기 기분상하지 않게 잘 돌려 말해야지 안그러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상태는..

일단 자기 기분에 상하는 일을 하면 안됩니다. 

뭔가를 사달라고 하거나 해달라고 하거나 하면 해줘야 하고,

게임을 하지 말라고 혼낼 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러면 폭력적으로 변하니까요.

일단 화가나면 소리를 지릅니다. 왜 소리를 지르냐하면 아빠에게 '니가 날 화나게 했잖아!'하고 소리를 지르는 식입니다.

식칼을 들고 와 저를 찌르려 한 적도 있고, 엄마를 밀쳐서 넘어트린 적도 있습니다.

아빠는 바둑판을 머리에 맞고 머리가 찢어졌었고, 큰 싸움으로 집으로 경찰이 온 적도 3번정도 되고요.

욕설은 여러분 생각하시는 X년, X발 정도가 아닙니다.

물론 부모님한테 X년 하는것도 큰 욕이지만..

니가 잘때 X로 목을 잘라버리겠다. 집에 불을 질러 다 죽여버리겠다. 이런 식이죠.

 

물론 이건 자기 기분이 안좋을 때 얘기고

기분이 괜찮을 때는 착하고 순한 동생입니다. 어릴적부터 저는 샘이많고 동생은 순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보통 "이러이러한 것들은 하지 마라. ", "아까 그 말은 심했으니 부모님께 가서 죄송하다고 하렴." 이런 말들을 하는데요. 그러면 가서 부모님께 안기며 잘못했다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울면서 그럽니다.

근데 문제는 동생의 특징이 '실수' -> '잘못을 뉘우침' -> '다시 실수하지 않음'

이런 과정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잘못을 뉘우치긴 했는데 같은 잘못을 또 저지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고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은 건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ADHD의 한 모습이니 계속해서 화내지 말고 잘못이라는 것을 다정하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웃으면서 좋게 좋게 말하면 이게 혼내는게 아니고 농담하는 줄 아는건지..? 아얘 고칠 생각을 안하니까 자꾸 화를 내게 되네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만둔 치료를 계속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중학교 때 그 당시에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심한 케이스를 실제로 보는건 처음본다고 하셨고

동생 나이가 많아 치료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었는데, 그나마의 치료도 받지 않았으니..

동생은 게임에 빠져서 밥을 억지로 먹이지 않으면 하루에 컵라면 한두개만 먹습니다.

3년을 그러다 보니 체력이 말이 아니죠. 엄마는 동생이 걱정이 되서 밥을 먹으라고 하는데 먹이려 할때마다 온갖 욕설을 다 듣고, 그렇게 전쟁을 치러도 3번중에 2번은 결국 안먹고 1번정도만 먹는데.. 하..엄마는 전쟁한번 치르고 나면 방이나 베란다에서 혼자 우세요. 부모님은 동생이 저렇게 된 후에 우울증에, 매일같이 술을 드십니다.

 

동생이 스스로를 포기한 후로부터 더욱 심각해 졌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기 위주에요. 그리고 굉장히 게으릅니다.

물건을 찾느라 집을 어질렀다, 하면 자기가 정리도 해야하는데, 그대로 어지러 놉니다.

새벽 2시에 부모님을 깨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합니다.

(안끓여주면 욕을하니까 부모님은 또 끊여주십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타인을 배려하라 그러면 왜? 하고 묻습니다. 타인은 자기를 생각해주지 않는데, 자기가 왜 그래야 하냐고요. 우리 가족은 그렇지 않지 않느냐 하니, 자긴 다 포기해서 필요없으니 자기 생각해주지 말랍니다...

네가 귀찮은 일은 남도 귀찮다고 하니 남이 귀찮은건 자기랑 상관 없다고 하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알겠다고,고치겠다고 말이라도 하던데 이제는 그런 말조차 않으니 힘이 빠집니다..

