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끽] 세계일주 326일차 - 달려라, 청춘한량! ‘부에노스 아이레스 - 멘도사’
정명이형과 함께하는 여행이 시작됐다.
신기하다. 신기하고 새롭고 또한 기쁘고 즐겁다.
형과 인연을 맺은지 5년이 되어가고 처음에 난 새내기고 형은 산악부의 부장이었다.
그땐 내가 형을 따라 산을 다니며 종주도 하고 암병등반이며 빙벽등반도 함께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형이 내게로 왔고 나의 여행은 우리의 여행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마냥 하늘은 우중충 하기만 했다.
출발하는 날인데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 숙소식구들은 하루를 더 머물다
가라고도 했지만 우리는 계획한 날에 자전거에 올랐다.
완벽한게 어디 있을까 언젠가 맞이할 돌부리, 언제 넘든 마찬가지다.
비는 왔다갔다해서 피해 가면 됐지만 도시를 빠져 나오는 길에 형의 자전거 전복사고가 있어났다!

형은 해외에서의 첫 라이딩이라 많이 긴장한 듯 했는데 앞 페니어가 렉에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었는지
페니어가 빠지며 앞바퀴에 끼어버렸고 그 바람에 자전거가 뒤집혀 버린 것이다.
다행히 몸은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앞바퀴 포크가 심하게 휘어버려 고치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이 사고는 숙소를 떠나 온지 10분이 체 지나지 않아서 일어났는데 시끌벅적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던지라 차마 되돌아가진 못하고 한적한 구석에서
한참이나 낑낑대며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ㅎㅎ;;

여행을 다니면 일단 메인도로를 타게 되면 편하지만 큰 도시로 들어가거나
다시 빠져나올 때는 길이 어려워 한참을 고생하곤 한다.
이때도 물어물어 도시를 빠져나가는데 비가 몇 번이나 내렸다말기를 반복해서
우리는 항상 우의를 입고 달려야만 했다.

다행히 저녁이 되어가며 비는 멎었고 이젠 하룻밤을 보낼 거처를 찾아야 할 시간!

처음엔 길가에 있던 초등학교 쯤으로 보이는 학교를 찾아갔었는데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오늘밤은 해결된건가!? + _+!! 싶었었지만 한참이나 지나서 빠꾸를 먹었다.;;
아, 완전 믿고 있었는데..

이쁜 노을길..
하지만 잘 곳을 아직 구하지 못했던지라 지는 해가 애석하기만 하다..;;
그러다 길가에 작은 파출소를 발견하고 마당에서 캠핑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갔더니 친절한 경찰아저씨는 파출소 맞은편에 있던 공터를 가르키며
간밤에 자기들이 지켜봐줄테니 저곳에서 캠핑을 하라고 한다. @..@!
“그라시아스!”

그렇게 우리의 첫날밤이 왔다.

저녁식사는 쌀밥에 된장찌개!
숙소에서 만났던 진우형님께 된장 1kg을 얻었었는데
덕분에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먹을 수 있었다. :)
첫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사고가 나고 궂은 날씨에 늦은 시간까지 캠핑지를 찾아 해맸더니
우리는 무척이나 피곤했었고 저녁을 먹고는 간단히 정리만하고 곧바로 숙면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오랜만의 캠핑이라 그런가 간밤에 몇 번이나 잠을 깼다.
새벽일찍 일어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친절한 경찰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곤 길을 나섰고

여전히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컨디션도 좋고 길에 차도 얼마 없어 신나게 달린다.
첫 목표 도시였던 Lujan으로 향하는데 길을 잘 못 들어 굉장히 돌아갔지만 함께하니
훨씬 더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다 :)

둘은 서로가 달리는 모습을 찍어줄 수도 있고 암튼 여러모로 참 좋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땐 길이 좁은 2차선에 차도 많고
강풍에 치여 신경을 쓰고 달려야만 했기에 너무나 피곤했다.
게다가 우리가 출발한 날부터 연속 3일간 비가 내려서 계속 레인커버를 씌우고
비를 피하는게 여간 피곤한게 아니었다.
참 다행인건 신기하게도 밤이 되어 캠핑을 하려고 할 땐 어김없이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좋다. :) ㅎ

Lujan에서 멋진 교회를 발견했는데 이거 뭐 스페인어도 모르고 정보가 없으니
그저 바라보게만 될 뿐..;; ㅠ

도시가 있으면 어김없이 방문해 슈퍼를 찾고 빵이나 물이며 부족한 식자제를 구입했는데
아르헨티나는 어찌나 땅덩이가 넓은지 100km를 달려도 작은 마을 하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럴땐, 사실 이럴때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우린 주유소에 딸린 마트에서 필요한 부식을 구매했다.

