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근 제2금융권의 전·월세 대출 이자를 지금의 평균 14%에서 7%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서민들이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전·월세 세입자 100만가구가 대상이다.
민주통합당은 영세 상인 70만명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섰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매출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재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세금계산서와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그만큼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세금을 덜 내는 탈세(脫稅)의 구멍도 커진다.
여·야는 작년 말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상보육·무상급식 확대와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소상공인·농민 지원 법안 등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새해 들어서도 서민 복지 혜택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표(票)를 의식한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저출산·고령화의 덫에서 벗어나고 빈부격차·양극화로 인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려면 복지제도를 꾸준히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은 당연히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복지와 세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에선 연간 소득이 300만원만 넘어도 소득세를 물린다. 연금·실업수당·질병수당·육아휴직수당을 받는 사람도 예외가 없다.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근로소득자의 39%, 자영업자의 41%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는 세수(稅收)를 늘리기 어렵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조금씩 더 걷는 게 조세 저항을 줄이면서 복지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복지 혜택은 늘리고 비과세·감면으로 세금은 줄이겠다는 달콤한 약속으로 국민의 환심을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재정위기는 바로 세금 없는 '공짜 복지'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국민을 상대로 한 허황된 사기를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