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통합야당은 한미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네거티브시스템 개방, 역진방지조항 등을 없애지 않으면 FTA 전면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진보정권에서 이미 수용키로 한 사항들을 빌미로 이제 와서 이를 삭제하지 않는다고 FTA 전면 폐기를 선언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어이없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ISD를 삭제하거나 FTA 자체를 폐기하면 미 의회가 원래 한미 쇠고기합의서 내용대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도 재개하자는 등 막대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지...
북한 김정일 사망 후 한미 안보협력 관계의 강화가 절실한 지금, 한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14년 말이면 우리는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쌀 수출국들과 쌀 관세율을 정하는 협상을 거쳐야 하므로 미 측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됨을 의미한다.
5년여 동안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달성한 역사적 과업을 원점으로 돌리면 막대한 매몰비용과 국론 분열의 비용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향후 거대 경제권과의 FTA 협상 진행을 당분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기에 환태평협정(TPP) 등으로 점점 더 불록경제화하고 있는 아태지역에서 우리 기업들만 해외 수출시장에서 차별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ISD 얘기 많이들 하는데.. ISD는 남용 가능성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목표인 글로벌 교역투자체제를 갖추는 데 필요한 요소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서비스시장을 개방한 것이 반드시 미국의 다국적 업체들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양허표에 일일이 기재하지 않으면 개방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그만큼 협상 담당자들은 신경 써 정부의 규제권한을 기재(유보)해 놓기 마련이다. 한미 FTA에 100개가 넘는 우리 정부의 규제 권한이 기재돼 있는 이유다. 역진 방지 조항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규제 완화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조항이 있기에 정부는 현존하는 규제의 수준을 실제로 완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많다. 한 번 완화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당국의 책임이 무거워지는 마당에 쉽게 규제를 완화할 공무원이 있을까..? 이런 조항들을 독소조항으로 단정 짓고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