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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위한 FTA 죽이기인가?

개기일식 |2012.02.17 06:57
조회 151 |추천 1
“한·미 FTA 합시다. 거역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2004년 8월 11일 한·미 FTA를 할 것인가를 논의한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마무리로 노무현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다. 노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193개 FTA가 시행 중이고, 국제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체결국가들 사이에 이뤄지고,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이라는 현실을 바로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민주당의 한명숙 대표는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달라서” 한·미 FTA는 재협상해야 하고, 미국이 싫다면 총·대선에서 이겨 집권할 민주당 정부가 FTA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 기류 같은 달라진 사정들이 어떻게 한·미 FTA를 죽일 이유가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한·미 FTA 협상이 2007년 3월 결렬 위기에 몰렸을 때 이해찬 총리는 협상을 총지휘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이렇게 격려했다. “한·미 FTA 꼭 타결되어야 합니다. 정치 스케줄상 그게 1번 타자입니다. 그 다음 북·미회담이 이루어지고, 그 후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겁니다. 다음 단계로 4개국(남북한·미·중) 간의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은 한·미 FTA가 한반도 정세의 정상화까지 시야에 둔 큰 그림의 일부라는 의미다. FTA로 한·미관계를 안보와 경제의 두 축으로 확고하게 만들어 놓고 최종목표인 한반도 평화를 실현한다는 원대한 비전이다. 노무현 정부의 구상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른 지점에서 멈췄지만 한반도 평화실현은 확고한 한·미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전략은 살아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한·미 FTA의 이런 성격을 개념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한 대표와 민주당은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그 전략을 허물려고 한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협상과정을 세세하게 기술한 『한미 FTA를 말하다』라는 책을 냈다. 한명숙 대표의 민주당이 2010년 10월에 나온 이 책을 꼼꼼하게 읽었더라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그렇게 논리적으로 엉성하게, 한·미 교역 증대에 반대하는 시각에서, 반미를 위한 FTA 죽이기라는 인상을 주는 내용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미가 동기가 아니라면 한 대표의 민주당은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것인가.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영어로 진행하는 협상에서는 으레 미국에 끌려다니기 마련이고 협상에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선입관이다.

 그러나 김현종이 지휘하는 우리 대표들은 시종 협상을 주도했다. 각 항목마다 적게 주고 많이 받아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협상하자고 요구한 10개 항목 하나하나를 『한미 FTA를 말하다』의 기록과 면밀하게 대조해 볼 것을 권한다. 저자가 업적을 과장하려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 있으면 그를 직접 초청해 추궁하는 노력을 기울인 뒤에 한·미 FTA의 목에 칼을 들이대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반미를 위한 FTA 죽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거기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쓴 민주당의 편지가 총선 승리와 집권을 전제로 한 최후통첩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찌 그리 자신만만하고 또 오만한가. 증오의 정치가 한 대표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냉정한 사고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인가.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한·미관계를 확대·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길임을 몰라서 그러는가. 아니면 한·미관계가 강화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가. 후자라면 남북관계가 여전히 불안하고 중국이 중화(中華)의 깃발을 들고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한반도와 주변 환경에서 안보와 평화를 확보할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민주당을 만족시킬 수준의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민주당 정부가 한·미 FTA를 폐기한다면 한·미관계는 치명상을 입고 안보의 틀이 흔들릴 것이다. 조지타운 대학의 빅터 차 교수는 “그건 중국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했다. FTA 폐기로 한·미관계가 약화되는 것을 가장 반길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가 한·중 FTA 협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카드인 것을 모르는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에는 국민들도 분노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대외관계까지 이 정부에 대한 독기(毒氣)로 포장하는 것은 집권을 장담하는 민주당의 제 발등 찍기요, 다수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어리석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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