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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정승렬 |2012.02.25 23:47
조회 1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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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정겸

 

어머니는 유독 다이알 비누를 좋아했다

닷새마다 열리는 사강장 갈 때에도

당숙모 회갑연에 갈 때에도

궁평항*에서 물질하고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도

그리고 내가 장가가던 날 아침, 몸치장 할 때에도

세안과 세탁 겸용 다이알비누를 쓰면서 몇 마디 덧붙이곤 했다

 

“큰 애야, 세상에 묵은 때 쏙 빠지게 하는 것은 이것만한 비누가 없단다

지랄 같은 세상, 도덕선생이 제 아무리 잘 가르쳐 주면 뭐하겠냐

세상이 온통 속이 새까맣고 더러운 도둑놈들뿐이니…

그런 놈들 모두 잡아다 돌 빨래판에 깔고 이 비누로 박박 문지르면

좀 깨끗해 질 텐데, 이 더러운 세상 언제나 깨끗해지려나“ 하고 한 숨 내쉬었다

 

세수를 한다

비누를 손바닥에 싹싹 문지른 다음

얼굴 표피에 비벼대며

살 속에 박힌 찌든 때 벗겨낸다

다시 한 번 비누에 손 비비며 거품 내어

내 몸 구석구석 더러운 때 벗겨낸다

단단했던 비누, 어느새 흐물거리더니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고 닦아주던 비누

제 한 몸 희생하며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비누거품 속으로 어머니 얼굴 보였다

 

*궁평항 :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낙조로 유명함

 

(시와환상 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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