그러다 대형마트가 나타나면 그동안 필요했지만 구하지 못했던 것들.
더 큰 냄비와 후라이팬과 접시 등등~ + _+ 을 구매!

BSAS를 벗어난지 3~4일이 지나서부터 평탄하고 한적한 길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갓길이 별로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시골길이라 차도 별로없었다.
그리고 형과 나 역시 아르헨티나의 도로에 익숙해져 어깨가 한결 가벼워 졌다. :)
싱싱~ 신나게 달리다가 좋은 캠핑사이트가 나오면 STOP!

저녁 5~6시쯤부터는 하룻밤을 보낼 캠핑장소를 찾으며 라이딩을 하고
적당하다 싶은 곳이 나타나면 자전거를 세워놓고 훌렁훌렁 짐을 풀어헤친다.

이날의 숙소는 해가 지는 풍경의 큰 나무아래

둘다 캠핑이 익숙해서 텐트치고 저녁밥을 준비하는건 일도 아니다.ㅎ
정명이형은 한국에 있을적 아웃도어 수입업체에서 일을 했었는데 새로운 일을 계획하던 차
더 늦기전에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단 결심에 일을 떼려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귀국을 하면 바로 4학년 취준생이 되고 형 역시 사회초년생이기에 ‘일, 직장, 직업’은
한동안 우리 대화의 큰 소재거리가 되었다.
“형, 전문직이 좋긴 좋은가 봐요. 장기여행하시는 형님들 만나면 정말 반은 전문직이더라구요.”
“그치~우리도 전문직 아냐 넌 학생, 난 백수”
“역시, 전문직이 좋군요. + _+”
“ㅋㅋㅋ”
“ㅋㅋㅋ”


식사는 주로 파스타를 해먹거나 소고기 or 소세지 스튜를 끓여먹었는데
역시나 최고는 된장찌개!
전 숙소에서 만났던 형님께 얻은 된장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된장찌개는 양파랑 감자만 넣어도 맛있다ㅎㅎ 배불리 먹고 슥삭슥삭 밥도 비벼먹고~ :)

점심은 라이딩 중 버너, 코펠을 꺼내기 번거로워서 (혹은 같은 메뉴를 계속먹는게 지겨워서..)
달리다 마을이 나타나면 우유나 음료수와 함께 갖가지 빵을 사먹으며 해결하곤 했다.

감자도 삶아 간식으로 먹었다.
정말 캠핑여행에 감자만큼 유용한 부식도 없는 것 같다.
각종 국거리에 다~ 들어가고 볶거나 튀겨서 반찬을 만들 수도 있고 이렇게 삶아서 간식으로 먹을 수도 있다.
감자만세. :)ㅋ

우리의 라이딩은 정말 널널하다.
때론 힘차게 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산책을 하듯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였고
멋진 경치가 펼쳐지거나 그늘이 훌륭한 나무가 나오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휴식시간을 가지며 경치를 즐겼다.

형과 나는 도시보다 이런 자연속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었기에
그늘아래서 낮잠을 자는건 우리의 중요한 하루일과이기도 하다~
“이야~ 여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좋으면 어떡하지?”
“ㅎㅎ, 걱정마세요. 전 여행한지 1년이 다되가는데 아직도 좋아요”
“와~진짜 한량이다. 슈퍼한량.”
“완전 한량이죠.:)ㅎ”

아르헨티나는 땅덩이가 어찌나 넓은지 가도가도 초원이 펼쳐져있고
옥수수밭, 콩밭, 보리밭이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아,

목장도 엄청엄청 많았다.
아르헨티나는 소가 워낙 많아서 한때 소가죽은 수출하고 고기는 그냥 버렸다고도 한다;;
그만큼 고기값이 싼데 그렇다고 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덕분에 값싸고 맛좋은 소고기를 원없이 먹었다. :)ㅎ

멘도사까지 가는길은 멀었다.
달리고 달리고,

쉬고, 마시고~ + _+

캠핑하고,

일기쓰고,

반딧불과 함께 잠든다.

아침엔 텐트를 말리고,

다시 달린다. :)


길 위에 오래 있으니 땀이며 먼지에 더러워지는데 이럴땐 주유소를 들른다.
바로바로~


샤워장이 있기에!
망망대해 같은 아르헨티나의 도로위에 샤워장이 딸린 주유소는 진정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 _+ㅎ

샤워를 할 때 같이 빨래도 같이 해두면 뜨거운 햇살에 마르는건 순식간,!

