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과 클럽에 예전에 썻던 글인데 수정해서 옮겨옵니다.
반말인거 양해해주세요 ㅠㅠ
시간은 덧없이 흘러흘러 또다시 입대시즌이 되었고
또다시 애처로운 고무신이 생겨나는 이 시점에서
(고무신이 되는것은 비단 남 이야기만이 아니라는것을 모두 가슴에 새기시길 바라며..)
6년전 여름의 기억을 되살려 훈련병의 일과를 써보려 한다.
이 가이드는 일단 육군 현역병을 대상으로 하며 (의경, 공익도 기초군사훈련은 같으니까 적용가능, 공군, 해군, 해병 불가)
춘천 102보충대를 기본으로 한다.
최전방과 보충대라는 맥락에서 의정부 306보충대도 적용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여타 말하기 쪽팔린 지잡보충대도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단, 논산훈련소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것이라 본다.
하지만 훈련병의 일과라는 큰 틀은 대개 비슷하니 본인이 고무신이라면 참고해두길 바라고
고무신과 별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여학우들은, 새삼 말하지만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길 바라며
신검날짜 나왔다고 헉하고있는 미래의 호국이들은 필히 정독하길 바란다.
예비역들은 그냥 피식거리면 된다.
일단 먼저 알아두어야할 것은 보충대라는 개념이다
분명 입소는 보충대로 하지만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그 보충대에서 계속 훈련을 받는것이 아니다.
보충대는 말 그대로 그 보충대가 위치한 지역 인근의 여러 부대로 신병을 보충해주는 곳이다.
대개 306보충대에서 경기도 내의 부대로 신병을 보충해주며 102보충대에서 강원도 내의 부대로 신병을 보충해준다.
위도 37도 이하의 지역으로 보충해주는 곳들에 대해서는 쪽팔리니까 언급하지 않겠다.
다시말하면 306보충대로 입영을 한 후, 각종 신체검사들을 받고 결격사유가 없는지를 판단받은 후 비로소 자신이 훈련받을 사단으로 배치가 되는것이다.
사단 배치는 절대 랜덤이며 돈과 빽은 잘 먹힌다고 알고 있다(...)
보충대에서는 총 3일동안 머물게 되며 셋째날 저녁에 사단배치를 받고, 다음날 아침 그 사단 예하의 훈련소로 보내진다.
여기는 굉장히 필요없는 허위군기를 가르치는데 여기서 배우는건 군대말투 빼고 그냥 모조리싸그리싹다 잊어버려도 된다.
둘째날에는 입고 들어갔던 옷을 상자에 넣어 집으로 일괄배송한다.
어머니들은 이 소포를 받고 아들이 죽어돌아온것마냥 대성통곡을 하신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다던...
어쨌든 보충대의 가장 주된 목적은 각 사단으로 신병을 보충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102보충대로 입영하여서 육군 7사단으로 배치를 받았고
7사단 3연대 신병교육대대로 가서 훈련을 받았다.
이런식으로 x사단 x연대 신병교육대대로 가게 되는 것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한달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게된다.
훈련소에 배치받은 신병은 x사단 x연대 신병교육대대 x중대 x소대 소속이 되고
자기 이름 앞에 'xx번 훈련병'이라는 최초의 '관등성명'이 붙게된다.
편지써서 보낼때는 'xx도 xx군 xx면 xx리 xxxx부대 신병교육대대 (또는 신교대) x중대 x소대 xx번 훈련병 XXX' 라는
(나의 예를 들자면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풍산리 3605부대 3대대 9중대 1소대 38번 훈련병 ㅇㅇㅇ' 이라고 썼었다.)
식의 긴 주소를 써야한다. 좀 귀찮다.
편지는 2주차가 지나면 도착할텐데.
그전엔 편지지랑 봉투랑 우표를 안주기 때문에 쓸 수가 없다_-..
근데 요새는 중대장이랑 면담할때 싸이도 시켜주고 뭐 한다드라..
그리고 그 해당 사단 신교대 사이트나 까페 들어가면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고.. 거기에서 각종 찌질한 사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도합 5주간의 훈련을 받는데
그 기간동안 정신교육, 제식, 총검술, 화생방, 각개전투, 수류탄 투척, 주간사격, 야간사격, 주간행군, 야간행군 등의 큰 훈련을 받으며
각 주별로 커리큘럼이 짜여져있다. 이 순서는 신교대의 각 중대 사정에 맞게 편성되기 때문에 다 똑같진 않다.
하지만 대개 비교적 쉬운것에서 비교적 힘든 순으로 받게 되어있다.
