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정겸
어머니는 유독 다이알 비누를 좋아했다
닷새마다 열리는 사강장 갈 때에도
당숙모 회갑연에 갈 때에도
궁평항*에서 물질하고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도
그리고 내가 장가가던 날 아침, 몸치장 할 때에도
세안과 세탁 겸용 다이알비누를 쓰면서 몇 마디 덧붙이곤 했다
“큰 애야, 세상에 묵은 때 쏙 빠지게 하는 것은 이것만한 비누가 없단다
지랄 같은 세상, 도덕선생이 제 아무리 잘 가르쳐 주면 뭐하겠냐
세상이 온통 속이 새까맣고 더러운 도둑놈들뿐이니…
그런 놈들 모두 잡아다 돌 빨래판에 깔고 이 비누로 박박 문지르면
좀 깨끗해 질 텐데, 이 더러운 세상 언제나 깨끗해지려나“ 하고 한 숨 내쉬었다
세수를 한다
비누를 손바닥에 싹싹 문지른 다음
얼굴 표피에 비벼대며
살 속에 박힌 찌든 때 벗겨낸다
다시 한 번 비누에 손 비비며 거품 내어
내 몸 구석구석 더러운 때 벗겨낸다
단단했던 비누, 어느새 흐물거리더니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고 닦아주던 비누
제 한 몸 희생하며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비누거품 속으로 어머니 얼굴 보였다
*궁평항 :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낙조로 유명함
(시와환상 2011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