하지만 그 뜨거운 햇살은 빨래만 말리지 않았다..

하루는 형이 썬텐을 하겠다면 웃통을 벗고 짧은바지만 입은체 라이딩을 했는데
그만 더위를 먹어버린 것이다!

형은 얼굴이 벌게지고 기운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일사병 초기증상 같아보였기에
나는 얼른 적당한 캠핑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캠핑할만한 곳을 찾긴 했는데 자리를 잡고보니 이번엔 다음날 아침까지 버틸 물이 부족했다;;
우리는 고민 끝에 형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가진 물을 모두 소비해서라도 다음마을, 혹은 주유소까지 달리기로 했고,

야간라이딩까지 한 끝에 마트가 딸린 주유소를 하나 찾았다. 휴~ @..@;
우리는 다음날부터 개인당 물을 5L이상씩은 가지고 다녔다;;

이때가 12월 중순.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길위에서 보낼순 없지!!”
라는 일념에 열심히 달렸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더 날리도 없고, 그래서 잡았다.

찰리~!!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차가 안잡혀 작전을 바꿨다.
차를 잡는게 아니라, ‘물’을 얻기로,
형이 빈 물통을 들고 차도에 섰고 마침 찰리가 우리에게 물을 주기위해 섰던 것.
그리고 우리는 그런 찰리의 트럭에 자전거를 실었다.ㅎㅎ

찰리는 영어를 전혀 몰랐기에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와는
손짓발짓을 해가며 대화를 나눴는데 대충 이해한 바로 찰리는 목재를 운반하는 트럭기사(이건 봐서안다..ㅎ;;)고
26살에 두아들을 가진 가장이었다.
30대 중반은 되어 보이지만...ㅎㅎ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익살스러움에 말이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즐겁게 동행할 수 있었다. :)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테잔.
우리도 차 마시는걸 좋아해서 구입해 가지고 다니며 마셨었는데 찰리에게서
마테 마시는 법을 배웠다. + _+!!

스페인어 사전을 뒤지고 있는 찰리와 형,


트럭을 타고 저녁이 되어서야 ‘산루이스’라는 ‘멘도사’와 가까운 도시에 도착했다.
찰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도시의 구석탱이에서 캠핑을 했고 아침일찍 다시 길을 나섰다.


이때부터 우리는 물이 부족한데 마을이 나타날 기미가 없다~ 싶으면,
히치하이킹을 했다.
물론 목표는 ‘물’ + _+!!
잘됀다..ㅎㅎ

멘도사와 가까워 질수록 푸른 초원들은 사라져갔고 대신 가시나무들이 나타났다.
하루는 가시밭인지 모르고 들어가 캠핑을 했고...

다음날 나의 바퀴엔 한방에 12방의 펑크가 났다...
제길...
‘황소03호’에 펑크가 12방이 날 동안 형은 펑크가 한번도 나지 않았는데
형의 자전거는 한국에서부터 공수해온 고퀄리티의 장비로 무장되어 있었다. + _+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1000km를 달려왔다. :)


그 뒤로 작은마을들을 몇 개더 지나고

드디어 멘도사 도착!!!
하지만 우리가 찾아둔 호스텔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있었고~
멘도사 시내를 한참이나 휘젓고 다닌 후에야 친절한 시민의 도움을 받아 다른 호스텔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멘도사에서 해피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들어왔는데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굉~장히.. 조용했다.
크리스마스임에도 주말이라고 가게는 모두 다 문을 닫았고
거리에 나와 노는 젊은이들도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가족문화가 발달한 아르헨티나는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가족들과 보내야하는 기념일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나라의 크리스마스는 겨울나라의 크리스마스보다 미적지근한게 사실.

하지만 맨도사에선 그동안 부실했던 영양보충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BSAS에서 함께 지냈던 귀여운 한규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남미사랑의 장남, 어찌나 기운이 넘치는지 제대로 나온사진이 한 장도 없다;;’


게다가 1월1일, 새해에는 한인교회에서 떡국도 먹고 집사님의 댁에 초대되어
맛있는 아사도도 많이 먹었다. :)

우리는 멘도사에 와서 2주나 머물게 되었는데 딱히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는 멘도사에 이렇게 오래 머물게된 것이나,
‘이과수폭포’를 포기하고 멘도사로 온 것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아콩카구아’ 아메리카 최고봉을 등반하기 위해서!
다시한번 밝히자면 우리는 산사나이, 산악부 선후배다. :) ㅎ
청춘만끽, 500일간의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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