기상은 하계의 경우 6시, 동계의 경우 30분 늦춰진 6시30분이며 취침시간은 일정하게 22시(10시)다.
6시에 일어나서 20분 안에 집합하여 아침점호 및 체조, 구보 등을 하고
세면 후 아침식사를 하고 전투복(군복)으로 갈아입고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일과란 쉽게말해 군대에서의 근무시간인데
아침 8시부터 오후 17시(5시)까지이고 이후의 시간은 개인정비 시간이라고 하며 쉽게말해 자유시간이다. (하지만 자유는 없다)
일과 시작하면 조교들이 훈련병들을 통솔하여 위에 언급한 훈련들이 이루어지는 교장으로 이동하며 그곳에서 군사교육이 이뤄진다.
조교는 1개 소대당 2명씩 배정되는것이 원칙이며 훈련병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각종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통제하고 갈군다.
12시면 점심식사를 하는데 교장으로 이동했을 경우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부대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또 나간다.. 개싫다.
밥먹고 나서 좀 쉬고 싶은데, 가뜩이나 이른기상이 적응되지 않아 졸려 미치겠는데 또 나가라고 준비하라면
진짜 조교 아가리를 흙바닥에다 짓이기고 싶다...
1시간동안 식사를 마치고 일과가 끝나는 17시까지 오후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딱 17시까지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 매번 오바한다고 봐야하며 그렇기때문에 저녁 먹을 시간이 빠듯해지므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저녁을 먹는다.
18시부터 19시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막사로 복귀한다.
대개 이 시간에 활동복(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세면, 샤워 등이 이뤄지며 빨래도 손수 '손빨래' 해야한다.
21시부터 청소, 각자 정해진 청소구역을 청소해야하며 21시30분 부터 취침점호. 22시에 취침한다.
그리고 순서대로 돌아가는 불침번 근무를 서야하는데 3인 1개조로 1시간이나 2시간정도 불침번 근무를 선다.
자신의 근무시간이 3시부터 4시까지라면 그 전 근무자가 30분전에 다음 근무자를 깨우고
근무자는 자다가 일어나서 (미치도록 싫다) 전투복을 차려입고 근무를 선다.
그리고 여섯시가 되면 기상한다...
대개 이런 하루 일과를 받는다.
단 첫주는 정신교육 주간으로 어디 나가서 훈련받지는 않고 실내에서 높으신분들의 일장연설을 듣는다.
캐졸리다. 디진다 진짜.
그리고 야간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데 야간사격, 야간행군 등이 이에 속한다.
저녁먹고 또 나가서 교육받는다. 이런 경우 취침시간은 자연히 늦어진다.
또한 여름군번의 경우 미치도록 온도가 올라가면 아예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고 막사에서 대기하게 되는데
이땐 정말 아무것도 안한다. 때문에 훈련소에서 편하게 지내고 자대배치를 받을 수 있는데
그 상태로 자대를 가게되면 훈련소에서 배운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자대에서 개갈굼을 면치 못하게 된다.
무슨 일이든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겨울군번은 폭설이 오면 훈련은 고사하고 눈만 죽어라 쓴다.
그리고 신교대에도 물론 px가 있는데 이것은 훈련병을 위한것이 아닌 신교대에서 군생활을 하는 조교들을 위한것이다.
하지만 1주에 한번씩 px이용시간을 주는데 푼돈을 걷어서 과자로 전체 회식을 한다.
이건 하는데도 있고 안하는데도 있을거다. 어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곳도 있.... 진 않겠다.
밥먹는곳을 취사장이라고 부르는데 각 소대마다 돌아가면서 배식과 설거지를 맡는다.
이를 배식조라고 부르는데 (아마 명칭이 제각각 다를테지만) 내 경험상
훈련소에서의 그 어떤 훈련보다도 이 배식조를 가장 피하고 싶었다.
진짜 고생 쒜빠지게 하는게 바로 이 배식조다.
그리고 군인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조건 쉰다.
주말엔 정말 아무것도 안하며 흔히 이때 밀린 빨래를 하고 편지를 쓴다. 게다가 주말엔 기상시간도 한시간 늦춰진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일요일에는 종교행사가 있으며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 하나를 택하는데
대개 훈련소 안으로 군종목사와 신부, 스님이 와서 종교행사를 주관하며 이를 통해 심신의 안정과 평화
보다는 각종 간식거리를 얻게 된다.
흔히 초코파이로 대변되는데 정말 초코파이 주긴 준다. 그 외에도 햄버거나 아이스크림 등을 주기도 하며
종교행사를 대충 끝낸 후에는 영화나 코미디프로그램을 틀어주기도 한다.
