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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이혼시키고 싶습니다

엄마사랑해 |2012.02.10 19:44
조회 423 |추천 2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4살되는 딸입니다.어디에 써야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하다가 여기에 어렵사리 글을 적게 되었네요.혹시 여기에 올리면 안되는 주제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탓하지만 마시구 조언 부탁드릴게요.조금 글이 길어질 것 같아요.



저는 제목에 적은 것과 같이 부모님이 이혼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아빠. 아버지. 그렇게도 부르기 싫은 사람, 그 사람이요.
저희 엄마는 어릴적 봉사활동하는 곳에서 아빠를 만났다고 합니다. 특별히 말 한마디 나눠본 것 없는 사이인데 아빠가 그렇게 엄마를 따라다녔다고 하시더라고요. 화장품 가게에서 일을 하셨다는데 거기도 따라가고, 자취방 앞에서 안 만나주면 죽어버리겠다니 하셨더라구요. 여느 부모님들 연애사와 같은 이야기죠. 그런데 엄마는 아빠가 무서웠대요. 억지로 관계를 하시고 저를 임신하게 되자 엄마는 도망도 못 쳤다고 하시더군요. 아빠는 그런데도 술 먹고 들어오면 흉기로 엄마를 위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술 드시고 오시는 날엔 미리 가위나 칼, 접시 같은 걸 숨겨놓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참 제가 어릴 적부터 갖은 고생을 하셨어요. 아빠에 대한 어릴적 기억은 없어요.아, 언젠가 정말 어릴 때. 저희 남매는 (두 살 터울인 남동생이 있어요) 부유한 집이 아니라서 소소하게 100원, 500원 용돈 얻는 게 그렇게 좋았었어요. 그래서 주말엔 동생과 제가 서로 아빠 구두를 닦아서 동전 좀 받겠다고 했었죠. 그 날은 제가 아빠 구두를 닦기로 했던 날이었어요. 구두를 닦다가 제가 아빠 말을 제대로 못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대꾸를 안 했는데 갑자기 아빠가 제 머리를 확 밀쳐서 신발장에 부딪혔던 기억이 있네요. 고작 초등학생. 그 이후로 아빠라는 존재가 무서웠어요. 
아빠를 보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술 먹고 언제 엄마와 나를 죽일지 모른다. 무섭다.' 이 생각만 듭니다.


좁은 방에서 동생과 둘이 잘 때 아빠가 술 드시고 오신 날엔 으레 자는 척 하곤 했네요. 깨어있다 혹시 맞기라도 할까봐. 그렇게 우리가 자는 척 하는 동안 엄마는 혼자서 아빠의 술주정을 받아내셨습니다. 언어 폭력도 서슴치 않았고 한 대 칠 것처럼 손을 올리는 것도 서슴없이 하셨어요. 동생은 어떨지 모르나 제가 아빠에게 두는 벽은 그렇게 커져갔습니다.

처음으로 진짜 '우리집'이 생긴 날, 그게 얼마 전입니다. 딱 2년 반 전, 그 때 정말 소소하게 기뻤더랍니다. 그 전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아파트였거든요. 여름엔 너무 더워서 차라리 밖에 나가 있는 게 더 시웠했던, 겨울엔 너무 추워서 난방을 켜도 옷을 껴입고 자야 했었던, 이름만 대면 '아, 그 가난한 아파트?'라고 할 정도로 허름한 집. 새로 이사온 집은 이름을 당당히 말해도 하나 부끄러울 거 없는, 엘리베이터도 있는, 택배 맡길 수 있는 경비실이 있는 그런 집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12월 초, 그 해 크리스마스엔 처음으로 식탁에 케이크 올려두고 거실에서 다같이 있을 수 있겠다 했었어요. 그 전 집에서는 거실에 혼자 앉아있어도 꽉 찼었는데 새로 이사온 집은 네 식구가 누워도 널널해서 좋았어요.
그 집, 저희 엄마가 마련한 집이었습니다. 새벽에 엘리베이터도 없던 그 허름한 아파트 5층 계단을 왔다갔다 하며 하셨던 보험일, 야쿠르트 배달, 우유 배달, 집에서 하던 신발 고무 밑창 자르기 등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실 정도로 궂은 일 다 하셨어요. 아빠요? 돈 벌겠다며 저 중3때 외국으로 가셨습니다. 아프리카요. 제 중학교 졸업식 땐 엄마 혼자 오셨구요. 하지만 그 곳에서의 4년은 저희에게 완전한 지옥이었습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고 아빠가 사업 실패로 도망치다시피 가신 외국이라 사업 실패에서 빚어진 소송, 빚은 전부 엄마가 처리하게 되었어요. 사업 땐 웃으면서 만나던 사람들이 엄마에게 죽일 년, 돈 갚아라고 하던 욕설을 듣던 엄마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빚 처리에 법원 처리에 정말 한 때는 집에 먹을 쌀도 하루하루 사야 했고 학교에 타고 갈 버스비가 없었던 적도 있었네요.


