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침하 현상이 2000년대에 들어 멈춘 것으로 알려졌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위성 촬영 결과 여전히 가라앉고 있으며 지금은 심지어 동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20일(현지 시간) 영국 BBC 뉴스가 보도했다. 베네치아가 ‘기울고(tilting)’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미국 지구물리학연맹(AGU)이 발행하는 ‘지구과학ㆍ지구물리학ㆍ지구시스템 저널’ 최신호는 베네치아가 매년 2mm의 느린 속도로 가라앉고 있으며 동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GPS와 InSAR(우주 레이더) 자료를 종합한 결과, 베네치아는 연간 1~2mm, 석호(潟湖) 북쪽 지반과 남쪽 지반은 각각 연간 2~3mm, 3~4mm 속도로 침하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석호의 지반이 동쪽으로 연간 1~2㎜씩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지난 20세기에 무분별한 지하수 채취로 인해 지반이 약 120mm 침하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정부 당국이 지하수 채취를 중단시켰고, 몇 년 간의 연구 끝에 침하 현상도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지하수 채취가 베네치아 지반 침하 현상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현재 연구진은 지반 침하 현상의 원인이 자연적인 요소에 있다고 믿고 있다.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 거론된 것이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7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판들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암석권과 화산활동, 지진들이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이번 연구 중 베네치아가 있는 아드리아(Adriatic)판 밑에서 대규모의 지질 활동이 일어나고 있어 지반이 아페닌(Apennines) 산맥 밑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석호의 지반이 동쪽으로 연간 1~2㎜ 씩 기울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에후다 복(Yehuda Bock)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에요.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복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지금과 같은 침강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향후 20년에 걸쳐 도시와 주변 육지가 80mm 정도 침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베네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물막이 벽을 세우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침강 속도가 고려돼야만 이런 방벽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반 침하 속도를 꾸준히 관찰하고 이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