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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히말라야를 체험하다. Part II

김정현 |2012.03.06 11:09
조회 388 |추천 4

[제주도] 한라산에서 히말라야를 체험하다. Part II

 

그림 같은 풍광에 빠지다....

 

 

영실기암 옆을 지나는데 탐방로 오른쪽 아래 깎아지른 절벽이 눈보라에 갇혀 잠깐씩 윤곽만 드러냈습니다.
 
평소에도 실족하기 좋은 코스인데 사진만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네요. 그렇다고 쳐도 눈보라가 지나는 찰나에 수줍은 듯 드러내는 산세의 풍광은 가히 절경이었습니다. 

 

 

 

 

 

 

 

 

 

 

선작지왓에 오르니 사방이 평평해지면서 능선을 타고 칼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얇은 옷만 두벌 겹쳐 입은 몸 안으로 한기가 바늘로 찌르는 듯 파고 들어왔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웅크리며 걸음을 옮겨도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어 한 걸음 내딛기도 쉽지 않았죠. 혹여나 한라산에서 동사라도 할까봐 저기 보이는 앞사람 등에 시선을 얹고 힘든 걸음을 옮기며 따라 붙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재킷 안에 패딩점퍼며 후드가 달린 기능성 재킷을 겹쳐 입고 중무장을 했더군요. 고글을 쓴 사람도 여럿이고요. ‘나만 느끼는 추위는 아니겠지’ 했던 마음이 무너지면서 추위가 일순간 가중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아래로 윗세오름 대피소가 나타났습니다. 사막을 건너 만나는 오아시스가 이런 느낌일까요. 불안하게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일순간 풀렸습니다. 좁은 실내에 사람으로 북적이며 수증기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시끌시끌한 실내가 오히려 사람냄새로 느껴져 좋았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몸을 녹이고 다시 지옥 같은 눈보라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적당히 기운도 차렸고 어지간히 각오도 했는데 어리목탐방로로 향하는 길도 만만치 않더군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잠시 멈췄다간 지척에 있던 행렬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사방이 백색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덜컥 겁이나 발밑을 보며 사람이 지나가 눈이 밟힌 흔적을 따라서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숲으로 접어들자 눈보라가 거치면서 또 다시 순백의 동화나라로 바뀌었습니다.
 
영실을 지나며 오르막에서 본 상고대보다 나무마다 엉겨 붙은 눈의 두께가 제법 도톰하더라고요.
 
지천에 자연이 조각해놓은 정교한 작품으로 넘쳐났습니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죽음의 문턱이라도 다녀온 듯한 선작지왓에서의 공포가 오래전 일인 듯 순간 희미해져 버렸습니다.

 

하산하는 내내 주변의 그림 같은 풍광에 빠져 언제 내려왔는지도 모르게 날머리까지 와버렸습니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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