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급할수록 돌아가야
협상 개시가 가시화되면서 중국과의 FTA가 우리 사회에 던질 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입장에서는 한·중 FTA를 굳이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과 FTA를 하지 말자거나 무조건 미루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국이 놓인 경제·정치적 상황을 포함해 손익을 따져볼 때 아직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할수록 좋다는 뜻이다.
FTA 같은 경제통합은 양국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변화도 함께 초래한다는 점에서 관련 요소들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경제적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양국 간 교역 확대와 투자 안정성 제고를 통해 늘어날 생산과 고용이 어느 정도일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이 FTA가 초래할 비용, 즉 경쟁 열위(劣位) 산업의 붕괴와 이로 인한 실업 등 피해를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크지 않다면 애써 FTA를 체결할 필요가 없다. 또 경제적 이익이 크더라도 그 이익의 실현 가능성을 좌우할 만큼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중 FTA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FTA를 통해 한·중 간 관세 장벽을 낮추고 투자 제한 요인들을 없애 나가는 것은 양국 경제의 효율화 측면에서 분명 유리하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자본과 지식 및 기술집약적 부문에서 유리한 한국 기업들이 현재의 비교우위를 강화해 나가면 우리 경제의 고(高)부가가치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을 뒤집을 만한 변수들 역시 적지 않다. 먼저 한국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는 플러스가 된다 하더라도 개별 기업이나 업종 단위의 손익 평가와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예컨대 경쟁우위가 확실한 주력 업종들의 이익은 증가하겠지만, 아직도 노동집약적 생산 과정이 많은 중소 제조업이나 농·축·수산업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그나마 한·미 FTA나 한·EU FTA는 직접 피해에 노출되는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먼저 개방을 한 후 순차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의 보완대책으로도 국민 설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워낙 가깝고 그 영향권에 포함되는 업체와 종사자 범위가 넓어서 취약 업종과 노동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충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섣불리 개방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중국이 자신들이 민감한 분야를 실질적으로 양보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한·중 FTA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조사해보면 안정적인 송금 보장, 다양한 진입장벽 제거, 사업서비스 개방 및 외환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과 관련된 이슈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약속 이행에 대한 명문화된 협약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스스로의 주권을 제한하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지 의문이고, 설령 받아들인다 해도 언제든지 뒤집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국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만큼 한·중 FTA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추진하더라도 처음에는 민감 품목을 제외한 낮은 수준의 FTA를 발효시킨 후, 5~10년 정도의 시한을 두고 개방 폭을 점차 확대하는 다단계 방식의 접근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