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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결혼해요..

우울해 |2012.04.08 01:35
조회 69,895 |추천 104

안녕하세요.

다음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27살 평범한 여자입니다.

 

답답함에 잠은 안오고 두통만 심해져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혹여 가벼운 이야기가 될까 음슴체는 안 쓰도록 할께요.

읽기에 불편하시더라도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서 다섯명이구요.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쭉 친하게 지내왔어요.

 

흔히들 맨 앞자리 앉은 그런 애들의 전형적인 그룹이라고 할 수 있었죠.

다들 조용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소풍이 끝나도 고작 분식점에 모여서

은근슬쩍 좋아하던 연예인 이야기나 하는 소심한 아이들..

 

이런 네명이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노는 친구들 무리에 있던 A라는 친구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린 이후로

왕따를 당하고 저희에게 다가왔어요.

 

좋은게 좋은거다.

우린 모두 친구다.

 

그때 그렇게 A라는 친구를 받아주었어요.

100만원을 줘도 거들떠도 안 보겠다던, 그 찌질이들과 함께 다니니 좋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고, 우리도 상처를 받았지만.

 

그땐 그저 그 친구가 불쌍해보이기만 했네요.

 

그 친구와 제 사이가 약간씩 삐걱거리기 시작한건

고3때였어요.

 

제가 단과학원을 다니면서 첫사랑을 하게 된거죠.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렌즈도 껴보고 고데기라는 것도 해보고

일부러 집에 들러 사복으로 갈아입고 가기도 했었죠.

 

제가 좋아하는 남자애와 우연찮게 고작 몇마디 하는 일이 생기면

설레이고 밤에 잠도 오지 않는, 그런 첫사랑을 했는데.

 

그 남자애를 A도 좋아한다고 나선거였죠.

 

은근슬쩍 그런게 있었어요.

제가 어떤 연예인이 좋다면 그 친구도 그 연예인을 좋아했었다고 말하고,

제가 어떤 가방이나 옷을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하면

저보다 먼저 그 친구가 사거나 하는 그런 일들요.

 

우린 워낙 친해서 취향이 비슷한가봐.

라는 생각들로 웃어 넘겼었는데,

제가 일년이 가까운 시간을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니깐 그제서야 자신도 그 남자애를 좋아했었노라

저에게 고백을 하더라구요.

 

황당하고 미안하기도 했고,

그 남자애와 결국은 제가 사귀게 되었고,

10년 가까운 연애 끝에 곧 결혼을 하게 된거죠.

 

학창시절 그저 잠시 관심을 가졌던 남자애였다. 라고

제게 늘 말하긴 했지만 저나, 제 예비신랑을 대하는 태도에는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불쾌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거리도 둬보고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A와 따로 보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친한것 같지만 친하지 않은, 불편한 관계였죠.

 

각자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간 뒤로는

의례적으로 하는 계모임에서 만나는게 고작이었지만

전달의 모임에서 제가 어떤 브랜드의 가방을

(물론 친구들을 만날땐 잘 보여야 한다고 나이차가 좀 나는 언니가 억지로 빌려준)

들고 나갔다면 다음 모임에서는 그 브랜드보다 훨씬 좋은 가방을

메고 와서는 제가 들고 갔던 브랜드를 욕하는..

 

요즘 어떤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면

다음 모임에서는 그 작가에 대해서 알아봤는지,

'넌 그 작가에 대해서 다 아는 것 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 작가가 이렇다는 건 모르지?'

라며 절 무시하는 행동들도 많이 했었죠.

 

그런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어린애 질투 같은 감정에 휘둘릴만큼 제가 유치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예비신랑이 의대를 목표에 두고 있었는데,

후보에 드는 바람에 재수를 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고3때 저를 만나 연애를 하느라 성적이 떨어졌을수도 있겠지만

주로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같은 독서실을 다니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과목을 알려주는 건전한 관계였음에도.

 

A는 늘 저에게 남자친구의 인생을 망친 여자라는 뉘앙스로 말을 시작하더니.

 

'그 애 의사라도 되는 줄 알고 좋아했었는데, 이젠 하나도 안 아깝다'

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저와 좀 크게 다투고 주위 친구들도 크게 실망을 해서

자연스럽게 그 모임에서 A는 빠지는 듯 했어요.

 

어느 날인가 한 친구가 A의 미니홈피에 가보라고하더라구요.

메인글귀에 떡하니 쓰여있는 그 말.

 

'재수생 말고 의대생♥'

 

재수하는 제 예비신랑이 아닌, 진짜 의대를 다니는 남자를

만난다고 자랑을 해놓은 그 글귀.

