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길가다 우연히 만났어요.

당나발 |2012.01.22 00:22
조회 383 |추천 0

어? 오! 야! 진짜 오랜만이다!

내는 잘 지내고 있지! 알제? 내 성격!

아, 그거야 그때지. 언젯적 이야기여?

당연하지.

아, 그래? 그래. 모쪼록 잘 지내고, 연락처 바꼈나? 아니지?

그래. 그럼 다음에 연락할테니 니가 밥한번 사라. 크크

왜 이래 이거? 쿨하지 못하게.

그래. 한 번 진짜 술이나 한잔하자!

어, 나도 안그래도 약속있어서.

그래. 다음에 또 보자잉!

 

==============================================================================================

 

전 잘 지내요.

알잖아요. 저 누구보다 강한 거.

그때야 좀 힘들었죠. 지나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니, 그때보다 훨씬 더 쌩쌩하죠.

이제 당신 생각 하나도 안나요.

이것봐요. 이렇게 우연히 많나도 아무렇지도 안잖아요.

저 좀 매정하죠? 하하.

 

그런데...

진짜 가끔, 아주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어요.

'당신도..., 당신도 아무렇지 않나?'

좀 우습지만 이런 생각하면 갑자기 혼자 막 화가나기 시작해요.

'와!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내가 당신께 고작 이런 존재였나?', '나도 한때지만 참 어리석었다.'

 

그렇게 혼자 막 화내면서 중얼거리다보면 우리 서로 우스웠던 일이 막 떠올라요.

내가 화가났을 때 당신이 부리던 애교와 표정.

생일날 케잌으로 얼굴에 크림 묻혀가며 싸운 일.

길가다 발이라도 삐끗하면 당신이 비웃던 일.

이런 일 생각하면서 막 혼자 키득대죠.

 

그런 즐거웠던 일이 다 생각나고 나면 쓸데없는 것들도 막 생각나기 시작해요.

우리 처음 만난 날.

손 잡던 날.

입 맞추던 날.

같이 지나던 길거리.

자주 가던 까페.

당신이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그리고, 우리 헤어지던 날까지도 모두 기억나기 시작하죠.

 

이렇게 혼자 감상에 젖어있다가요.

맨 마지막에, 맨 마지막엔 뭐가 떠오르는 줄 아세요?

제일 마지막엔 당신께 잘못했던 일들이 마구 떠올라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가슴이 답답해져와요.

나도 참, 생각해보면 잘못한 일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럼 속으로만 '미안하다, 미안하다.'

못 듣는 거 아는데도 소리내서 또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렇게 수어번 또 속으로, 입밖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다음에 결심해요.

다음에 우연이라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안하다' 해줘야지.

그런데 막상 만나면 또 예전 버릇이 나와서 이마에 딱밤을 떼리려는 시늉을 하죠.

 

미안해요.

절 용서하세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