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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한이의 스무살 먹은 형입니다.

한이형 |2012.01.28 15:56
조회 17,285 |추천 124

 

안녕하세요 한이형입니다. 왠지 이 글은 묻힐 것 같지만 그냥 써볼게요

 

음슴체는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서 쓰지 않겠습니다.

 

며칠전에 한이랑 카톡을 주고받는데 한이가 슬쩍

 

어떤 유명한 모 사이트 게시판에 익명으로 우리 얘기를 올렸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다 가렸으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그저께쯤 만나서 카페에 앉아있는데

 

일이 커졌다면서 자기가 쓴 글이 조회수가 꽤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글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야, 10만명이 봤다면서 왜 나는 못보게해 ㅜ" 라면서 졸랐더니 네이트..판.. 이라고....

 

음.. 좀 많이 큰 사이트였네요. 기껏해야 이쪽 커뮤니티정도 일줄 알았는데..

 

어쨌든 저희 이야기야 한이보고 계속 쓰라고 하고

 

그냥 한이 덕에 용기를 내서 필력빵점이지만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연애이야기는 아닙니다. 미안해요.

 

댓글을 보다보니까 참 재미있어서요.. ㅎ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네요.

 

 

 

확실히 동성간의 사랑이라는게 (이런 표현조차도 거북스러운 분이 있겠지만요) 일반적인건 아니네요.

 

저조차도 그것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으니까요.

 

아마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한번쯤 겪고 넘어가는 부분일 겁니다.

 

지식인에 "제가 게이일까요?" 라는 질문들 정말 많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재밌는건, 솔직히 자신은 답을 다 알고 있거든요.

 

자기가 게이인지 아닌지.. 그럼에도 그렇게 물어보는건, 자기가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이겠죠.

 

본인들도 알아요. 이 땅에서 성소수자가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그래서 저는 그 사람들한테

 

"그래도 이성을 사랑하려고 해보세요. 완전히 게이가 아니라면요." 라고

 

말해줍니다. 그만큼 힘들어요.

 

 

 

 

사랑의 감정이야 무엇보다 달콤하지만,

 

그 틀 밖에서, 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벽이 생기는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저는 크리스챤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 모두 독실하신 신자시구요.

 

아시겠지만 성서에서는 동성애를 구약과 신약전반에 걸쳐 더러운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도 동성애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저는 게이가 됬어요.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였으니까요.

 

솔직히 선택할 수 있었다면 전 여자를 사랑했을겁니다.

 

부모님의 신앙때문이 아니더라도, 아무리 DSM 에서 동성애가 성도착증에서 제외됬을지라도,

 

연구결과에서 야생동물들도 동성애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인구의 절반 이상은 양성애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 인식 깊은 곳에서 손가락질 받는 그런 동성애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혹시 동성애자이면서 호모포비아인 사람도 있다는거 아세요?

 

 

 

저는 동성애를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들으며 자라왔고, 그래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성 정체성을 깨닫기 전부터 말이죠.

 

... 정말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그 감정을 부정하려고 혼자 울었던 시간들을 이해할 수 있으세요?

 

 

 

친한친구한테까지도 좋아하는 사람을 숨겨야 하는 심정을?

 

 

 

자기 연애고민 털어놓는 친구한테도 듣기만 하고 내 고민은 말해주지도 못하는 죄책감을 아세요?

 

 

 

괜히 사람들한테 허튼 소리할까봐 술자리도 피하고, 마음놓고 마시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아세요?

 

 

 

저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상담도 해보고, 억지로 여자가 나오는 동영상도 보고, 미안하지만 이성과 사귀어보기도 했습니다.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끌렸다면, 전 당장 동성애를 접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2년전만해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만나고 교제한다는거 상상도 못했습니다.

 

위에 썼지만 전 동성애자이면서 호모포비아였기 때문에 상대가 이쪽이라고 해도 저를 밝히기 싫었거든요

 

마음하나 제대로 터놓을 곳 없이, 아무곳에도 저를 완전히 열지 못하고 고립시켰었네요

 

 

 

정말 좋아하던 남자애는 있었지만, 그 애 역시 호모포비아였습니다. 그냥 친구로 지내는것에 애써 만족하고

 

혹시 내가 게이라는거 눈치채지는 않을까 행동하나 말투하나 조심해가며

 

그애가 내뱉는 약간의 억양변화에도 마음졸이며 가슴아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 만큼 그렇게 막 사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우리는.