 

황당했지만 상종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잊었습니다.

 

3,4년이 지났을까.

울면서 꼭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땐 철이 없었다.

괜히 질투가 나더라. 이것저것 다 가진것 같은 니가 그땐 부러웠었다.

정말 미안하다. 친구도 없고 난 너무 외롭다.

 

바보 같지만 다들 펑펑 울면서 다시 받아줬고 그 뒤로 이런 저런 소소한 일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할만큼은 되었죠.

 

제가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받고 결혼 준비를 하자

이것저것 결혼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하더라구요.

 

A는 5살 연상인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지 7개월 지날때쯤이고

결혼을 하기에는 우리의 나이가 조금 어리기도해서

의아해하며 물어봤더니.

 

'너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라는 대답을 하더라구요.

 

결혼을 하자고 그 오빠를 졸라본다느니,

애라도 먼저 가져버릴까라느니,

 

결혼이 너무 하고 싶어 죽겠다느니...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덤비는데

소름이 끼치기도 했었죠.

 

상견례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아..하는구나 정말.. 했었죠.

 

결혼 준비를 하면서 예비신부들 카페 같은 곳에서 글도 많이 읽고

힌트도 얻기도 해서, 혼수나 인테리어 등 제가 준비하는 것들도

쓰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그 카페회원가입했어' 라는 소릴 하더라구요.

무슨말이냐고 카톡으로 답장을 했더니

 

'니 아이디 검색하면 다 나와 ㅋㅋㅋㅋㅋ'

 

무섭더라구요.

 

그 뒤로는 뭐든 저보다 비싼걸로 하고자 작정한 것처럼 덤비더라구요.

 

제가 만원짜리 컵을 사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2만원하는 컵을 사는 식의..

 

결혼 날짜를 왜 안알려주나 항상 궁금해했었는데

아직 정확한 날짜를 잡진 않았다고 둘러 말하더라구요.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날짜가 없다는 말이

이상했지만 이 친구의 평소 행동중 이상하지 않은 일이 없기에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던데 문제였던것 같아요.

 

최근들어 알게 되었지만,

상견례 이후 그 친구가 받은 결혼 날짜가 두 개가 있었는데

꼭 4월 15일이어야 한다고 A가 우기는 바람에

양가에서 감정이 틀어져 파혼할뻔한 일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저와 같은 날에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황당했습니다.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저는 1시 예식인데, 그 친구는 11시니깐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더라구요.

 

저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더 황당해했었지만,

시댁에서 그 날짜를 너무 고집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대 피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는 바람에(거짓말이었지만)

 

다들 그 친구를 위로해주고

결혼식 두 탕은 흔한 일이다라며 웃어 넘겼었죠.

 

친구 여럿에게 축가도 부탁해놓은 모양이더라구요.

친한 다른 친구에게는 가방모찌를 부탁하고,

나머지 한명에게는 꼭 공항까지 같이 가달란 부탁도 했더라구요.

 

그런데요.

사실은 저랑 같은 시간이래요.

 

얼큰하게 술에 취해서는 다 말하더라구요.

무조건 너보다 내 결혼식에 많이 오게 만들거라고.

그래서 같은 시간을 하게 된거라고.

 

그 시간에 예식장 잡느라 힘들었다느니

어쩌느니.

 

친구들이 화가나서 그 결혼식에 안간다고

절대로 갈 수가 없다고 그러는데.

 

저는 바보 같이

신부측 하객이 없다는게 얼마나 초라할까 싶어서.

 

진심이 아니더라도

반은 거기에 가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네요.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는건지.

왜 이렇게 평범한 나를 질투하는건지.

 

잠들수가 없이 복잡한 심경입니다.

 

 

 

 

 

 

 

 

 

 

 

 

 

 

 

 

추천수104
반대수18
베플sasa|2012.04.08 01:43
착한척병 ㅡ.ㅡ 그렇게 당하고도 그사람을 모르겠어요??
베플sasa|2012.04.08 01:55
드라마처럼 님이선심쓴다고해서 달라질것같나요?? 전혀요. 70세되도 달라질까말까할걸요. 그렇게 선심써줘도 좋게생각안하구요. 그친구를 정말 생각한다면 님도 착한척 때려치고 독하게 하세요. 그편이더 친구 정신차리게 해주는 일이니
베플|2012.04.08 01:46
헐 그친구 완전 미친년이네요 뭐하러 반은 그쪽에가야한다고 해요? 답답하다진짜 착한것도 병임ㅡㅡ 뭐하러 연락해요? 님신랑이나 신랑형이나 옆에서 진짜 답답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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