훈련소에서는 티비를 볼 수 없는데 못본지 불과 2~3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무슨 조카 신문물 보는 기분이다.
유일하게 훈련소 생활하면서 사회에서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말주차(5주차)가 되면
거의 모든 교육을 받은 상태이고, 조교랑도 어느정도 면식이 트인 상태이고
신교대 내부도 얼추 다 알게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어느정도 여유가 싹튼다.
신교대에는 매주마다 훈련병이 들어오는데 5주차때 1주차 애들 보면 그냥 한없이 불쌍하다.
하지만 1주차나 5주차나 자대가면 개좃밥짬찌글이신병새키에 불과하다.
그리고 말주차에는 본격 자대배치를 받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를 하는데
이때 신교대 성적이 좋고 얼굴 반반하고 신체조건 좋은 애들은 조교로 차출되어 그곳에서 군생활을 한다.
그 외에는 사지육신 멀쩡하고 정신 올곧고 깡좀 있어보이는 애들이 수색대로 차출되고
각 부대의 필요에 따라 운전병, 의무병, 공병, 무전병 PX병 등등 각종 병과로 나눠지게 되는데
이 선출 기준이 지극히 군대적이라, 대학에서 무슨 생명공학 이런 비슷한 과 다니다 왔으면 의무병으로 뽑아가고 이런식이다.
그리고 평범하고, 신체적으로 문제없고, 정신적으로 이상 없고, 돈없고 빽없으면 그냥 최전방 보병으로 간다.
여기서 동반입대면 대개 GOP로 간다.
이렇게 어디로 갈지 정해지고 5주간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훈련병 동기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나면
비로소 진짜 군생활을 할 자대로 이동하게 된다.
각 부대에서 신병을 데려가기 위해 훈련소로 와서 배치받은 신병들을 트럭에 싣고 가는데.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나는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바로 군생활을 시작하느냐. 또 그것도 아니다.
뭐.. 그것부터 시작해서 본격 신병생활 가이드는 나중에 기회가 되고 기분이 내키면 쓰도록 하겠다.
훈련소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또 어딘가. 부터 시작해서
엄마, 아빠, 일가친척
친구, 형, 누나, 후배들,
단골 술집 매니져형, 까페 주인아저씨, 알바 점장님, 동네 슈퍼 아줌마까지
지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이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말, 그 모든것이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심적으로 가장 나약해지는 시기가 훈련소에서의 기간이며
지금까지 멍청하게 지내온 것을 참 많이 후회하고 한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자친구가 있다면 그녀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과 그리움에 몸서리치고
여자친구가 없다면 난 대체 그동안 뭘 하면서 밥을 축내왔던 것인가에 대해 또 한번 절망한다.
언제 써봤는지도 가물가물하던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눈뜨게 되고
하루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피곤에 찌든 몸을 누인 후에도
희미한 취침등 불빛에 의지하여 편지를 써보기도 하는 기간이 훈련소에서의 5주이다.
난 그래서 정말 입대가 며칠 남지 않은 후배들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때마다 내 나름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곤 했었는데
과연 그게 정말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
하여튼 이렇게 5년하고 반년이 지난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기억속의 2006년 8월은 그저 아련함만이 한가득 남아있지만
이제 곧 현실로 닥쳐 올, 그리고 이미 시작한 여러 후배들에게는 참으로 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과정일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은 나를 위시한 주변의 모든 예비역들, 그리고 여러분이 아는 군대 갔다온 형들, 아저씨들
어쩌면 속으로 비웃고 무시했을지도 모를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전부다 에누리 없이 견디고 나온 2년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정상적인 모든 남자라면 전부 겪어야 하는 기간이고
그리고 대다수가 무사히, 별 탈없이 견디고 나오는 기간이다.
그러니, '그까이꺼 나라고 못할거 없다.'라는 각오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그런 각오로 버텼고, 지금은 아주 가끔씩은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2년이 되어버렸다.
별거 아니니까, 입대를 앞둔, 갓 입대를 한, 열심히 군생활 중인 모든 남학우들은
군생활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다보니 엄청 격려성 글이 되었는데....... 뭐 이런 마무리가 좋지 않겠나?
고무신들은, 엄청 힘내길 바란다.
여러분이 보내는 편지 한장 한장이 군화의 HP를 조금씩 채워준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만피 유지할 수 있게 꾸준히, 엄청 많이많이 편지 써주길 바란다.
최소한 훈련소에 있는 기간만은.
쓸 말이 아직도 많지만.. 아 여기까지 쓸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