 

남자만 보면 못잡아먹어서 안달하는 사람들도 아니구요, 오히려 아웃팅될까봐 마음 졸이면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아무리 상대방이 "난 게이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어" 라고 말하고 다녀도

 

진짜 친해지고 믿을만한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대화가 그쪽으로 흘러가는 것 조차 불편합니다.

 

커뮤니티에 게이드립글 올라오면 저도 웃으면서 보기는 합니다만,

 

생각하는 것처럼 쫄쫄이 타이스 입고 여장하고 딜X가지고 놀고 매의눈으로 사람들 주시하고

 

그러지는 않아요.

 

 

 

잘생긴 남자가 있으면 쳐다보게 되기는 하지만, 그게 게이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사람이기 때문인가요?

 

 

 

 

일반 친구들한테 정 불편하면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속이는거 아니냐고. 친하다고 말할 자격은 있는거냐고

 

네, 솔직히 떳떳하지 못합니다. 굳이 합리화를 해보자면,

 

누구든 숨기고 싶은 비밀은 한개쯤 있지 않나요?

 

친한친구에게 모든걸 오픈하시나요? 자기 밑바닥까지 끌어내서 치부를 다 드러내 보이시나요?

 

게이라도 모든 남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모든 이성애자들이 상대방을 성적으로 보는게 아니듯이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가 있고, 그 친구한테 특별한 감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손가락질 받아야 하나요?

 

그 친구를 믿지 못하는게 아니라, 커밍아웃한 뒤에 벌어질 상황들이 너무나 뻔히 보이기 때문에

 

말할수 없는겁니다.

 

"괜찮아, 그래도 우리는 친구야 하하하" 당장은 이렇게 말하겠죠. 친한친구가 오래 고민하고 밝혔는데

 

바로 정색하고 도망가버리는 인간성 없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근데 그 이후로도 진짜 예전처럼 지낼것 같으세요?

 

아무의미없이 어깨동무만 해도, 빤히쳐다보기만해도, 친구라면 자연스럽게 할 스킨쉽조차도 움찔거리며

 

불편한 시선을 보낼 친구를 예전처럼 바라볼수 있으세요?

 

대화가 약간만 그쪽으로 흘러가도 찾아올 어색한 분위기를 참아낼 수 있으세요?

 

전 그럴 자신이 없네요. 아니 어쩌면 그 친구가 전혀 안그런다 해도 제가 먼저 불편해질것 같습니다.

 

그친구가 아무리 동성애에 대해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이해해달라고 안할게요.

 

그냥 사람일뿐입니다. 무슨 흑인노예해방운동하고 여성참정권운동 하듯 사람대우 해달라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동성애자는 지금 글을 읽고계신분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더러운 사람들도, 불행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정말 친한 친구일수도 있구요, 가족일수도 있어요. 실감은 안나시겠죠.

 

아마 우리 부모님도 이런 글 읽으면 콧방귀 끼실겁니다. 우리가족은 안그래! 이러면서요

 

....상상이나 하실까요.. ^^

 

정말 잘 숨기고 있는것 뿐이에요. 그 사람들한테 상처 주지 마세요.

 

저 역시 지금도 사랑중이지만, 여전히 주변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 불안해 하는 소심남일 뿐입니다.

 

음지에 있는건 동성애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인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길어져서 죄송해요. ㅎ 그냥 이런 사람들도 있네요.

 

한이 사랑해 ㅎ 그래도 달달한 연애 하고있네요. 고마워요 응원해주셔서.

 

 

 

추천수124
반대수3
베플|2012.01.28 18:36
머...머시따♥ 헐....생에첫 베플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이영광을 한이님과 엘님과 동방신기에게!! 이쁜사랑하세요♥ 집짓고 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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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2012.01.28 23:33
한이야 남자친구하나 잘둿다
베플응원합니다|2012.01.29 02:47
거부감이느껴지지않다는깨끗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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