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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진이다.

박종찬 |2012.03.01 04:10
조회 623 |추천 1

 

찬 바람 부는 달동네.

오늘도 어김없이 추위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발바닥이 시렵다.

쓸쓸한 방 안에 있는거라곤...

낡은 TV, 작년을 표기한 달력...그리고 곰팡이.

엄마와 아빠는 없다.

생전에 아빠와 엄마는 기가 세신 분들이셨다.

과거 학창시절 동네에서 무리를 만들어 으스대던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끌려 어울리다가 일찍이 날 만드셨고,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집 안의 장물을 들고 달아나 몰래 살림을 꾸리셨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두분이 만나 술을 마시게 되었고 취한 상태로 귀가를 하다가

강도를 만나 모든것을 빼앗긴 채로 칼에 찔려 돌아가셨다.

CCTV가 있었지만 범인의 윤곽만 보일 분 식별이 안돼서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보다도 날 주목하게 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건...

술에 취한 내 아버지가

과거 학창시절의 잘나가던 자신을 과시하듯

비틀대며 강도에게 덤벼드는 모습이었다.

그래.

우리 아버지는 일진이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 우리 집은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난 집에있는게 싫었고 가출도 여러차례 했다.

그럴 때 마다 돈이 없던 난 길가던 또래 녀석들에게서

생활자금을 얻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학교는 꾸준히 다녔다.

학교를 가면 나를 무서워 하는 찌질한 녀석들이 수두룩 했기에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이니까.

그래.

나는 일진이다.

 

 

 

 


겨울은 춥다.

당연하다.

하지만 혼자사는 나에게 겨울은 고통일 뿐이다.

학교를 가면 너도나도 두꺼운 잠바를 입고 다닌다.

나 역시 두꺼운 잠바를 입고싶지만...가격이 양심이 없다.

그런데, 내가 그런 고민을 할 이유가 있던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맘에드는 잠바가 있다면

빌리면 된다.

그래.

나는 일진이다.

 

 

 

 

 

 

한 녀석의 패딩을 빌렸다.

빌려달라고 했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

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뭐, 빌린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역시 두꺼운 잠바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게다가 거울을 보니 두꺼워서 그런지 위압감이 느껴진다.

한층 더 일진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하교를 하고 다시 차가운 집으로 돌아왔다.

발바닥이 시리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두꺼운 잠바가 있어 추위를 버티는데 도움이 되니까.

낡은 TV에선 UFC가 방송되고 있다.

머리속으로 갖은 스파링을 하며 트레이닝을 해본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날아 오른 뒤 요렇게 하면 된다.

별거 아니다.

괜히 허공에 발길질을 해보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

훗, 파이터나 해볼까?

그러다 피곤함을 느끼고 잠에 들었다.

잠도 빈틈이 없게 정자세로 잔다.

그래.

나는 일진이다.

 

 

 

 

 

꿈에서 난 누군가와 결투를 하고있다.

상대방은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모든 공격을 허용한다.

가볍게 날아올라 상대를 차서 넘어뜨린 뒤,

달려가서 그대로 밟았다.

상대는 반동에 의해 잠깐 허공으로 올랐고,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걷어 차서 살짝 띄운 뒤, 돌려차기로 날려버렸다.

시원하게 몸을 풀었더니 상쾌하다.

상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내 승리다.

확신한다.

그리고 결정됐다.

비웃음을 날려준 뒤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다.

온 몸이 따듯하다.

곧 부르르 떨린다.

필시 승리의 몸부림일 것이다.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 편이 상당히 뽀대가 나니까.

그래.

나는 일진이다.

 

 

 

 

 

 

축축하다.

뭘까.

자고 일어났더니 바지가 축축하다.

천장에서 물이 샜나?

젠장.

교복바지라고는 이것 뿐인데...

어쩔 수 없다.

체육복을 입고 가야지.

머리감기엔 물이 너무 차다.

찬 물에 머리를 감으면 깨질듯이 아프다.

샴푸까지 할 만큼 참을성이 많지 않다.

대충 물로 정리했다.

거울을 보니 왁스를 바른 듯 모양이 살았다.

훗, 역시 난 스타일이 산다.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세를 잡아본 뒤

거울 속 압도적인 내 모습에 만족의 미소를 띄운다.

순간, 꿈 속의 대결이 떠올랐다.

그리고 거울속의 나를 향해 원투를 날렸다.

재빠르게 주먹을 내지른 뒤 턱 아래로 위치한 후

내 모습을 보니 완벽한 파이터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난 강하다.

그리고.

나는 일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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