그래서 저희의 새집 마련은 정말 의미가 컸어요. 엄마의 아빠 빚 처리, 우리의 집. 엄마는 그 날 펑펑 우셨습니다. 엄마의 고생을 쭉 지켜본 저와 동생은 다 알았어요. 엄마가 얼마나 고생 하셨는지. 그런데 그런 집에 이사오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 달도 안 됐습니다. 3주 정도 지난 날. 아빠가 술집에 가셨다 도우미와 연락하는 걸 엄마가 아셨습니다.
오는 전화를 나가서 받고 휴대폰도 못 만지게 하시더군요. 결국 수상하게 여기신 엄마가 몰래 휴대폰을 보셨고 거래처 정사장이라고 저장되어 통화목록과 문자함을 빼곡하게 채운 그 번호는 술집 여자였습니다. 엄마는 화를 내시면서 이혼하겠다고 하셨고 아빠는 한 번 봐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전 그 때 한참 첫 직장에 취직해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았거든요. 저희 엄마와 동생이 그 술집여자를 만나셨더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동생에게서 들었는데 '불륜'이라기보다는 술집여자의 관리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짓'이 깨끗하거나 옳은 건 아니잖습니까. 아빠에 대한 불신과 벽이 깊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동생이 군대를 가고 옅게나마 저와 엄마를 지켜주던 방패가 사라졌습니다. 술 먹고 들어오는 아빠를 타일러 주무시게 만드는 건 동생이었거든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일주일에 네댓번은 기본으로 술을 드시고 오셨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집안에서는 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엄마가 술 먹는 걸 엄청 싫어하셔서 아빠가 술 드시고 오시면 표정이 굳어선 대꾸도 잘 안 해주십니다. '술 취했으면 고분히 자라.'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거든요. 별 반응을 안해주시니 '너 같은 여자랑 못 살겠다. 무슨 목석이랑 사는 것도 아니고. 옘병, 이런.' 등등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폭언을 엄마에게 쏟아내셨습니다. 듣다가 울컥울컥 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술 먹고 엄마 차 갖고 나가서 운전해서 사고내고 합의금 내고, 차 새로 고치고. 나가지 않아도 될 돈 구멍을 만드십니다. 술 먹고 운전 사고낸 것만 벌써 두 번입니다. 화가납니다. 합의가 잘 되서 다행이지 상대 쪽에서 합의도 안 해줬더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한 달 용돈 30만원에 따로 기름값 35만원을 넣어서 주는 카드. 그 돈으로도 한 달이 모자라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엄마에게 돈 좀 달라고 하시면 엄마는 기겁하십니다. 벌써 다 썼냐고. 그러면 남자가 밖에서 비지니스 하면서 그 정도 쓸 수도 있지. 합니다. 자기가 번 돈 자기가 마음대로 못 쓰냐고. 헛웃음만 나옵니다. 저희 엄마도 맞벌이 하십니다. 한 달에 200 정도 버시는 보험일 하시는데 아파트 대출금이나 보험료를 내고 나면 얼마 안 남습니다. 돈 없다고 딱 자르시면 남자가 밖 다니는데 돈도 없이 어떻게 다니냐며, 정도 없다고 하고 나가십니다. 아, 아빠가 한 달 버시는 돈은 약 350 정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정말 스트레스에 예민하십니다. 몸도 약한 편이셔서 피곤도 금방 느끼고 집에 오시면 여덟시 정도 되시는데 아빠는 집에 왔을 때 아무도 없다고 일 그만두라고 하십니다. 집안 꼴이 뭐냐고. 저희 엄마, 피곤하셔도 할 거 하십니다. 깨끗한 옷 준비해두고 비록 갓 지은 따끈한 밥은 못 되지만 밥도 밥통에 해두십니다. 제가 얼마 전에도 '나 같으면 아빠같은 사람이랑 안 살아요. 그냥 이혼하세요.' 했더니 그래도 시집 갈 때 이혼가정이라고 하면 얼마나 이미지 나빠지는지 아냐며, 그래도 너 있게 해준 아빠라고. 아빠 불쌍한 사람이라고. 너무 착해서 사기도 많이 당한 안쓰러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엄마를 보면 마음도 아프고 화도 납니다. 저는 아빠랑 거의 대화가 없습니다. 몇달 전에 제가 감기에 걸려서 거실 장판에 불 올려두고 누워있었습니다. 잠에 거의 빠진 상태라 주변 소리도 안 들리고 정신도 멍멍해 있었는데 아빠가 그 날 술 드시고 오신겁니다. 엄마는 교회 철야예배 가셨었거든요. 저한테 아빠 오셨는데 인사도 안 하는 년이라고 하더라구요. 너 같은 딸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날 키운 것에 회의감이 든다고. 지금 이 거(유리꽃병)로 확 때려 죽여버리고 싶다고. 그 때 진짜 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맞는 것 없었는데 '내가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 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이후로 저는 아빠랑 말 안 합니다. 그렇게 원하시던 인사 하나만 해드리고 일절 없습니다.
그 날 술 드시고 온거라고 용서 하라고 하는데 웃음만 납니다. 그 때 죽었더라면, 다쳤더라도 술 먹어서-라는 이유로 다 용서 해야합니까? 그 얼굴 앞에서 실실 웃어야 합니까? 전 그 날 생각만 하면 진짜 아직도 무섭습니다.


이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술로 인한 언어 폭력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걸 옆에서 보는데 제가 더 화가 납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잘못된 건가요? 시간 날 때 쇼핑도 하러 가고 월급날이면 용돈도 드리지만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제자리 걸음일 뿐이네요. 속상합니다. 제발 저와 엄마를 도와주세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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