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더 큰 '기회의 문' 여는 출발점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오전 0시 공식 발효된다. 협상 타결 4년 10개월 만이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미국과 자유무역협정으로 연결되게 된다.
그러나 이제 막 발효(發效)한 한·미 FTA 쪽으로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범야권은 민주·진보 연대를 형성해 총선 판도를 바꿔놓으면서 첫 공동행동 과제로 FTA 재협상 또는 폐기를 내세웠다. 국내 여론 동향도 찬성이 반대를 아슬아슬하게 웃도는 정도다. 올 연말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한·미 FTA가 발효 1년 만에 백지화되는 이변(異變)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은 수출규모 세계 7위이고, 무역의존도가 100%에 육박한다. 제조업 일자리의 80%는 수출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내수(內需)를 키우고, 수출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만 한국 경제가 건강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선 더 많은 일자리, 더 따뜻한 복지를 이뤄내려면 더 많은 FTA를 통해 우리 경제 영토를 넓혀나가는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300건 이상의 지역 간 무역협정이 발효돼 있고, 세계 교역에서 FTA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른다. 세계경제의 핵심 국가들은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FTA에서 찾고 있다. 한·미 FTA, 한·EU FTA 타결 이후 일본과 중국은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일본은 여기서 더 나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미 FTA는 기회와 위기, 양지와 음지의 양면을 갖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은 많은 혜택을 보겠지만 자영업자와 농축산업은 새로운 도전과 부딪쳐 활로(活路)를 뚫어나가야 한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서비스 부문의 낡은 규제 같은 우리 경제의 비효율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장개방으로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겁난다고 손안에 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내던질 수는 없다. 정부는 FTA로 위기를 맞게 될 산업의 체질 강화를 위해 다방면의 지원책을 펴나가야 한다. 정치권은 FTA 존폐(存廢)를 도마 위에 올려 세계의 눈에 대한민국이 이상(異常) 국가로 비치게 할 게 아니라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더 큰 '기회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