 

몇일을 붙잡고 설득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하고, 밥도 잘 먹겠다, 공부도 다시 시작하겠다 하고

굳은 다짐, 각서까지 받아놓아도, 작심하루, 또는 당일날 뒤바뀌기도 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한다. 혹은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하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 당시에, 그러니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에

'하기싫다'라는 마음(감성)이 들면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해야지'라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지키라고 하면 싫다고 하고, 약속했으니 해야지, 해도 그래도 안한다. 자기가 싫다 했으니 이제 그만 짜증나게 하라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몇시간 후에 와서는 내일부터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더니.. 그런 일이 수십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약속'이나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냥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겁니다.

 

동생은 이 세상의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무섭고, 밖에 나가면 모두가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것 같다고 하네요.

지금은 자존감이 매우 낮고, 피해의식이 강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상황입니다. 

 

저는 동생한테 미안합니다. 동생도 힘들텐데. 제일 힘든건 그 앤데..

저희 부모님은 동생에게 왠만하면 화를 꾹 참고 내지 않으십니다.

해달라는 것도 가정형편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면 해주시죠.

인생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동생에게 이렇게라도 뭐든 해주고 싶으시답니다.

하지만 전 저한테 심한 욕을 하거나 부모님한테 폐륜아처럼 굴때는 똑같이 만만찮은 욕을 했죠.

니가 그렇게 구니까 왕따를 당한거다. 그렇게 살꺼면 차라리 죽으라. 라고 가슴에 못을 박는 심한 말을 했었어요. 부모님은 나중에 저를 따로 불러서 그런 모진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죠.

 

부모님은 동생한테 크게 욕을 들은 날 저녁에는 소주를 드시면서 괴로움을 푸십니다.

울면서 말씀하세요. 너무너무 미운데, 너무너무 불쌍하다고요..

전생에 큰 죄를 지어서 이렇게 된 거니 평생 동생을 돌보다 죽겠다고 하시고요..

이런 부모님 모습 보면 동생이 잘 되어서 행복해졌음 좋겠는데.. 여느집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너무나도 높은 벽입니다..

 

동생이 가엾어 죽겠습니다.

쟤도 밖에서 행복한 것들 누리고 살아야 할 텐데.

하고 싶은 일도 해보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가보고 성공도 해보고 사랑도 해봐야 할 텐데.

동생이 맞고 온몸이 교복이 먼지투성이가 되서 왔을땐 정말 미운 동생인데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어요.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했을까 싶어서 잠도 안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생이 너무 싫습니다. 지칩니다.

매번 말해도 바뀔줄 모르는 태도.. 스스로 노력하려고도 하지 않고..

얘가 사람이 맞나.. 이기적인 모습에 매번 싸우고..

잔뜩 욕을 듣고 나면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싶고...

 

그동안 저는 한결같은 부모님과는 달리,

동생을 고쳐보려고 애쓰다가, 동생이랑 크게 싸우고 나면 진저리를 치며 차라리 연을 끊겠다고 하고,

또다시 사과하는 동생을 보고 그래 실은 맘이 착한 앤데. 싶어서 다시 또 잘 지내보려고 하고.

또 크게 싸우고.. 아 일단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주력하자. 싶어서 몇달 잘 지내다가 또 크게 싸우고  저희집 사정을 아는 제 친구와 술자리에서 차라리 모르는 사이가 되고싶다고 술주정을 부리고.. 그리고 또 잘 지내고.. 이런 반복이었어요. 애증의 관계에요. 지칩니다.

 

아직 동생은 성인도 안됬고, 이제껏 살아온 삶보다 앞으로의 인생길이 더 길텐데..

 

동생이 행복해 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긴 글이었네요.. 사실 몇시간 전에 또 크게 싸우고 쓴 글입니다. 

화가 가라앉고 나니 저도 이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서..

아 차라리 이제 다 포기하자.. 그냥 어찌 살든 내버려 두자..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도 아 불쌍한 내동생인데..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하..

제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저도 기껏 20대의, 저 혼자의 짧은 생각일 뿐이고..

제 머리로는 더이상 어떻게 해결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동생생각만 하면 그저 막막하고 답답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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