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서울시장의 후속 이벤트

쇼퍼홀릭 |2012.02.09 07:12
조회 14 |추천 0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9년 1·20 용산사건으로 복역중인 8명의 특별사면을 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은 지난달 18일 서울시장 명의의 사죄에 이은 ‘후속 이벤트’ 색채가 짙다. 단체장의 특정인 특사(特赦) 건의부터 초유의 기획이다. 사면은 사법권의 효력을 대통령 권한으로 다시 다듬어 법치주의 원칙이 내포한 일단의 경직성을 사후 보완하는 예외 수단이다. 구체적 타당성과 형평성을 그르친다면 법치의 근간을 침식한다. 박 시장의 건의는 사법 단죄, 나아가 국민 일반의 정의관(正義觀)과 동떨어져 법치 경멸로 빗나갔다.

박 시장은 “8명은 범법자이기 이전에 생계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 철거의 폭력 앞에서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특사 건의서의 이 이유부터 사법 심판을 오판(誤判)으로 회칠하는 ‘강변(强辯) 수사학’이다. 철거민 5명 + 경찰관 1명을 희생시킨 참사 주범들을 향해 ‘사회적 약자가 불법행위 면죄부일 수 없다’는 것이 1-2-3심의 일관된 취지였다. 그해 10월 1심 단계부터 소외의 아픔을 끌어안아야 한다며 감형하면서 “사정이 절박했어도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경찰을 향해 위험물질을 쏟아부은 것은 국가 법질서를 유린하는 행동”이라고 문책해 실형 단죄해왔다. 또 “경찰력 투입=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사법 판단도 박 시장은 ‘강제철거의 폭력’으로 뒤틀었다. 더욱이 8명 가운데 3명은 참사구역 철거민이 아니었다. 사실관계 또한 왜곡한 것이다.

박 시장의 건의 못잖게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 일각의 굴절된 시각이다. 앞서 6일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신청자들에게 돌린 질문지에 ‘경제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문항을 포함시키고 “사람이 불에 타 희생되더라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고 경제만 잘 된다면 인권이 묻혀도 된다는 식의 성장지상주의는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람’과 ‘경제’를 명·암(明暗) 이분법으로 대조시킨 부박(浮薄)한 사유체계의 비근한 예화다.

사면심사위원회와 법무부는 법질서를 흔든 중대 사건임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에 앞서 박 시장은 수도 행정책임자로서 자치의 직분(職分)에 매진하기 바란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