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직녀(織女) 클로토(Clotho)는 지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편이다. 여신의 베틀이 짜낸 민주당의 모습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호남세력이 주축이었던 옛 민주당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좋아졌다. 덩치는 커졌고 속은 영글었다. ‘호남당’이란 왜소한 이미지는 사라졌고, 전국정당의 위용을 갖췄다. 호남 장악력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수도권에선 맹위를 떨치고, 새누리당 아성인 영남의 일부 지역에서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바꿔 달고 쇄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용(龍)처럼 비상(飛上)하는 민주당 앞에선 낙엽처럼 초라해 보인다. 후보자 등록 신청비가 새누리당의 세 배(300만원)나 되는데도 민주당에서 공천받고 싶다고 한 이들이 쇄도한 걸 보라(4년 전에 비해 공천 신청자 47% 증가). 4·11 총선에서 ‘민주당 세상’이 열릴 걸로 여긴 터여서 그랬을 것이다.
당 지도부도 총선을 낙관한다. 새누리당을 꺾고 원내(院內) 제1당이 되는 건 당연하고, 잘하면 150석 이상의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걸로 전망한다. 19대 국회가 출범하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 4건의 특별검사제와 2건의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등 총선 이후의 ‘사업목록’을 만드는 건 그만큼 여유와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민주당 판단이 틀린 건 아니다. 불타는 소돔성(城)을 연상시켰던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이 재건하려 하지만 연달아 터지는 이명박(MB) 정권 비리에 발목이 잡혀 기운만 빼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에선 “이러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도 못 건지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총선일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레이스는 막 스타트를 했을 뿐이다. 종점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민심도 몇 차례 출렁거릴 것이다. 방심했다간 낭패를 보는 경주(競走)가 선거다. 한데 민주당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하면서 “국민이 ‘새누리당은 안 된다’고 말하니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정말로 그럴까. 2004년 총선을 기억하는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던 한나라당을 궁지에서 건져준 쪽은 그 시절 여당으로, 민주당의 선조인 열린우리당 아니었던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고 했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선거 흐름이 바뀐 사실을 민주당은 잊었는가.
민주당은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선관위 테러(디도스 공격)에 대통령이 연루된 게 확인되면 임기 하루가 남아도 탄핵하겠다”(문성근 최고위원)거나, “청와대가 (대통령 측근 비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MB 정부는 그나마 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한명숙 대표)이라는 발언이 좌파의 ‘진영(陣營)논리’에 빠져 있지 않은 이들에겐 어떤 감정을 일으켰을까. 좀 거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안철수 교수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지지하는) 편지를 들고 오면 된다”는 문 최고위원 말도 방자해 보이지 않았을까. 집권하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폐기하겠다고 하는 민주당의 호언이 과연 이성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부결로 낙마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19대 국회가 열리면 다시 추천하겠다고 하는 게 합리로 비칠까, 오기와 오만의 발로로 비칠까.
선거에선 바람이 분다. 민심을 실은 바람이다. 그리고 그걸 타야 이길 수 있다. 민주당은 ‘반(反)MB 바람’에 편승했다. 하나 반사이득만으론 불충분하다. ‘민주당 바람’을 만들지 않으면 언제든 역전당할 수 있다. 그런데 오만한 모습으로 바람을 만들 수 있을까.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얼굴 아닐까. MB가 그랬기에 인심을 잃은 것 아닐까. 민주당은 지금 이 지점에서 거울을 들여다 봐야 한다. 성서(聖書)엔 “교만에는 재난이 따른다”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