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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꿀벌들이 이유없이 죽거나 사라지는 사건이 터지면 으레 따라 나오는 말이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는 멸종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 말은 하도 자주 인용되었으니 적어도 한 두 번 정도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라는 희대의 천재가 한 말이라고 하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믿지 않을래야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2012년 인류 멸망설과 맞물려 상당히 그럴 듯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만큼 아인슈타인이란 이름이 거대하기 때문이리라..
처음부터 의심한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가 아인슈타인의 권위를 빌어 자기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을 뿐이다.
사실 이 이야기가 처음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실 여부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많았다.
곤충학자나 생태학자가 아닌 물리학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전후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선정적인 결론만 말하는 것에서 도시전설이나 음모론의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 유명인을 동원하는 것은 도시전설이나 음모론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과거에도 도시전설에 이용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그러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허위로 판명난 것은 Snopes.com의 공로
인터넷에는 소문이나 도시전설의 내용을 추적하여 그것의 진위를 확인하는 사이트들이 꽤 있다.
이른바 디벙크 사이트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이러한 사이트 가운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Snopes.com이다.
이 사이트는 2007년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지만 글의 내용은 누가 보기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같은 무렵 더 데일리 그린이라는 인터넷 매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받아들였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한 것은 프랑스 양봉업자들
Snopes.com은 무엇을 근거로 하여 아인슈타인의 한 말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근거는 아인슈타인의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은 아카이브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거나 쓴 것들은 모든 것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꿀벌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딱 한 번인데 그 내용도 꿀벌의 군집행동에 관한 간단한 언급이었을 뿐 인류멸망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누가 처음 했을까? 무엇을 근거로 하여 이런 말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을까?
Snopes.com에 따르면 이 말이 처음 실린 것은 1994년 프랑스 양봉업자들이 벨기에의 브루셀에서 데모를 할 때 배포한 팜플렛이다. 당시 이들은 저가격의 수입꿀과 높은 설탕가격에 항의하기 위하여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것을 가디안 지와 스코츠맨 지가 보도했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말이라고 하면서 이 말이 각종 매스미디어에 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웬만한 신문들은 모조리 아인슈타인의 말이라고 하면서 이것을 보도한 적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 더 인디펜턴트, 인터내셔널 헤랄드 트리뷴 등 유수의 매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디벙크 사이트에서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것이 사실인 양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CCD가 심각하더라도 이런 식의 보도는 안된다
올해 2월에도 문제가 됐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가 2011년 2월 6일 “아인슈타인은 옳았다-꿀벌들의 붕괴는 지구적으로 식량 안전을 위협한다(Einstein was right - honey bee collapse threatens global food security)”라는 기사를 실으면서 아인슈타인이 마치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던 것이다.
더 데일리 그린이라는 인터넷 매체는 2007년도 기사를 재게재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아무리 군집 붕괴 현상(CCD)의 심각성을 인정하더라도 허위의 사실에 근거한 보도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관련 사이트에서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이 이야기지만 한동안 마치 사실인 냥 돌아다닐 것이다.
이 말은 특히 뉴스성이 있기 때문에 도시전설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아니 이미 도시전설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툭하면 튀어 나오니 말이다.
언제까지 이 말이 사실인 양 돌아다닐까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잘못된 정보가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